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5년 전 방법 그대로 활자 복원”
청주시 금속활자 주조전수관 개관
국내 첫 금속활자 주조 전수관 운영

 

‘스스로 만족할만한 작품을 만드는 것이 평생의 꿈’이라는 임인호(50·청주시 흥덕구 운천동 867·☏043-260-2505) 금속활자장이 청주시금속활자 주조 전수관 첫 운영자가 됐다.

청주시가 42억3800만원을 들여 건립한 금속활자 주조전수관은 국내 최초의 금속활자 주조 체험관으로 지하 1층, 지상 3층 규모다.

이 시설을 위탁·운영하는 임 금속활자장은 이곳에서 금속활자를 연구·복원 할뿐만 아니라 시민에게 직접 주조 시연도 선보일 예정이다.

국내 유일의 금속활자장인 임 금속활자장은 옛 밀랍 주조법을 재현한 스승 고 오국진 선생으로부터 배운 기술을 그대로 적용해 635년 전 선조가 사용했던 방법 그대로 금속활자를 복원하고 있다.

“금속활자장으로 지금껏 한 눈 팔지 않고 작품에만 매진했지만 아직도 스스로가 만족할만한 작품을 만들어내지는 못했습니다. 제 인생 최고의 작품을 이 곳 청주시 금속활자 주조 전시관에서 만들어 보겠습니다.”

임 금속활자장이 금속활자를 만들기 시작한 것은 1997년부터다. 1984년부터 서각을 시작한 임씨에게 1996년 스승인 고 오국진 국가중요무형문화재 101호 금속활자장이 작업실로 그를 만나러 온 것이 인연이 돼 다음해부터 문하생이 됐다. 스승에게는 십 여 명의 제자들이 있었지만 금속활자장이라는 이름을 얻은 제자는 그가 유일하다.

지난 2일 개관한 청주시 금속활자 주조 전수관은 임 금속활자장에게는 가장 특별한 공간이다. 현재까지 작업하고 있는 괴산군 연풍면 공방은 10평 정도의 협소한 공간인 데다 작업장으로 건축된 공간이 아니라 온도와 습도로 맞추기 어려워 주형 틀에 쉽게 금이 가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금속활자 전수관은 이러한 외부적 요인을 걱정할 필요 없이 오롯이 작업에만 집중할 수 있어 이 전수관을 대하는 임 금속활자장의 마음은 남다르다.

“주조 전수관은 온도와 습기 걱정 없이 오롯이 작업에만 몰두 할 수 있어 더 좋은 작품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큽니다. 개관 전까지 작업했던 연풍의 작업장에서 나무 재단 등 금속활자 복원 기초 작업을 한 뒤 전수관에서 본격적인 작업을 할 계획입니다.”

현재 그는 직지 복원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현존하는 세계 최고의 금속활자본인 직지심체요절 복원작업을 지난 1월 직지 하권 총 38장 가운데 29장까지 복원을 마친 상태다. 다음달 초 하권 복원을 마무리하고 상권 작업에 들어갈 예정이다.

금속활자 주조 전수관 개관으로 작업환경이 좋아진 것도 그에게 큰 기쁨이지만, 시민들과 만나 금속활자 복원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주조 시연할 수 있다는 것이 그를 가장 설레게 한다.

주조 전수관에 마련된 주조체험관에서는 현재 한지로 책자를 만드는 체험을 진행하고 있고, 이후 금속활자를 새이거나 찍어보는 체험을 준비하고 있다.

불을 때고 쇳물을 부어 활자를 만드는 주조 시연은 안전성의 문제 때문에 직접 해보기는 어렵지만 임 금속활자장이 작업하는 모습을 그대로 볼 수 있다.

“주조 체험관이 자리를 잡게 되면 금속활자에 관심 있는 더 많은 시민들이 함께 체험하고 이야기 나눌 수 있도록 전수관 문을 더 활짝 열어 둘 생각입니다. 청주가 직지의 도시인만큼 많은 시민들의 관심을 이끌어 내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임 금속활자장은 아내 유미숙(46)씨과 대학 3학년인 아들 규현씨에게 금속활자 복원 전수를 하고 있다. 금속활자 복원으로 선조들의 명맥을 잇겠다는 제자가 나타나면 혼신을 다해 전수할 계획을 갖고 있다.

임 금속활자장은 중요무형문화재 101호 금속활자장 보유자로 조선왕실 주조 금속활자와 캐나다 국제항공기구 월인천강지곡 등을 복원했다.
▶글/김재옥·사진/임동빈
동양일보TV

저작권자 © 동양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