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은순(문학평론가)

 작년 가을 황산에 가서 느낀 감흥이 커 언제부터 장가계 여행을 벼르고 있었는데 마침 청주공항에서 직항 전세기로 장가계에 갈 기회가 생겼다. 직항기를 타고 가면 장가계 공항에 직접 도착하여 관광을 할 수 있기 때문에 편리하고 훨씬 여유 있는 시간을 보낼 수 있단다. 9월 말, 지역 방송사에서 주관하는 문화탐방코스의 일원으로 장가계 여행을 떠났다. 저녁 비행기로 출발해 비행 시간은 세 시간 정도, 한국과 시차가 한 시간 나는 장가계 공항에 밤 10시가 넘어 도착해 늦은 밤 호텔에 들었다.

 장가계는 인구 180만 정도 되는 시로 1982년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었고 1992년에는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된 곳으로 우리나라 70년대와 비슷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거의 한국사람 일색인 호텔 식당에서 아침 식사를 하고 첫 번째 코스로 대협곡 트래킹을 떠났다. 가파른 계곡으로 난 계단을 한없이 내려가더니 이어서 대리석으로 만들어진 미끄럼틀을 타고 내려가 한 시간 반 정도의 계곡을 걷는 코스였는데 오랜만에 깊은 계곡에서 미끄럼틀을 타며 환호작약하는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다음 코스는 천문산. 가기 전부터 세계에서 제일 길다는 케이블카에 대해 기대감이 많았는데 길이 7.45킬로미터 높이 1270미터인 케이블카는 장가계 시내에서 출발해 시내 주택가 위를 지나 천문산 정상까지 이어져 편도 35분이 소요되었다. 느긋하게 케이블카에서 장가계의 혼이라 불리는 해발 1518m의 천문산을 관망하며 새삼 중국대륙의 큰 스케일을 실감할 수 있었다.

 케이블카에서 내려 해발 1400미터의 절벽에 길을 붙여 만들어 스릴을 느낄 수 있는 귀곡잔도를 걷게 되었다. 가파른 산등성이에 폭 50m정도로 길을 내 오죽하면 귀신들이 다닌다고 해서 귀곡잔도로 불리는 그곳은 20년이나 걸려 완성되었을 정도로 힘든 공사였음을 실감할 수 있었다. 아래를 바라보면 아찔한 절벽이라 이런 코스를 개발한 중국인들에 대해 경외심 마져 품을 정도였다.

 귀곡잔도를 돌아 나오자 천문사라는 큰 절이 우릴 기다리고 있었다. 우리 불교와는 다소 양상이 다르지만 높은 산중에 지어진 사찰에서 웅장한 중국사찰의 면모와 천문산의 정기가 오롯이 서린 성지라는 느낌을 충분히 받을 수 있었다.

  다시 케이블카를 타고 천문산 중간지점까지 내려가 셔틀 버스를 타고 ‘통천대로’라 일컫는 아슬아슬한 99개의 고갯길을 돌아 ‘하늘에 이르는 문’이라는 뜻을 지닌 천문동에 도착했다. 너무도 장엄하여 말문이 막힐 정도였다. 작년에 황산에 갔을 때 이런 기막힌 산이 있나 싶어 뭉클한 감동을 받았었는데 이번 천문동에서의 느낌은 그때와는 또 다른 감동이었다. 한동안 말을 잃고 천문동으로 이어지는 999개의 계단을 바라보다 다시 산 아래를 바라보며 신선들의 터전이었음직한 그곳의 신령스런 기운을 느끼고 또 느꼈다. 이런 자연이 있었기에 중국대륙의 심오한 철학이 나올 수 있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녁에 “천문호선”이라는 제목의 뮤지컬을 보게 되었다. 그동안 보아온 비슷한 쇼겠거니 하고 망설이다 보게 되었는데 안 보았더라면 큰 후회를 할 뻔했다. 천문산을 배경으로 야외에서 진행되는 뮤지컬은 베이징 올림픽 개막식을 감독했던 장예모 감독이 기획, 연출한 작품으로 한시간 반 정도 이어졌고 그야말로 난생 처음 보는 기막힌 장관과 감동을 주는 쇼였다. 수백 억원을 들여 기암괴석이 어우러진 천문산 협곡 자연무대에서 완벽한 조화를 이룬 무대장치와 수만개의 조명과 수백명에 이르는 출연자와 음악이 어우러진 장엄하고 웅장한 한편의 뮤지컬이었다. 한국어 자막이 나와 이해가 쉬웠고 천문산의 나무꾼과 여우의 사랑을 그린 내용으로 이 세상에 태어나 제일 감동을 받은 쇼였다.

 이튿날 이어진 영화 “아바타”의 촬영지인 원가계의 전혀 실제라고 믿을 수 없는 장엄한 풍경, 산체를 관통하는 백룡엘리베이터, 십리길이 마치 화랑 같다 해서 붙여진 이름의 십리화랑계곡. 오래 전 바다밑이었다는 석회암 용암동굴인 황룡굴은 그 안에 배가 다닐 정도로 큰 규모를 자랑하고 있었다. 중국 여행은 갈 때마다 색다른 감동을 제공한다. 이번 장가계 여행에서 얻은 호연지기로 한동안 의연함을 잃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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