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학사 등 한국사 교과서 수정 작업에 차질 빚을듯

교학사를 제외한 나머지 7종의 한국사 교과서 집필자들이 교육부의 수정 권고를 공개적으로 거부하겠다고 밝힘에 따라 10월 말로 예정된 교육부의 8종 교과서 수정·보완 작업에 차질이 불가피해 보인다.

교학사 교과서 검정 취소 논란에다 교육부와 7종 교과서 집필자간 충돌 양상이 더해져 한국사 교과서를 둘러싼 갈등이 점점 더 깊어지고 있다.

금성출판사, 두산동아, 리베르스쿨, 미래엔, 비상교육, 지학사, 천재교육 등 7개 출판사 교과서의 집필자들로 구성된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 집필자 협의회'는 15일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 내 한 카페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교육부가 수정 권고나 지시를 내린다고 해도 따르지 않을 것"이라고 천명했다.

천재교육 교과서 대표 집필자인 주진오 상명대 교수는 "사실 오류가 있는데 그것을 고치지 않겠다는 의미가 아니다"며 "자체적으로 수정할 기회와 방식이 있는데 정부가 개입해서 재검정에 가까운 절차를 하겠다는 것을 거부하겠다는 것"이라고 수정지시 거부의 의미를 설명했다.

교육부는 지난 11일 `우편향'·사실오류 논란을 빚은 교학사의 고교 한국사 교과서를 비롯해 최근 검정 합격한 한국사 교과서 8종을 다음달 말까지 모두 수정·보완키로 하겠다고 밝혔다.

교학사 교과서에서 문제가 있다고 지적된 내용이 다른 교과서에도 있는 경우가 있고, 8종 교과서가 똑같은 검정과정을 거쳤으므로 문제가 제기되면 같은 검정과정을 거친 교과서를 종합적으로 보는 게 당연하다고 교육부는 나머지 7종도 재검토하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7종 교과서 집필자들이 교육부의 이 같은 조치를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밝힌 만큼 양측간 갈등이 법적 소송으로 비화할 가능성이 커졌다.

'교과용 도서에 관한 규정'에 교육부 장관은 내용을 수정할 필요가 있다고 인정될 때에 수정을 명할 수 있고, 이 명을 따르지 않으면 검정합격을 취소시킬 수 있다고 돼 있다.

실제 지난 2008년 교육부의 수정조치를 둘러싼 법적 공방이 벌어진 바 있다.

당시 금성출판사의 근현대 교과서가 '좌편향' 논란이 제기되자 교육과학기술부는 교사, 교육전문직, 교수 등으로 역사교과전문가협의회를 구성해 검토작업을 벌인 뒤 해당 출판사 측에 수정권고를 내렸다.

이 교과서의 집필자들은 이듬해인 2009년 2월 서울행정법원에 교과부의 금성출판사 고교 한국 근ㆍ현대사 교과서에 대한 수정 지시를 취소해달라며 `수정명령 취소 청구소송'을 제기했고, 4년간의 법정 공방 끝에 지난 2월 교과부의 수정명령이 위법하다는 취지의 대법원 판결이 내려졌다.

대법원은 역사교과전문가협의회가 '검정절차상 교과용도서심의회의의 심의에 준하는 절차'가 아니라는 점을 들어 위법이 있다고 판시했다.

7종 교과서 집필진들은 이미 대법원의 판례가 있는 만큼 교육부의 수정 조치에 법적 대응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주 교수는 "교육부 장관이 수정명령을 거부했으니 검정 취소하겠다고 하면 이 역시 받아들이지 않고 행정소송을 통해서라도 바로 잡겠다는 것이 7종 집필자들의 공통된 마음"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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