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실액 4천∼8천억 추산…D램 가격 상승으로 상쇄

화재가 난 SK하이닉스 중국 우시(無錫) 반도체 공장의 피해 복구 작업이 20일 가까이 이어지면서 생산 차질로 인한 손실이 얼마나 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 4일 발생한 화재는 조기에 진화돼 설비 피해는 크지 않았고 인명 피해도 거의 없었다. 하지만 시설 점검과 복구 작업에만 한 달 이상 소요돼 재가동까지 생산 차질로 인한 손실이 적지 않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업계와 금융시장에서는 우시 공장 화재로 인한 SK하이닉스의 손실액을 4000억∼8000억원대로 추산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KB투자증권은 지난주 보고서에서 SK하이닉스의 올해 영업이익 전망치를 3조4520억원으로 잡아 화재 피해를 반영해 당초보다 4510억원 하향조정했다.

한국투자증권은 올해 영업이익 전망치를 2조8670억원으로 화재 전보다 8760억원 낮췄다.

공장이 전면 재가동될 때까지 SK하이닉스의 D램 생산량은 25% 정도 감소할 것이란 관측이다. SK하이닉스 전체 D램 생산의 50%를 담당하는 우시 공장은 C1과 C2 2개 생산라인으로 구성돼 있는데, 이 가운데 C1은 피해가 없어 화재 발생 사흘 만에 재가동됐고 현재 C2 라인만 가동이 중단된 상태다.

SK하이닉스는 10월초 전면 재가동, 11월 완전 정상화를 목표로 24시간 복구 작업을 진행 중이다.

이번 화재는 2007년 발생한 삼성전자 기흥 반도체공장 정전 사고와도 비교된다.

당시 삼성전자는 낸드플래시 메모리와 시스템LSI 반도체 등 6개 생산라인이 하루 동안 가동이 중단됐는데 400억원 정도의 피해가 발생했다.

생산규모 외에도 시장 상황, 점유율 등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단순 비교는 어렵지만, 이번 화재로 인한 하루 피해액은 정전 사고 때 수준을 훨씬 밑돌 것으로 예상된다.

공급업체들이 난립하던 세계 D램 시장이 지금은 삼성전자-SK하이닉스-마이크론테크놀러지 '3강 구도'로 재편돼 D램 가격이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이번 화재로 인한 공급 물량 감소는 D램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이에 따라 SK하이닉스의 D램 공급 감소로 인한 손실 중 일부는 단가 상승으로 상쇄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PC용 D램 주력 제품인 DDR3 2Gb(기가비트) 256Mx8 1333MHz 현물 가격은 화재 발생 직전 1.6달러에서 보름 만에 2.3달러로 43% 이상 급등했다.

SK하이닉스의 시장점유율에 미치는 영향도 크지 않을 전망이다.

업계에 따르면 경쟁사인 삼성전자와 마이크론테크놀러지가 화재 이후 D램 공급량을 늘리기보다는 적정 공급으로 D램 가격 상승을 유도하는 전략을 택한 것으로 파악되기 때문이다.

설령 수천억원의 손실이 발생하더라도 상당 부분 보험으로 보상받을 수 있어 SK하이닉스의 실제 피해는 훨씬 줄어들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SK하이닉스는 이번 화재와 관련해 보상 한도가 23억달러(약 2조5000억원)에 달하는 보험에 가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보상 대상에는 피해 시설·장비는 물론 재고, 재공품, 인건비와 감가상각비를 비롯한 고정비 등이 포함돼 있다.<박재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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