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문 시인·음성군청소년상담복지센터장



손희숙(서양화가) 작, ‘landscape  in my mind’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

이석문 시인·음성군청소년상담복지센터장

이 가을엔 소주 한 병에 쥐포하나 들고 공동묘지로 가 볼일이다
푸른 봉분 사이사이로  흐드러지게 피어난 개망초꽃을 바라보며 지나온 삶을 반추해보고 싶다.
이름모를 들꽃길을 따라 초라한 봉분 앞에 잠시 머물러 소주한잔 올리고 영혼의 대화를 나누고 싶다
살아오면서 남들에게 피해주지는 않았는지?
무심코 내뱉은 말로 상처가 되지는 않았는지?
내 이웃이 어려움을 모른 채 방관한 적은 없는지?
내가 하기 싫은 일을 남에게 전가하지는 않았는지?
바쁘다는 이유로 부모님께 자주 찾아뵙지 못한 채 생활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인생을 살아가면서 아주 사소한 것 같이 여길 사항이 때로는 가장 소중한 것인데도 가끔은 망각한 채 살아간다는 생각이 든다.
어쩌면 먹고 살기도 바쁜데 그런 부분까지 신경 쓸 여유가 없다며 외면하는 경우가 많다.
사람이 살아가는 것은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관계를 유지하며 살아가는 것인데도 말이다.
그만큼 사람이 살아가는 과정 속에서 관계가 중요한데 말이다.
어려서 어머니께서 자주 하시던 말씀이 “남들과 사이좋게 지내라”
아주 간단한 삶의 명제인데도 그냥 흘려버리며 생활해온 세월이다.
이제금 새삼스레 그 말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이 가을엔 공동묘지에서 죽음이 주는 실존의 의미를 체득하며 이름 없이 피어난 들꽃의 아름다움을 느껴 볼일이다.
들꽃 향기 가득한 꽃내음 속에서 진정한 참나를 성찰해 볼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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