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훈(충북 생생연구소장)

요즘 청주와 청원 곳곳에서 개최되는 행사에 가면 빠짐없이 나오는 것이 내년 7월 1일 발족하는 통합청주시에 대한 언급이다. 통합에 따른 기대와 그에 대한 발전적 대안에 대한 내용이면 좋겠는데 아쉽게도 주로 누가 통합을 이루어 낸 주역인가가 초점이다. 내년도 지방선거가 있다 보니 그것을 의식한 것이기는 하지만 정도가 지나치다. 무엇이든 지나치면 문제가 생긴다. 통합이 정말 현 단체장들의 노력으로 됐다고 해도 지나치면 반발이 나올  텐데 실상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잘 알고 있으면서도 일방적으로 공치사를 하는 것은 점잖지 못한 일이다. 대체로 지역 발전 과제는 여야가 모두 같은 입장을 갖고 있기 때문에 지나치게 공치사를 할 일이 아니다. 왜냐하면 지역 발전 과제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다보면 정치적 입장을 달리 하는 사람들의 동참과 협력을 구하기 어렵게 되기 때문이다. 가령  6.2 지방선거 때 청주, 청원통합에 대해서는 새누리당에서도 통합을 공약으로 내 걸었고 심지어 통합에 반대하는 청원군 의원들은 공천에서 배제하기까지 했다. 같은 입장의 지역발전 과제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다 보면 정치세력간의 갈등이 생기고 그것이 각각의 정치권을 지지하는 주민들에게도 영향을 주어 결국 지역이 내부적으로 갈라지고 가진 역량을 제대로 활용하기 어려워진다. 일보 양보해서 국회의원들과 같이 정치를 주업으로 하고 있는 사람들이야 정치인이니 좀 너그럽게 봐 줄 수 있지만 지역 발전을 위해서 여야 모두의 협조를 얻어야 할 단체장들이 그런다면 지역 발전을 위해 도움이 되지 않는다. 단체장들이 절대적으로 피해야 할 금기사항인데 어느 누구도 그런 것을 지적하지 않아 안타깝다.

가장 비근한 예가 통합과 관련된 예산 확보 문제다. 현재 통합관련 단체장들과 민주당은 통합에 따른 행정전산망 통합 등 통합으로 인해 불가피 하게 소요되는 예산을 중앙정부가 지원해 주지 않는다고 비난하고 있다. 그런데 과연 단체장들이 자신들이 해야 할 역할을 최선을 다해 했는지 의심스럽다. 얼마 전 여당의 충북 출신 4선의원은 자신이 예산을 관장하는 예결위원인데 최근까지 통합과 관련된 예산을 지원해 달라는 얘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고 하면서 적어도 자신을 포함한 충북 지역 새누리당 의원들에게 도움을 요청했어야 하는데 그런 노력조차 한 적이 없으면서 여당을 비판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놀라운 얘기다. 왜 그 의원에게 부탁을 안했을까? 통합에 꼭 필요한 예산이라서 여당의원에게 부탁을 안 해도 정부가 지원을 할 텐데 굳이 여당 의원들에게 부탁해 혹시라도 반영이 되면 여당의원이 공치사를 할 것이 싫어서였을까? 하여간 잘 모르겠다.

제발 통합청주시와 관련해 더 이상 생색내기는 그만 했으면 좋겠다.

중요한 것은 통합 이후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이다. 솔직히 말 해 통합이 된다고 갑자기 달라지는 것은 없다. 청주시가 광역시가 되는 것도 아니고 외부에서 엄청나게 돈이 들어와 경제적인 형편이 나아지는 것도 아니다. 행정적인 통합을 준비하는 예산이야 지원되겠지만 그 정도 예산 지원된다고 해서 지역 발전에 큰 도움이 되지는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

 
최근 세종시와 대전시를 다녀오신 분으로부터 세종시가 하루가 다르게 무섭게 발전하고 있고 세종시의 성장에 따라 대전시도 더불어 발전하고 있는 모습에 두려움을 느낀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이제 통합청주시를 어떻게 발전시킬 것인지에 대해 지역 역량을 경주했으면 한다. 제대로 된 통합시 발전방안을 마련하지 못한다면 청주는 대전시나 세종시의 변방도시로 처질 가능성도 있다.

커다란 반대를 물리치고 어렵게 이루어 낸 통합인데 통합 청주시가 멋지게 발전하지 못한다면  통합을 적극적으로 추진했던 사람들은 역사의 죄인이 될 것이다. 그런 죄인이 되지 않기 위해서도 지역 역량을 모아 통합청주시를 중부권 핵심도시로 우뚝 서게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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