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암 허준’ 최완규 작가

“시청률은 나름 잘 나왔지만 저로서는 아쉽죠. 새 작품을 준비할 수 없는 촉박한 상황에서 리메이크를 택했기 때문에 작가 입장에서 100% 마음에 들었던 것은 아닙니다.”

지난 9월 27일 막을 내린 MBC 일일 사극 ‘구암 허준’의 최완규(사진·49) 작가는 이같은 솔직한 종영 소감을 내놨다.

MBC가 KBS 1TV ‘뉴스 9’와 전면 대결을 선포하며 야심 차게 밤 9시대 일일극으로 방송한 ‘구암 허준’은 파격적인 편성이라는 점에서나 사극의 ‘스테디셀러’인 허준의 일대기를 다뤘다는 점에서 여러 화제를 낳았다. 그러나 이 드라마의 마지막 회 시청률은 전국 기준 8.7%(닐슨코리아). 비록 새로운 시간대에 편성됐다는 약점이 있긴 했지만 지난 1999~2000년 대히트한 MBC 월화극 ‘허준’을 생각하면 아쉬운 성적이다. 지난달 30일 중구 을지로에서 그를 만났다. “사실 일일극은 좀 ‘센’ 내용을 하는 경향이 있죠. 하지만 오후 7시에 일일극을 내보내고, 또 9시에도 비슷한 내용을 하기가 부담이 되지 않겠습니까? 온 가족이 볼 수 있는 내용을 선보여야 했죠.” 최 작가는 “꽉 짜인 스토리 라인을 일일극으로 하기엔 시청자에게 불편한 면도 있던 것 같다”면서도 “다른 패턴의 일일극을 시도했고, 이것이 계속 이어질 수 있는 바탕을 마련했다”고 의의를 짚었다.

지난 1993년 MBC 베스트 극장 ‘재미없는 사랑, 재미있는 영화’로 데뷔한 그는 올해로 펜을 든 지 20년을 맞았다. 그동안 ‘허준’을 비롯해‘빛과 그림자’(2011~2012) 등 그의 손을 통해 대박난 작품만 여럿이지만, 그는 그동안 언론과의 인터뷰에 쉽사리 응하지 않았다.

특히 이병헌·송혜교를 한류스타로 만든 히트작 ‘올인’ 당시에는 고민이 많았다고 토로했다. ‘허준’·’상도’에서 올곧은 인간 군상을 설파한 그가 MBC에서 SBS로 터를 옮겨 쓴 첫 작품이 갬블러를 다뤘기 때문.

그는 ‘귤이 회수를 건너면 탱자가 된다’는 말을 꺼내며 “당시 내 기획 의도는 아주 재미있는 오락물을 만들자는 것이었다”며 “대중이 보고 즐기는 측면에서 어느 정도의 성과를 거뒀다. 한 평론가가 ‘탱자가 아니라 감이나 사과가 됐다’고 칭찬한 게 떠오른다”고 돌아봤다.

‘히든’이라는 제목으로 추진 중인 이 작품은 현재 캐스팅을 진행하고 있다. 드라마는 단순한 갬블러의 이야기를 넘어 재일동포들이 조총련을 택하게 했던 격동의 근현대사를 묵직하게 담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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