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 발행 우선 추진…오리온 대신할 신용보강처 물색 중

동양그룹이 화력발전사업을 위해 설립한 핵심 기업인 동양파워 지분까지 전량 매각할 수 있다는 방침을 세우는 등 특단의 대책을 강구해 위기를 넘길 수 있을지 주목된다.

그룹 창업주의 미망인 이관희 서남재단 이사장도 1500억원대의 오리온 주식을 동양네트웍스에 증여, 동양 살리기에 나섰다

시장에서는 동양그룹이 자금난에서 벗어나 신뢰를 회복하려면 연내 최소 7000억∼8000억원의 유동성을 확보해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그룹의 중간지주사 역할을 하는 비상장 계열사인 동양인터내셔널과 동양레저가 기업어음(CP) 상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그룹 전체 경영권마저 위협받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동양파워 지분 다 팔 수 있다"…창업주 미망인도 주식 증여로 '지원'

24일 산업·금융업계에 따르면 동양그룹은 형제그룹인 오리온그룹과 채권단이 지원 불가 견해를 밝힌 직후 유동성 확보를 위한 대책 마련에 착수했다.

동양매직과 섬유사업부, 레미콘공장 등 핵심사업부 매각을 추진하고 있고 동양증권[003470] 등 주요 계열사 지분도 내다 팔기로 했다.

동양그룹은 현재 100%를 보유한 동양파워 지분을 매각할 방침이다. 매수자가 원하는 수준까지 지분을 내다 팔 의향이 있다는 입장이다. 동양파워는 8천억~1조원에 달하는 지분가치를 보유한 것으로 평가된다.

동양그룹의 한 관계자는 "굳이 경영권 보장을 위해 51%의 지분을 남길 필요는 없다. 화력발전사업을 포기하겠다는 것은 아니지만, 매수자가 원한다면 보유 지분을 다 넘길 수 있다"며 "일단 현재는 그룹을 살리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동양그룹은 올해 2월 삼척 화력발전 사업자로 선정된 데 이어 7월에 정부로부터 발전사업자로 공식 승인을 받았다. 사업자 지위는 정부 승인을 받은 것으로, 마음대로 넘기기 어렵지만 처분 대상 지분에 제한을 두지 않고 융통성 있게 매각 협상에 나서겠다는 게 동양그룹의 설명이다.

최근 동양파워 지분 매각 협상은 최근 성사 단계에서 유동성 문제로 시장 신뢰가 악화하면서 불발됐다.

동양은 당초 계획 대로 동양증권 등 자산을 하나로 묶어(에셋 풀링) 자산유동화증권(ABS) 등 발행을 우선적으로 추진키로 하고 오리온 대신 신용을 제공할 곳을 물색하고 있다.

창업주의 미망인 이관희 이사장은 지난해에 동양네트웍스에 무상으로 대여한 1500억원 규모의 오리온 지분 2.66%(15만9000주)를 증여키로 했다.

이 이사장은 이번 추석 가족회의에서 동양그룹 창업주로서 그룹 위기에 책임을 지려고 이런 결정을 내렸다고 동양네크웍스 측은 설명했다. 이번 증여로 동양네트웍스의 부채비율은 6월 말 기준 723%에서 150% 이하로 떨어질 전망이다.

그러나 그동안 그룹을 살리려고 지분 등 사재를 내놓은 현재현 회장 등 동양그룹 오너 일가는 추가로 내놓을 만한 자산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동양그룹의 한 관계자는 "현 회장은 지금까지 대주주로서 책임을 지고 개인 재산을 쏟아부었기 때문에 더는 내놓을 게 없다"고 설명했다.

시장 안팎에선 산업은행 등 일부 채권은행이 다소나마 숨통을 틔워줄 수 있는 자금 지원에 나설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그룹이 핵심 계열사인 동양파워까지 내놓고 이 이사장이 1500억원의 지분 증여 결정을 내리는 등 자체 해결 의지를 보여준 만큼 시장 혼란 최소화를 위해 채권은행도 지원에 나서지 않겠냐는 것이다.

동양그룹 현 회장이 홍기택 산은금융그룹 회장 겸 산업은행장에게 직·간접적인 방식으로 지원 요청의 뜻을 전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까지 채권단은 동양그룹에 대한 추가 자금 지원 불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산업은행의 한 관계자는 "동양그룹에 대한 자금 지원 여부를 검토한 적 없다"며 "우리가 관여할 단계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위기 넘기려면 최소 7천억∼8천억 필요"

시장에선 지분 가치가 최대 1조원에 달하는 동양파워 매각이 성사되면 동양그룹이 이번 유동성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현재 동양그룹 계열사가 발행한 CP는 총 1조1000억원, 채권단 보유 여신은 9000억원 수준에 이른다. 시장에선 일단 7000억∼8000억원의 유동성을 마련해야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안영복 나이스신용평가 실장은 "동양그룹은 최소 7000억∼8000억원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며 "계열사 등 매각을 통해 7000억원 안팎의 자금을 확보하면 CP와 회사채 차환 발행을 함으로써 위기를 넘기는 것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안 실장은 "계열사 중 동양인터내셔널과 동양레저의 CP 문제를 우선 해결해야 한다"며 "중간 지주회사 역할을 하는 두 회사에 문제가 생기면 그룹 전체 경영권이 위협받게 된다"고 지적했다.

동양그룹의 지배구조는 현재현 회장→ ㈜동양→동양인터내셔널→동양시멘트→동양파워→삼척화력발전소, 현재현 회장→동양레저→동양증권 등 순으로 지분을 보유한 형태로 돼 있다.

이 가운데 동양레저는 ㈜동양 지분(보통주 기준) 36.25%, 동양증권 지분 14.8%, 동양파워의 지분 24.99% 등을 보유하고 있다. 동양인터내셔널은 동양증권 19%와 동양시멘트 19%의 지분을 갖고 있다. 지분구조상 동양인터내셔널과 동양레저가 그룹 지배구조를 연결하는 핵심 고리 역할을 하는 셈이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지주회사 격인 동양은 6월 말 현재 부채비율이 650.6%, 차입금의존도 73.9%로 각각 나타나 재무안정성이 매우 취약한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총차입금 1조1천970억원 중 대부분이 단기성 차입금으로 구성돼 상환 등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룹의 중간 지주회사 격인 동양인터내셔널과 동양레저는 작년 말 기준 이미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다. 올해 7월 말 현재 관계사 차입금을 뺀 일반차입금은 각각 4115억원, 3239억원으로 집계됐다. 일반차입금 대부분이 단기성 기업어음(CP)으로 구성돼 유동성 위험이 크다는 분석이다.

동양일보TV

저작권자 © 동양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