국내 대표적인 멀티플렉스 영화관 체인 메가박스가 천안함 폭침 사건과 관련된 의혹과 논란을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천안함 프로젝트’의 상영을 이틀 만에 중단했다. 보수단체의 협박이 이유였다.
전국 22개관에서 이 영화를 상영하던 메가박스는 “상영을 중단하라는 보수단체의 협박이 일반 관객들에게 안전상의 위협을 준다”는 이유로 제작사에 일방적으로 상영을 그만 한다고 통고하고, 예매한 고객들에게 환불 조치에 들어갔다.
국내 멀티플렉스 영화관 중 유일하게 이 영화를 상영해온 메가박스가 상영을 중단함에 따라 멀티플렉스 영화관에서는 더는 이 영화를 볼 수 없게 됐다.
이제 메가박스 상영관 중 경기도 다양성영화관으로 지정된 4개관과 전국의 예술·독립영화관 9곳에서만 이 영화를 관람할 수 있다.
제작사 측은 상영관이 줄었어도 계속 상영할 것이며, 관객들의 요구가 있다면 공동체 상영으로 연결할 것이라고 밝혔다.
영화를 둘러싼 논란 때문에 멀쩡하게 상영 중이던 영화가 도중하차한 경우는 한국영화 사상 이번이 처음이다. ‘천안함 프로젝트’는 개봉 전에도 우여곡절을 겪었다.
천안함 사건 당시 해군장교와 천안함 희생자 유족 등 5명이 영화의 내용이 사실을 왜곡하고 당사자들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영화 상영금지 가처분신청을 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영화는 천안함 사고 원인을 놓고 국민이 제기하는 의혹에 대한 논의의 필요성을 표현하려는 의도로 제작된 점에 비추어 볼 때 허위의 사실을 적시했다고 볼 수 없다”며 이를 기각했다.
사법부가 문제가 없다고 판단한 영화를 영화관이 일방적으로 상영을 중단한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보수단체 때문에 불상사가 우려된다면 경찰에 수사를 의뢰하면 될 일이다.
실제 이 영화는 개봉 후 이틀 동안 메가박스 상영에 힘입어 관객 2312명을 모았다.
다양성영화 부문에서는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했다. 그만하면 좋은 성적이다.
사실 사회적 논란이 되는 영화를 멀티플렉스 영화관이 상영하기로 한 것 자체가 흔한 일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익이 될 것으로 판단해 영화를 상영하기로 했으면 끝까지 밀고 나가야지 협박이 있다고 해서 중도에 영화를 내린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해당 영화에 대한 평가는 관객의 몫이다. 내용에 문제가 있는 영화라면 관객들은 외면할 것이고, 관객이 들지 않는 영화는 자연스럽게 사라진다.
이처럼 무리해서 상영을 그만두는 것은 부자연스럽고, 오히려 그 배경에 대한 의혹만 증폭시킨다. 메가박스 측은 자세한 해명을 내놓아야 한다.
한국영화감독조합, 한국영화제작가협회 등 12개 영화 관련 단체는 진상규명위원회를 발족하고 이번 사건의 원인을 규명하고 영화의 재 상영을 촉구하기로 했다.
외부의 압력에 의해 관객이 영화를 선택할 수 있는 권리가 제한을 받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표현의 자유가 위축되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관련자들은 이번 일이 나쁜 선례가 되지 않도록 현명하게 풀어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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