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 대선개입 의혹 수사 당시 경찰 수뇌부의 부당한 개입이 있었다고 폭로한 권은희 전 서울 수서경찰서 수사과장(경정·현 송파경찰서 수사과장)이 조직 차원에서 공식 경고를 받게 됐다.

서울지방경찰청은 26일 "권 과장이 언론 인터뷰 시 사전 보고토록 한 지시를 이행하지 않았고, 사건 관련 재판이 진행 중임에도 개인적 판단과 견해를 발표한 행위에 대해 엄중 경고하기로 했다"며 "오늘 중 서면 경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권 과장은 최근 한 신문사와 공식 인터뷰에서 지난 4월 언론에 수사 외압 의혹을 제기한 이후 심정을 토로했다. 인터뷰 내용은 전날 해당 신문에 실렸다.

서울경찰청은 권 과장의 언론 인터뷰가 관련 절차를 지키지 않은 점 외에 해당 보도에 실린 권 과장의 발언 가운데 일부의 성격도 문제삼았다.

서울청은 권 과장이 "국정원과 서울청이 하는 말이 똑같은 것을 보고 문제가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3각 커넥션' 의혹을 제기한 점, 경찰 수사의 문제점을 내부적으로 이야기하려 노력했느냐는 질문에 "경찰 내부에서는 공식적으로 말할 절차도 없고 이야기하도록 놔두지도 않는다"고 한 점은 부적절했다고 지적했다.

서울청 관계자는 "국민 이목이 집중된 사건의 재판이 진행 중임에도 개인의 추측과 판단이 언론에 보도되도록 한 점은 매우 부적절했다"며 "앞으로 언론 인터뷰를 객관적이고 정확한 증거와 자료를 바탕으로 절차에 따라 할 것을 강조하려는 조치"라고 설명했다.

권 과장이 이른바 '내부 폭로'로 경찰의 수사 공정성에 문제를 제기해 파문을 일으킨 후 언론과 접촉하면서 폭로의 정당성을 주장해 온 터라 서울청의 이번 경고는 그에 대한 '손보기' 차원이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경찰 관계자는 "권 과장의 폭로와 이번 경고는 무관하다"며 "경찰 간부면 누구나 지켜야 할 보고 의무를 지키지 않은 데 대한 조치일 뿐"이라고 말했다.

경고는 징계에 포함되지 않아 인사기록카드에 기재되지 않고 1년이 지나면 기록이 자동 삭제된다. 다만 1년 안에 경고를 3차례 이상 받으면 징계위원회에 회부돼 징계 여부가 결정된다.

권 과장은 경찰의 국정원 사건 수사 발표 직후인 지난 4월 국정원 직원의 대선개입 의혹 사건 수사 과정에서 김용판 당시 서울청장이 수사 축소와 은폐를 지시했다고 주장해 큰 파문을 일으켰다.

권 과장은 이번 조치에 대해 "정상적인 계통을 밟아 보도가 나오기 전날인 24일 서울청 각 부서에 인터뷰 사실을 보고했다"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동양일보TV

저작권자 © 동양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