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벽 붕괴·성곽 균열·배부름 현상·지반 침하 심각
문화재 유실·관광객 안전 위협…총체적 안전진단 시급
과도한 4대강 준설공사 지형변화·관리부실 등 원인 논란

사적 12호 공주 공산성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에 적신호가 켜졌다.

공주시가 추진하는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앞두고 일부 성벽이 붕괴되고, 지반이 내려앉거나 성곽 배부름 현상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성벽 붕괴는 1987년과 1994년에 이어 세 번째다.

이 같은 현상으로 인해 문화재 유실에 대한 우려는 물론 관광객의 생명도 위협받고 있어 총제적인 안전 진단이 시급한 상태다. 
특히 붕괴 원인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어 근본적인 원인규명과 함께 대책마련이 요구되고 있다.

동양일보는 공산성의 붕괴 상태 등의 현상과 원인에 대해 살펴보고, 관계 당국의 대책 등에 대해 알아봤다.

●공산성은
지난 15일 공주시 산성동 공산성 금서루 일원에서 옛 백제군 복장의 병사가 ‘웅진성 수문병 교대식’ 모습을 재현하고 있다. 웅진성 수문병 교대식 재현행사는 지난 4월 20일~10월 26일까지 매주 토요일과 일요일 오전 11시~오후 5시까지 진행된다.     공산성은 백제시대 도읍지인 공주를 방어하기 위해 축성된 산성(山城)이다. 백제 때 웅진성으로 불렸다가 고려시대 이후 공산성으로 불리게 됐다.

백제 문주왕 1년(475년) 한산성(漢山城)에서 웅진(熊津)으로 천도했다가 성왕 16년(538년) 부여로 천도할 때까지 5대 64년 동안 백제 도성 이었다.

이후 조선시대까지 지방 행정의 중심지였던 곳으로, 역사적 가치가 크고 연구할 가치가 있는 중요한 유적이다.

해발 110m인 공산의 정상에서 서쪽의 봉우리까지 에워싼 포곡식(包谷式) 산성이며, 성의 둘레는 2450m다.

평면으로는 동서 800m, 남북 400m 등 사방에 석벽이 남아있다. 원래 흙으로 쌓은 토성이었으나 조선 중기에 석성으로 개축됐다.

동쪽과 서쪽 성벽은 2.5m 돌로 쌓았는데 전면만을 석축 했으며, 내면은 토사·잡석으로 다져 붙였고 넓이는 3m다.

동쪽 성벽 밖에 토성이 있으나 높이는 무너져 알 수 없고, 넓이는 3m다. 서쪽 성벽은 본래 토축(土築)된 위에 돌로 쌓아 외면만을 4m 높이로 축조했다.

지금은 원형을 알 수 없는 서문터(현재 통로) 남쪽은 넓이 4.5m, 높이 3m의 석재로 쌓았다. 남쪽에 남문터(현재 진남루)가 있다. 진남루 앞의 넓은 터는 백제의 궁터이고, 공북로 윗부분은 건물터로 추정된다.

성 안에는 후대에 세워진 영은사·광북루·쌍수정·연못터 등이 남아 있다.  

연꽃무늬 와당을 비롯해 백제 기와·토기 등의 유물들과 고려·조선시대 유물들이 많이 출토됐다.

백제 멸망 직후 의자왕이 잠시 머물기도 했으며, 백제부흥운동의 거점지이기도 했다. 통일신라시대에는 김헌창의 난(822년)이 일어나기도 했고, 조선시대 이괄의 난(1623년)으로 인조가 피난했던 곳이기도 하다.

지난 1963년 1월 21일 사적 12호로 지정됐다.

●성곽 곳곳 균열 심각
지난 15일 오후 무너진 공주시 산성동 공산성 성곽을 방수포로 덮고, 안전휀스를 설치하고 있다. 최근 금강을 접한 공산성 성곽(성벽)에서 어른 주먹이 들어갈 정도로 곳곳에서 균열이 진행되고 있고, 공북루 주변은 강가주변의 지반침하 현상과 함께 성곽 배부름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공산성 안에 위치한 공북루 기둥들도 썩고 뒤틀려 언제 주저앉을지 모르는 위험한 상태다.

이에 따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가 난관에 봉착했다.

동양일보가 지난 8월 19일 ‘공주 공산성이 무너지고 있다’란 제하의 기사 보도이후 학계를 비롯해 관련기관과 정치권 등에서 관심을 갖고 실태 파악에 나서는 등 지역의 이슈로 떠올랐다.

지난 달 28일 심상정 정의당 대표와 소속 의원,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민주당 박수현(공주) 의원, 4대강 사업 국민검증단이 긴급 방문한데 이어 지난 2일과 9일 안희정 충남지사, 변영섭 문화재청장 등도 찾았다.

심 대표는 “4대강 사업에 의한 모래 준설로 수심이 깊어지면서 하안 침식현상이 일어나 지반 붕괴를 불러 왔다”고 주장했다.

변 청장은 “내년 1월에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위한 실사를 받아야 하는데 16곳이나 문제가 발생했다면 큰일 아니냐”며 등재의 차질을 우려했다.

이태묵 공주시 시민국장은 “지난 1970년 대대적인 정비 이후 순간순간 나타나는 배부름 현상에 대해 수리했으나 오래되다 보니 자꾸 문제가 발생한 것”이라고 말했다.

●성벽 석축 3번째 붕괴
공산성 성벽 등에서 배부름과 균열, 지반 침하 현상이 진행되는 것과 관련, 각계에서 원인규명에 나선 상황에서 일부 성곽(성벽)이 무너져 내려 공주시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지난 14일 오전 10시 50분께 공산성 공북로 인근 성벽 일부(폭 8~9m·높이 2.5m)가 금강교 쪽으로 무너져 내렸다.

시는 13일 밤부터 14일 새벽 사이 쏟아진 폭우(강수량 81㎜)로 성벽이 무너진 것으로 보고 있다.

이태묵 시민국장은 “많은 비로 지반이 약화된 상태에서 성곽 내부에 빗물이 침투해 무너진 것 같다”며 “지난 1987년과 1994년에도 많은 비가 내려 성곽 일부가 붕괴된 적이 있다”고 설명했다.

공학박사로 대한주택공사 사장을 지낸 오시덕 전 국회의원은 16일 붕괴현장을 찾아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오 전 의원은 “원래 토성이었던 것을 조선시대 석성으로 개축하면서 그 기초에 문제가 있는 것 같다”며 “벌목으로 인한 지반 침식, 성벽 주변의 조명공사 등으로 인해 지반으로 빗물이 스며들면서 점차 지반이 약해졌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이어 “귀중한 문화유산인 공산성을 보존하기 보다는 관광 및 활용에 중점을 두고 개발하다보니 이 같은 문제점들이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시는 추가 붕괴를 막기 위해 무너진 성벽을 방수포로 덮고 안전펜스를 설치하는 등 시민들의 안전사고에 대비하는 긴급복구와 함께 정밀진단을 통한 원인분석에 나섰다.

시는 공산성 금서루 일원의 일부 배부름 현상으로 인한 추가 붕괴 가능성이 있다는 전문가의 의견에 따라 인명피해 예방을 위해 지난 20일부터 금서루를 비롯한 공북루, 만하루 구간에 대한 출입을 통제했다.

●붕괴원인 ‘갑론을박’
 지난 14일 공주시 산성동 공산성(사적 12호) 성곽일부가 무너져 내린 모습. 무너진 성곽의 폭은 8m, 높이는 2.5m다.최근 잇따라 발생한 공산성의 성벽 배부름과 균열, 지반침하 현상, 붕괴 등의 원인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한 쪽에서는 ‘4대강 사업을 위한 과다한 하천 준설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다른 한 쪽에선 ‘오래된 석축에 빗물이 흘러들었기 때문’이라며 맞섰다.

지난 25일 민주당 박수현(공주) 의원 주최로 공주문화원에서 열린 ‘공주 공산성 보존 종합대책 마련을 위한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은 성벽 붕괴 원인을 놓고 설전을 벌였다.

황평우 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 소장은 “4대강 사업을 추진하면서 문화재 지표조사의 부실로 많은 문화재가 훼손됐다”며 “공산성 붕괴도 4대강 사업의 과도한 준설 공사로 인한 지형변화와 관리부실 등이 중요한 원인일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황 소장은 “민·관 합동으로 조사단을 꾸려 붕괴 원인을 공개적이고 투명하게 규명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정찬호 대전대 지반방재공학과 교수는 “붕괴 원인 규명은 지반침하나 변형과 같은 지반공학적 측면에서 이뤄져야 한다”며 “금강 하천수의 수압에 의한 영향, 지하수 영향, 공산성 지역의 지질학적 요소, 부실공사로 인한 성곽 배부름, 배수시설의 불량 등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반박의 목소리도 높았다.

김인 대전지방국토관리청 하천국장은 자체조사 결과를 설명하면서 “공산성은 4대강 준설 위치에서 100m 이상 떨어져 있고, 준설 역시 퇴적토를 걷어내는 수준 이었다”며 “4대강 사업은 공산성 붕괴와 관계가 없다”고 못 박았다.

허재영 대전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공산성 붕괴가 지반침하에 의한 슬라이딩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며 “그 원인이 4대강 때문인지 아닌지는 정확하게 단정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허 교수는 “다만, 그렇다고 해서 국토부가 4대강 사업과의 관련성에 대해 아예 검토조차 하지 않고 부인만 하는 것은 옳지 못한 태도”라고 지적했다.

이유범 문화재청 보존정책과장은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고 붕괴원인을 규명하고, 앞으로 문화재를 최적 상태로 보존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특히 이번 사고가 공산성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에 걸림돌로 작용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양흥모 대전충남녹색연합 사무처장은 공산성 붕괴에 대한 국토부와 문화재청, 지방자치단체 등의 사전예방·사후관리 미흡, 적절한 대처 부족 등을 지적하고, 정부와 지자체, 시민단체 등이 함께 참여해 붕괴원인 규명과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박경구 충남도청 문화재과장은 “붕괴원인을 철저하게 규명하고 그 결과에 따라 복구대책을 세우겠다”며 “이번 사고를 문화재 관리시스템 개선의 계기로 삼겠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붕괴의 정확한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선 지반변화, 지질, 지하수, 수압 등 지반침하를 일으킬 수 있는 원인에 대한 종합적인 조사가 반드시 필요하다”며 “그래야만 붕괴원인을 정확히 밝혀낼 수 있고 복구방안 마련 등 근본적인 대책을 세울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박 의원은 “이번 성벽 붕괴사고로 공산성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에 차질이 발생하지 않도록 당국은 추가적인 붕괴를 방지하고 서둘러 복구 작업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공주시 비상체제 돌입
시는 성곽 붕괴로 인한 피해확산 방지와 문화재 보존·관리를 위한 비상체제에 들어갔다. 신속한 대응체계 구축을 위해 지난 17일부터 복구 완료시점까지 ‘공산성 보존대책 종합상황실’을 운영한다.

종합상황실은 행정지원팀과 긴급복구팀, 대외대응팀 등 3개 팀 12명으로 구성됐다.

행정지원팀은 관계기관 간 협조와 피해복구·안전진단 추진에 따른 예산·행정지원을, 긴급복구팀은 피해원인규명과 안전점검 현지조사단 운영, 피해지역 응급복구를, 대외대응팀은 추진상황 대외 홍보·전파 등의 업무를 담당한다.

시는 이번 종합상황실 운영을 통해 추가 피해를 방지하기 위한 긴급복구를 실시하고 붕괴원인을 꼼꼼히 파악해 대처방안을 마련하는 등 문화재 안전관리에 집중할 방침이다.

시는 문화재청으로부터 4억7000만원의 예산을 지원받아 붕괴 원인을 밝히기 위한 정밀조사도 실시한다. 현재 1억4600만원의 예산을 확보한 상태며, 예산을 추가로 확보해 지반조사 등을 포함한 조사를 진행하게 된다.

고정우 시 문화재관리담당은 “10월 초 국립문화재연구소의 성곽배부름 현상에 대한 진단이 마무리될 예정으로, 이를 기초자료로 활용해 앞으로 2년 동안 정밀조사를 벌이게 된다”며 “정밀조사를 해 봐야 성벽 붕괴원인과 대책, 그에 따른 보수방안이 나올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공주/류석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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