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 감시 소홀한 틈타 달아나…매뉴얼도 무용지물

최근 경찰에게 붙잡힌 피의자가 범행 현장이나 경찰서에서 손을 수갑에서 빼내거나 수갑을 찬채 달아나는 사건이 잇따르고 있다.

모두 경찰의 감시가 소홀한 틈을 타 피의자가 달아났다는 공통점이 있어 경찰의 안이한 대처가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 같은 사건이 일어날 때마다 경찰은 재발방지를 약속하며 나름의 대책을 내놓지만 항상 공염불에 그쳐 시민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수갑도 매뉴얼도 '무용지물'…경찰은 뭐했나

14일 오전 6시 30분께 경찰이 서울 구로구의 한 사우나에서 휴대전화를 훔친 혐의로 검거해 수갑까지 채운 한 남성을 코앞에서 놓치는 황당한 일이 일어났다.

이 남성은 한쪽 손목과 의자 팔걸이를 이용해 수갑이 채워진 채 8층 사우나 입구에 마련된 의자에 앉아있다 의자 팔걸이 부분에 나 있는 틈을 이용해 수갑을 빼내 그대로 계단으로 달아났다.

규정상 신고 사건은 현장에 경찰관이 2인 1조로 출동해야 한다. 그러나 이 때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 2명 중 1명은 사우나 안이 아닌 건물 밖에서 대기해 감시가 소홀할 수밖에 없었다.

지난 1월 28일 전북 전주 완산경찰서 효자파출소에서도 절도 피의자 강지선(30)씨가 수갑에서 손을 빼고 도주했다.

경찰은 강씨가 '오른손에 찬 수갑이 조여 손이 아프다'고 고통을 호소하자 수갑을 왼손 티셔츠 위에 옮겨 채웠다. 강씨는 수갑이 옷 위에 채워지자 그 여유 공간을 이용해 수갑에서 손을 빼내 겉옷과 신발을 벗어 놓고 맨발로 쏜살같이 달아났다.

당시 특수절도 등 전과 6범이던 강씨에게는 수배 2건이 내려진 상황이었다. 도주 가능성이 큰 강력범은 수갑을 뒤로 채워야 하지만 경찰은 매뉴얼을 무시하고 강씨의 왼손 셔츠 위에 수갑을 채웠다.

지난 8월 14일 오전 5시 34분께 경기도 부천 원미경찰서에서는 사기 혐의로 체포돼 조사를 받으려고 대기하던 이모(21)씨가 수갑에서 손을 빼내고 경찰서를 빠져나갔다.

이씨가 수갑을 풀고 형사계 사무실을 나와 1층 로비를 거쳐 경찰서 정문을 빠져나가는 동안 아무런 제지를 받지 않았다. 담당 경찰관들은 15분 동안이나 도주 사실을 파악하지 못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재발방지 약속' 공염불…특단 대책 필요

경찰은 지난해 12월 일산경찰서에서 성폭행 혐의로 조사를 받던 중 수갑에서 손을 빼내고 달아났던 '노영대 사건'이 발생하자 도주방지 매뉴얼을 만들었다.

손목 굵기에 따라 채워야 하는 수갑 톱날 수를 정해뒀다. 또 손목 굵기에 비해 손이 작은 피의자가 수갑을 쉽게 풀지 못하도록 톱날의 수를 조정하고 담당경찰관이 수시로 수갑 상태도 확인하도록 했다.

그러나 노영대 사건 이후에도 서울, 남원, 전주 등지에서 손을 수갑에서 빼내거나 아예 수갑을 풀고 달아나는 사건이 수차례 발생했다.

15일 시민들은 불안감을 토로하며 실효성이 낮은 매뉴얼을 보완할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네이버 아이디 'dy10****'는 "수갑찬 용의자가 어떻게 경찰관 앞에서 도망갈 수 있는지 이해가 전혀 되지 않는다"라며 "구로동 주민으로서 더욱 불안하고 황당하다"고 토로했다.

아이디 'di46****'도 "경찰에 믿음이 가야 하는데 수갑차고 도주가 몇 번째인지, 그렇게 욕먹고도 경찰 수뇌부는 예방책을 안 세우고 뭐 했는지 한숨이 나온다"라고 말했다.

회사원 박나래씨(29·여)는 "휴대전화 절도범도 바로 앞에서 놓치는 경찰이 다른 사건은 제대로 수사하는지 믿을 수가 없다"라며 "재발방지 하겠다고 말만 하지 말고 시민이 안심할 수 있도록 구체적인 대책을 내놓았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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