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연기 (한국 교통대 교수)

지난달 27일 교육부는 대입전형 간소화 및 대입제도 발전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개편안에 따르면 문·이과 구분을 전면 폐지하고 모든 학생이 공통으로 국어, 영어, 수학, 사회, 과학, 그리고 추가로 한국사를 필수로 응시해야 한다. 수학은 현행 문과형(수리 나형, 2014년도-수학 A형)으로 단일화하고 사회와 과학은 내년부터 고교에 도입되는 공통사회 성격의 ‘사회’와 융합과학인 ‘과학’과목에서 출제하게 된다. 논란이 되고 있는 문·이과 폐지안의 목표는 학생들의 균형 잡힌 학습을 통해 창의적이고 융복합적인 인재 양성에 있다고 하였다. 그러나 예비 수험생들, 학부형, 일선 교육 관계자들은 융합적인 인재 양성과 같은 교육적 목표보다는 변화된 대입제도에 어떻게 적절히 대응하여 원하는 대학에 무탈하게 진입할 수 있는지의 여부만을 고민하고 있는 실정이다.

교육은 백년대계(百年大計)이며 이 중 대입제도는 사회를 이끌어 나갈 지성인 집단을 양성하기 위한 근본이 됨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그래서 미국의 SAT (Scholastic Aptitude Test), 프랑스의 바칼로레아(baccalaureat), 독일의 아비투어(Abitur)등은 오랜 전통을 자랑하는 해당 국가의 대표적인 대입 제도로서 변함없는 공신력을 자랑하고 있다. 참고로 미국의 SAT는 1926년, 바칼로레아는 1808년, 아비투어는 1788년에 만들어진 제도이며 시행중 약간의 변화만 있었을 뿐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대학 입학시험이 예비고사란 이름의 국가주관 시험으로 시행된 1969년 이래로 지금까지 38번이 바뀌었는데 이는 거의 1~2년에 한 번씩 대입 제도를 변경한 셈이 된다. 지금의 수능이라고 불리는 수학능력시험은 암기식 위주의 지식을 묻는데 그쳤던 대학입학 학력고사의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수험생들의 다양한 독서경험과 논리적 추론 능력을 측정하고자 1991년에 확정하고 1993년 시행된 제도이다. 수능에 대한 여러 가지 의견이 있을 수 있지만 시행 초기 과거 학력고사에 비해 나름 세련된 형태의 시험이었다고는 평가를 받았던 것으로 안다.

그러나 계속되는 수능시험 제도 변경으로 인해 지금의 수능이 과거 1980년대의 암기식 지식 측정 위주의 학력고사와 얼마나 차별성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든다. 심지어는 이미 일본에서 심각한 후유증을 겪고 있는 이른바 유토리 교육이라는 이름의 ‘쉬운 교육’이 우리나라에서는 수험생 부담 완화와 사교육 경감이라는 미명하에 ‘쉬운 수능’으로 이어져왔었다. 게다가 EBS 교재에서의 수능 출제 비율을 밝혀야만 하는 어처구니 없는 상황은 납득할 수가 없는 아이러니이다. 그간 수능제도 변경과정에서 진정으로 사회에서 필요로 하는 인재의 양성이나 대학 교육 이수를 담보하기 위한 자격시험으로서의 대입제도에 대한 고민 보다는 ‘대학입학’의 유불리나 사교육에 따른 부작용 완화와 같은 본연의 목적과는 벗어난 담론으로 고민하였다고 한다면 필자의 지나친 의견일까?

또한 수능시험을 포함한 입시제도 수립 과정에 있어 대학이 적극적으로 참여했는지에 대해서도 돌이켜볼 필요가 있다. 고교에서 대학으로의 진학률이 70%를 상회하는 현 상황에서 대학교육과의 연계성을 고려한 수능시험 개편 및 그에 따른 고교 교육과정 개편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대학 입시에 있어서 대학은 더 이상 통제의 대상이 아니기에 대학은 입시를 공동으로 시행하는 주체로서 무거운 책임감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하고 개선 방향을 제시해야만 한다.

한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교육부 장관은 대입제도가 온 국민의 관심사이고 중등교육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제도를 어떻게 만들지에 대한 고민이 많으며 학생들의 수험 부담 완화와 예측 가능성, 학교 교육 정상화라는 방향에서 대입 제도를 검토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교육부 장관의 고민의 정도와 입시 개선 방향에 대해 이견이 있을 수 없을 것이다. 다만 그 고민이 수험생, 대학과 고교를 포함한 교육 주체, 학부모 모두가 공감하고 자랑스러워 할 수 있는 지속가능한 수능 정책과 제도로 구현되었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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