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희(강동대학교 교수)

 지금 세월은 많이 행복한 시대이다. 과거에 비하면 모든 것이 풍족하고 행복한 세상이다. 먹을 것이 없어서 힘들게 살던 보릿고개 시절을 포함하여 70년대의 통일벼 시대 등등 먹을 것이 없어서 힘든 시절이 엊그제 이다. 그런데 지금은 넘쳐나는 먹거리로 인하여 쌀의 활용방법에 대하여 국가적으로 연구를 하고 있다. 없던 시절은 없어서 국가차원에서 고민과 연구를 하였고 지금은 넘쳐나서 활용방법과 저장방법에 대하여 고민을 해야 한다. 현 시대는 넘쳐나는 인스턴트 식품과 다양한 분식 및 육류의 풍성한 먹거리로 인하여 다이어트가 국민 최대의 화두이다. 그래도 없어서 배고프고 힘든 시절을 잊지 않고 열심히 살았기 때문에 오늘의 풍성한 행복을 맛볼 수 있는 것이다. 인간이 추구하는 최고의 행복은 먹는 기쁨이다. 짐승도 아니고 동물적 욕구이지만, 아주 기본적인 식욕이 이루어져야 생명력도 이어가고 생각도 하고 이웃사랑도 실천할 수 있다. 요즘은 시대적으로 쌀화환을 이용하여 이웃사랑을 실천하는 사람들도 있어 화제의 주인공이 되기도 한다.  따라서 오늘은 인간의 기본적인 먹거리인 쌀에 대하여 생각해보고 행복한 맘으로 이 풍성한 가을을 만끽해 보자.

  보릿고개란 무엇인가? 햇보리가 나올 때까지의 넘기 힘든 고개라는 뜻으로, 묵은 곡식은 거의 다 떨어지고 보리는 아직 여물지 아니하여 농촌의 식량 사정이 매우 어려운 때를 비유한 말로 보릿고개가 태산보다 높다는 속담도 있다. 보릿고개는 시기적으로 보아 보리가 미처 여물지 않은 5 ~ 6월(음력 4 ~ 5월)경이며, 춘궁기(春窮期) 또는 맥령기(麥嶺期)라고도 한다. 지금은 경제성장과 함께 농가소득도 늘어나 보릿고개라는 말이 옛말이지만, 일제강점기부터 195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연례행사처럼 농촌의 빈곤상(貧困相)을 절실히 나타내는 말이었다. 따라서 이 시기에는 풀뿌리와 나무껍질(草根木皮) 등으로 끼니를 잇고 걸식이나 빚 등으로 연명할 수밖에 없으며, 수많은 유랑민이 생기고 굶어 죽는 사람 또한 많았다. 이 때 식량이 궁핍한 농민을 춘궁민 또는 춘곤민(春困民)이라 하였다. 추수기 전에도 피고개(稗嶺)라 하여 식량궁핍기가 있었고, 식량이 떨어진 농민을 추궁민 또는 추곤민이라 하였다. 그러나 그 기간의 길이와 심각성에 있어 보릿고개가 피고개보다 훨씬 심했다.

   한편 1960년대 초까지만 해도 초근목피로 연명하여 부황증(浮黃症)에 걸린 농민들이 있었으며, 우리나라가 보릿고개에서 벗어나기 시작한 것은 1960년대 후반 경제개발 5개년계획 실시 이후이다. 1963년 이후 공업국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단기적으로 미국 등에서 식량을 수입하여 양곡부족을 해결하였다. 이후 중·장기적으로는 통일벼와 같은 신품종개량과 비료, 농약의 공급확대 등으로 식량증산과 자급자족을 도모 농민의 소득증대와 생활환경 개선을 통하여 서서히 보릿고개도 사라졌다. 쌀 자급화 시기는 1976년 3000만석, 다음해 4000만석 등 품종개량에 의하여 생산량이 증대된 이후이다. 품종의 개발은 통일, 희농1호, 노풍, 래경 등과 같은 많은 연구와 노력에 의해 우리나라 기후에 맞는 좋은 품종을 찾은 것이 식량자급자족의 결과를 낳았다. 2013년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농촌진흥청 발표에 의해 올 쌀 생산량 추산을 423만 ~ 439만 6000t 정도로  분석했다. 이는 신곡 예상 수요량 416만3000 ~ 417만 7000t보다 6만 7000 ~ 21만 9000t을 추가하는 양이다.

 


  이젠  배고픈 시절을 이야기 하는 것이 매우 낯설다. 과거 시절은 과거의 아픔과 추억거리로 이야기해야 하는 시대이다. 요즘과 같은 디지털 시대에 보릿고개니 통일벼는 옛날 호랑이 담배피던 시절의 옛 이야기 이다. 지금은 다품종 소량생산의 풍성한 먹거리와 다양한 대체먹거리 및 국내 토질 개량에 따른 대풍으로 쌀이 넘쳐나는 시대이다. 과거보다 쌀의 소비는 줄면서 쌀을 활용하는 다양한 방법 및 아이디어가 연구되고 있다. 쌀과의 전쟁이라는 과거의 아픔과 추억이 이제는 우리 역사 속 과거의 한 장면이고  옛이야기의 일부일 뿐이다. 이제는 우리가 선진국민으로서 3만불 시대를 열고 인구 5천만이 넘는 국가로 세계를 선도하는 나라가 되었으면 한다. 다함께 행복한 미래 선진 시대를 위하여 과거 쌀과의 전쟁을 치른 보릿고개와 같은 소중한 추억이 미래 지식화시대의 선진국을 리드하는 핵심적인 아이디어의 보고(寶庫)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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