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최고성적 '관상' 가족과함께 보는 코미디 '스파이'

모처럼 긴 추석 연휴를 맞아 극장가는 다채로운 영화를 준비하며 관객 맞을 채비를 하고 있다. 블록버스터급 한국영화부터 해외 애니메이션까지 다양하다.

●한국영화 ‘쌍두마차’
지난 11일 개봉한 '관상'은 8월 역대 최고의 성적을 낸 한국영화의 돌풍을 이어갈 작품이다.

한국 영화계를 대표하는 배우 송강호부터 최근 가장 주목받는 이종석까지 다양한 배우들이 포진했다.

TV와 소설 등을 통해 수없이 재해석된 계유정난(癸酉靖難)을 소재로 했다. 관상가의 시선으로 수양대군의 왕위 찬탈을 바라봤다.

이정재, 백윤식, 김혜수 등 묵직한 배우들이 내는 연기 화음이 좋다. 특히 송강호와 조정석의 코미디 연기는 최근 한국영화 가운데 독보적인 경지를 보여준다. 100억 원대의 '실탄'이 들어간 만큼 미술과 세트도 고급스럽다. 다만, 대중 상업영화여서 그런지 역사를 바라보는 시선은 깊지 않은 편이다.

‘추석에는 코미디’라는 전통적인 공식에 정확히 들어맞는 영화는 ‘스파이’다. ‘박하사탕’(1999), ‘오아시스’(2002)에 이어 세 번째 호흡을 맞춘 설경구·문소리를 앞세운 작품이다. 개봉 첫 주 100만 명을 돌파하며 9월 개봉작 중 첫 주 최고의 성적을 냈다.

할리우드 영화 '트루라이즈'(1994)에 국내적인 특수한 상황을 덧입혔다. 문소리 등 배우들이 뿜어내는 '코미디 포스'가 상당하다. '가문의 영광' 시리즈 등 추석에 전통적으로 코미디 가족영화가 흥행한 점에 비춰 코미디와 가족 이야기를 묶은 이 영화의 흥행도 점쳐진다.

●10대~20대 관객 노린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12일 개봉한 ‘퍼시잭슨과 괴물의 바다’는 2010년 개봉한 ‘퍼시잭슨과 번개도둑’의 후속편이다. 3년 만에 만들어진 후속편에서 주인공들은 몸집도 커졌고, 목소리도 굵어졌다.

그리스 신화 속 반인 반신이 일반인들과 뒤섞여 산다는 설정의 이 영화는 반인 반신 '데미갓'의 모험을 그렸다. 소년 소녀의 모험을 그렸다는 점에서 가족들이 보기에 무리 없다.

같은 날 개봉한 '섀도우 헌터스: 뼈의 도시'는 조금 더 높은 연령대를 대상으로 한다. '트와일라잇'을 연상시키는 로맨스 판타지 영화다. 악마를 사냥하는 섀도우 헌터들의 이야기에 선남선녀의 가슴 뛰는 로맨스를 담았다. 늑대인간, 뱀파이어 등도 등장해 영화 '트와일라잇' 같은 분위기도 뿜어낸다.

반항아처럼 생긴 거친 꽃미남과 평생 자신을 지켜주는 자상한 남자가 한 여자를 좋아한다는 설정은 소녀 관객들의 마음에 꼭 들 만하다.

●가족과 우정 그린 애니메이션
역시 12일 개봉한 '슈퍼배드 2'는 슈퍼악당에서 '딸 바보'로 변신한 '악당' 그루의 이야기를 담았다.

세 딸 마고, 에디스, 아그네스와 함께 행복한 삶을 살고 있던 그루가 비밀 요원으로 변신해 세상을 지배하려는 최강 악당 군단과 대결을 벌인다는 내용이다.

신구 악당의 대결을 그렸지만 작품의 밑바닥에 흐르는 정서는 가족이다. 전 세계적으로 8억 달러가 넘는 흥행 수입을 올리며 올해 개봉작 중 북미 흥행순위 2위에 올랐다.

'몬스터대학교'는 미국 애니메이션의 대표주자 픽사의 14번째 장편 애니메이션이다. 성인과 아이들을 아우르는 픽사의 애니메이션답게 성장담이라는 익숙한 이야기에 귀여운 캐릭터를 포장했다.

'몬스터주식회사'(2001)의 주인공인 마이크와 설리반의 대학시절 에피소드를 그렸다. 마이크와 설리반이 경연대회를 통해 진정한 자아를 만나게 되고 서로를 이해하게 된다는 이야기의 흐름은 아이들도 무리 없이 따라갈 수 있을 정도로 이해하기 쉽다.

눈이 다섯 개 달렸지만 포동포동한 몸매인 스퀴시 등 귀여운 캐릭터도 가족 관객들에게 호감을 살 만하다.

●조용한 예술영화는 어떠세요
홍상수 감독의 15번째 장편 영화 '우리 선희'는 예술영화 관객을 흡족하게 할 만한 작품이다.

홍상수의 뮤즈 정유미를 비롯해 이선균, 김상중 등 기존 '홍상수 사단'에 정재영이 처음으로 합류했다. 돌고 도는 평판에 대한 우화적인 교훈이 만만찮으면서도 유머가 풍부해 가볍게 볼만하다.

빠른 전개와 반전 콤플렉스에 시달리는 상업영화에 물린 관객이라면 단비 같은 작품. 퍼즐과 퍼즐을 맞춰가는 지적인 재미도 있고, 그저 마음 편히 낄낄대다가 나오기에도 부담 없다.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 사랑에 빠질 확률'은 대도시에서 살아가는 젊은이들의 외로움과 막막함을 세련된 감성으로 그린 멜로물이다.

두 남녀 주인공이 현실에선 무미건조한 일상 속에 어긋남을 반복하다가 마침내 만나게 되는 이야기 구성은 한국영화 '접속'과 닮았다.

이 밖에도 상영관을 확대하고 있는 논란의 다큐멘터리 '천안함 프로젝트'를 비롯해 소극장 연극무대를 세트로 구성해 촬영한 '낭만파 남편의 편지', 10만 돌파를 눈앞에 둔 예술영화 빅히트작 '마지막 4중주'도 관객들의 선택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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