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이산가족 상봉행사를 불과 나흘 앞두고 21일 돌연 연기한다고 발표했다. 또 금강산 관광 실무회담도 연기한다고 밝혔다. 이로 인해 개성공단 재가동을 계기로 모처럼 대화국면으로 흐르던 남북관계가 또다시 얼어붙을 기미를 보이고 있다. 걱정스럽다. 무엇보다 분단 후 60년이 흘러 대부분 고령인 이산가족들이 생전에 혈육을 만날 수 있다는 부푼 꿈에 젖어있다 받았을 실망과 충격을 생각하면 안타깝기 그지 없다. 이산가족 상봉의 절실함이 비단 남한만의 문제는 아닐 터인데 민족의 아픔을 외면한 채 늘 이런 식으로 판을 엎는 북한의 태도가 지극히 실망스럽다. 남북은 지난 16일 이산가족 상봉 남측 대상자 96명, 북측 대상자 100명의 최종명단을 교환했다. 오는 25일부터 30일까지 금강산에서 상봉행사를 갖기로 하고 이산가족들이 묵을 숙소에 관한 합의만을 남겨놓은 상태였다. 이런 와중에 북한의 대남기구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가 대변인 명의의 성명을 통해 느닷없이 "남한 정부가 남북대화를 동족대결에 악용하고 있다"며 일방적으로 연기를 선언했다. 조평통은 한국정부가 최근 남북관계 성과를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의 결과'니, '원칙 있는 대북정책'의 결실이라고 떠들고 있고 금강산관광에 대해서도 '돈줄' 등을 언급하며 중상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의 내란음모 사건을 거론하며 "북남 사이의 화해와 단합과 통일을 주장하는 진보민주인사들을 용공 종북으로 몰아 탄압"하고 있다는 엉뚱한 주장을 폈다. 한마디로 언급할 가치조차 없는 괘변이다. 북한의 돌연한 태도변화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그 가운데서 금강산 관광 재개에 우리 정부가 소극적 태도를 보이자 노선을 바꾼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금강산 관광 재개는 복잡한 단계를 거쳐야 하는 것이 사실이다. 우선 금강산 관광 중단의 직접적 원인이 된 박왕자씨 피살사건의 진상조사와 재발방지, 관광객 신변안전보장 등에 대해 북한의 책임 있는 약속이 전제돼야 하기 때문이다. 또 북한 핵개발에 대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제재 결의도 우리 정부로선 신경 써야 하는 대목이다. 유엔 안보리는 대북제재 일환으로 북한에 다량의 현금(Bulk Cash)이전을 금지하는 조치를 결의한 바 있다. 금강산 관광 재개가 이런 결의에 위배되는지 여부를 검토해보아야한다. 또 박근혜 정부의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에 북한이 끌려다니고 있다는 북한 군부 강경파들의 불만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있다. 정부는 북-중국, 미-중 관계 등 국제정세를 다각도로 분석, 북한의 숨은 의도가 무엇인지를 정확히 파악해 대응해야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이전에도 남북관계, 한반도 정세 등의 이유를 들어 수차례 이산가족상봉을 연기했다가 재추진한 적이 있다. 따라서 이산가족들은 좌절하지 말고 정부를 믿고 침착하게 기다릴 것을 당부하고 싶다. 정부는 차제에 인도적 차원의 이산가족상봉문제를 군사. 정치와 분리시켜 정례화 하는 방안도 적극 모색해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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