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증권 계좌서 이틀간 2조원 인출…유사 '뱅크런'

동양그룹이 유동성 위기에 직면한 가운데 핵심 계열사인 동양증권에서 고객 이탈 움직임이 가속화하고 있다.

여타 계열사의 부도설이 전이되면서 불안해진 투자자들이 잇따라 종합자산관리계좌(CMA)와 주가연계증권(ELS) 등을 해지하고 펀드를 환매한 탓이다.

24일 동양증권 전국 영업점은 개장 직후부터 예탁금을 찾으려는 고객들로 장사진을 이뤘다.

고객이 일시에 몰리면서 대기인 수가 100명을 훌쩍 넘겨 2∼3시간씩 순서를 기다리는 경우가 다반사였고, 현재 가입돼 있는 금융상품의 원금 보장 여부 등을 묻는 전화도 빗발쳤다. 일부 지점에선 ATM기기의 현금이 바닥나는 상황도 벌어졌다.

한 투자자는 "이체한도가 낮아서 한 번에 다 뺄 수 없었던 까닭에 어제오늘 두 번에 나눠 옮겼다"면서 "주식도 다른 증권사에 계좌를 개설해 넘길 생각"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투자자는 "동양증권에서 발행한 주가연계증권(ELS)로 전 재산을 운용하고 있는데 손실을 많이 보고 환매를 해야할지, 회사가 정상화되는지 지켜볼지 고민돼 잠도 못 잤다"고 하소연했다.

동양증권 CMA 통장을 갖고 있다는 주부 이모(30)씨는 "안전하다고는 하는데 괜히 불안해하느니 정리하는 게 나을 것 같아 오늘 아침 전액을 이체했다"고 말했다.

현재 해외여행 중이고 보안카드도 갖고 있지 않은 탓에 인출을 하려 해도 방법이 없어 발만 구르고 있다고 인터넷을 통해 토로하는 고객도 있었다.

'뱅크런'과 유사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금융당국 등에 따르면 전날인 23일부터 이날까지 이틀간 동양증권 계좌에서 인출된 금액과 펀드환매액이 2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다른 한편에선 과도한 반응이란 지적이 나온다.

동양증권 주식을 보유한 한 투자자는 "동양증권은 지난 10년 연속 흑자를 달성한 우량기업"이라며 "동양그룹 일부 계열사가 부도가 난다고 해도 동양증권까지 위험하다는 건 난센스"라고 주장했다.

회사측도 투자자들의 불안을 진정시키는데 총력을 다하고 있다.

동양증권은 홈페이지 팝업창을 통해 CMA 자산과 주식, 위탁예수금, 펀드, 신탁 및 채권은 모두 별도의 공기업 및 우량기관에 보관되고 있어 100% 보호가 된다고 밝혔다.

동양증권은 이어 "단순히 불안심리로 자산을 인출하면 약정이자를 받지 못하거나 원금손실을 입는 등 직접적 손해를 입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금융당국도 진화에 나섰다.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동양증권 고객들의 고객예탁금 인출 사태에 대해 "동양증권은 우량회사여서 고객들이 동요할 이유가 없다"고 당부했다.

신 위원장은 이날 오후 여의도 국제금융센터에서 자산운용사 대표들과 가진 간담회 이후 "동양증권이 시장 안정과 연결돼 있으나 종합자산관리계좌(CMA) 등의 자산이 안정적으로 관리되고 있어 환매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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