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오후 6시 서울 두리춤터 FOYER 극장

 

섬세한 감성과 기품 있는 춤사위, 박시종무용단의 ‘何茫然(하망연)-아득하고도 아득한’이 15일 오후 6시 서울 두리춤터 FOYER 극장에서 열린다.
2013 두리춤터의 ‘테마가 있는 한국춤 시리즈’의 일환으로 기획된 이번 공연은 안무가를 통해 한국춤의 흐름을 짚어보는 공연이다.
‘何茫然(하망연)- 아득하고도 아득한’은 그간 박시종무용단이 발표했던 작품 중에서 동양철학의 윤회사상을 바탕으로 삶과 죽음의 경계선에 선 남녀의 시공을 초월한 인연을 소재로 한 솔로?듀엣?군무 작품으로 구성된 공연이다.
박시종 안무가의 작품에 대한 철학적 관조와 안무적 기법을 연작으로 만나볼 수 있는 이번 무대에는 ‘월화(月下)’와 ‘나비꽃한쌍’, ‘염화미소’ 등을 만나볼 수 있다.
무용가 박시종은 한국무용의 서정적 아름다움과 시적(詩的) 춤언어를 순백의 깨끗함과 섬세한 호소력으로 풀어낸다는 평을 받고 있는 안무가다.
박 안무가의 춤에는 서두르지 않으나, 게으르지 않게 자신을 다스리고 절제하는 삶의 철학이 배어있으며, 이러한 내면의 포용력과 날카로운 감각, 깊이 있는 자기성찰이 고스란히 묻어난다.
그가 이번 공연을 통해 선보이는 작품들에는 한국적 정서와 자연의 색채가 잘 녹아있다.
첫 번째 무대에 오르는 ‘월화(月下)’는 달빛아래에 고혹적인 여인의 모습을 그린 작품이다. 이 작품은 박순아의 청아한 가야금 선율과 섬세하면서도 절제된 춤사위가 매혹적이다. 서정적이면서도 그리움의 호소력이 짙은 아름다운 한국여인의 심성을 한껏 드러낸다. 무대에는 박정선씨가 오른다.
박정한·김지성·김수희·안효연·윤여정·김민영씨가 출연하는 ‘나비꽃한쌍’은 남녀 간의 사랑에 영산재의 옷을 입힌 춤이다. 영산재는 석가가 영취산에서 설법하던 영산회상을 상징화한 의식절차다. 영산회상을 열어 영혼을 발심시키고, 그에 귀의하게 함으로써 극락왕생하게 한다는 의미를 갖는다. 또 영산재의 대령, 관욕 등의 절차는 영혼을 모셔 대접하고 씻겨서 불보살의 극락세계로 보내드리는 천도 의식으로 씻김굿과 유사하다. 영산재에 나오는 나비춤은 전통무용 승무의 원형이라 할 수 있다.
박 안무자가 풀어내는 영산재의 나비춤은 중음신(사람이 죽은 뒤 다음 생을 받을 때까지의 상태)을 벗어나고픈 생명 희구의 몸짓으로 애절함이 마치 움직이는 꽃처럼 다가온다.
‘염화미소’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이자 대한민국 무형문화재 50호인 영산재(靈山齋)는 살아있는 사람과 죽은 사람 모두 부처의 참진리를 깨달아 번뇌와 괴로움에서 벗어나 해탈하는 경지에 이르게 하는 것을 의미한다. 부처가 여러 중생이 모인 가운데 법화경을 설하는 모습을 재현한 불교의식이다. 이와 같이 부처가 깨달음을 전하는데 말이나 글뿐 아니라, 마음으로 불교의 진수를 전하였다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이것이 ‘염화미소’다. 염화미소란 ‘꽃을 집어 들고 웃음을 띠다'란 뜻으로, 말로 하지 않고 마음에서 마음으로 전하는 것을 이르는 말로, 불교에서 이심전심의 뜻으로 쓰이는 말이다. 이는 깨달음은 말이나 글보다 진정한 마음으로 전하여진다는 것으로, 이 작품에서는 위와 같은 불교철학을 바탕으로 남녀의 정신적 교감과 속세 인연의 만남, 사랑을 이심전심에 빗대어 표현한다. 이별의 번뇌와 괴로움, 체념을 깨달음과 해탈의 경지에 이르는 과정인 영산재에 접목해 새로운 시각으로 풀어낸 춤사위가 일품이다. 박시종·전건호씨가 무대에 선다.
지난해 서울무용제 대상을 수상한 박 안무자는 한양대 체육학(무용전공) 박사로 청주대 예술대학 공연영상학부 공연예술전공 겸임교수와 한양대 우리춤 연구소 선임연구원으로 일하고 있다. 경남무형문화재 21호 진주교방굿거리 이수자로 충북예술문화정책연구원 기획위원, (사)한국무용사학회·(사)한국무용연구회 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그동안 섬세한 감성과 기품 있는 춤사위를 바탕으로 한 독보적인 작품 활동을 통해 충청권은 물론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중견무용가로 인정받고 있다.
<김재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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