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 세계 공예 마켓 허브도시로 승화…글로벌 휴먼네트워크 구축



‘익숙함 그리고 새로움’을 주제로 40일 동안 지구촌을 뜨겁게 달구었던 2013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가 마침내 그 화려했던 대장정을 마무리했다.

세계 최초의 거버넌스형 비엔날레를 기치로 내세운 이번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는 역대 비엔날레보다 큰 질적 성장을 이루면서 전 세계 공예인들의 찬사를 받았다.

9월 11일부터 10월 20일까지 40일 동안 청주를 공예의 향기로 흠뻑 취하게 만든 2013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를 총정리한다.

●공예의 허브… 옛 청주연초제조창

담배를 생산하면서 청주 산업의 근간을 이루었던 옛 청주연초제조창의 익숙함은 이번 2013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를 계기로 이제 완벽한 새로움의 가치로 자리 잡았다.

2011년에 이어 두 번째로 공예비엔날레가 치러지면서 옛 청주연초제조창은 명실상부한 세계 공예의 허브로 떠올랐기 때문.

기존의 낡은 공장 시설을 그대로 사용한 전시 공간은 건물의 규모와 역사적 보존가치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높은 천정과 별도로 분리된 공간에 할애된 작가별, 작품별 전시분류체계는 전 세계 공예인의 부러움을 한껏 받기에 충분했다.

●철저한 기획, 역사적 연속성의 유지

1999년 처음 시작된 이후 7차례나 지속적으로 이루어져 왔던 1인 총감독제도를 공동감독 체제로 변화를 시도한 것은 이번 비엔날레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일이다.

총감독 1인의 외부 역량에 의지해 왔던 전시 연출 기획을 조직위원회 사무국 직원들 스스로 당당하게 맡으면서 비롯된 변화의 시작은 그동안 매회 거듭되면서 지적돼 왔던 역사성 연속성의 부재를 극복하기 위한 것이었다.

지난 해 6월부터 본격 기획회의에 나선 조직위 사무국은 우선 기존 미술전공 직원들을 중심으로 학예실을 구성해 공예비엔날레에 대한 본격적인 연구활동에 돌입했다.

이를 토대로 조직위는 운영목표를 ‘세계가 주목하고 백년을 이어가는 비엔날레 도약 준비’로 정하고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데 주력했다.

공동감독제를 도입한 것은 이같은 운영목표 달성을 위한 전시의 다양성 추구와 질적 가치의 상승을 겨냥한 것이었다. 본전시라는 차별적이면서 우월적 성격의 전시 명칭을 기획전1,2로 바꾼 점은 이러한 가치 추구의 연장선상에서 비롯된 것이다.

조직위는 이를 위해 전시감독의 공모 과정에서부터 기획전1의 경우 출품 작가 수를 대폭 줄이면서 세계적 작가들로 엄선하는 동시에 예술적 조형성에 초점을 맞추는 전시 기획을 주문했다.

반면 비엔날레 사상 첫 외국인 감독인 가네코 겐지가 연출한 기획전2는 철저하게 ‘쓰임’에 초점을 맞춘 공예의 실용성을 중심으로, 이를 예술적으로 승화시키는 작가들의 작품세계를 일목요연하게 보여주면서 공예에 대한 관람객의 이해도를 높이는데 주력했다.

●수준 높은 전시… 공예전문가 시선 집중

이번 비엔날레는 역대 최고 수준의 전시가 이루어졌다.

데일 치훌리를 비롯해 조안나 바스콘셀로스, 케이트 맥과이어, 주락경, 장소위, 루빈창, 루빈 등 이미 세계적 명성을 확보하고 있는 작가들이 대거 선보였다는 점은 이번 비엔날레가 새롭게 제시한 이정표로 삼을 만하다.

운명적 만남을 주제로 기획, 연출된 이번 비엔날레 기획전1 ‘운명적 만남-Mother & Child’은 문명과 모성의 발현과 도자공예의 예술 사회학적 가치 전달 체제의 구성 등에서 괄목할 만하다.

쓰임, 즉 실용성의 가치에 중점을 둔 기획전2 ‘현대공예의 용도와 표현’의 경우 동양과 서양의 공예적 차이와 경계에 대한 접근을 통해 공예 작가들이 추구하는 예술지향성에 초점을 맞추면서 관람객들의 흥미를 이끌어 내기에 충분했다.

이들 두 기획전은 특히 예술적 조형성과 실용성이라는 공예의 양면성을 적절하게 분배하면서 제대로 된 변별력을 유지함으로써 관람객들에게 큰 반향을 일으켰다.

공모전 대상 상금을 한화 5000만원으로 올리면서 금상 수상자를 4명에서 2명으로 줄인 제8회국제공예공모전의 변화 시도는 작품의 다양성과 함께 뛰어난 창의적 도전정신, 그리고 공예의 미래 지평을 진단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글로벌 휴먼네트워크 구축

세계 각국의 공예 및 디자인 기관단체가 대한민국 청주를 주목하고 있다.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 초대국가로 참여 제의를 하는가 하면 작가 교류전, 기관 교류사업 등을 잇따라 제안하고 있기 때문이다.

프랑스 파리의 국립세브르도자미술관은 2015년에 한국의 도자문화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특별전 개최를 제안했다. 현재 세브르도자미술관에는 한국의 문화재급 도자기류 200여점을 소장하고 있으며, 이들 작품과 현대 도자를 융합한 특별전을 프랑스와 한국에서 개최하자는 것이다.

캐나다공예연합의 행정관 매긴 블랙(Maegen Black)은 2013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 행사장을 방문, 양 기관이 지속적인 공예문화교류를 제안했다. 그는 특히 2015년의 ‘캐나다 공예의 해’와 연계해 캐나다 전역을 순회하며 한국과 캐나다 공예작가의 교류전을 요청했으며, 2015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 초대국가로 참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캐나다는 2009년에 초대국가로 참여한 바 있다. 또 중국 공예가협회장이자 세계공예가협회장인 왕샨은 2014년에 중국 절강성에서 중국 최초의 공예비엔날레 개최를 준비 중인데 이 때 한국이 초대국가로 참여할 것을 제안했으며 일본 미국 등 세계 각국이 2015년 초대국가로 참여하고 싶다는 의사를 전달했다.

특히 살아있는 디자인계의 전설, 루이지 꼴라니(Luigi Colani)는 청주연초제조창을 둘러본 뒤 “세계 최고의 문화공간으로 손색이 없는 곳”이라며 자신의 이름을 딴 ‘루이지 꼴라니 디자인센터’ 건립을 제안했다. 그는 “한국은 세계적인 문화원형을 갖고 있지만 중국과 일본으로부터 끝없는 도전을 받고 있는데 창의력과 디자인으로 다양한 콘텐츠를 개발하면 세계적인 문화강국으로 발전할 수 있다고 했다.

또 도예가 이강효, 옻칠 최영근, 국제공예공모전 대상 수상작가 김희찬씨 등이 해외에서 초청받는 등 한국 작가의 해외 진출 교두보를 만들었다.

●청주국제공예비엔날의 과제

역대 최고 수준의 비엔날레로 평가받고 있는 2013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로 인해 이제 옛 연초제조창의 익숙함에서 벗어나 청주를 글로벌 문화 예술 클러스터 중심지로 부각시키는 초석을 마련하게 됐다.

이를 계기로 앞으로도 비엔날레를 통해 역사적 연속성과 안정적이고 항구적인 발전 방안 마련을 위한 지속적인 노력이 반드시 뒤따라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우선 비엔날레조직위 사무국의 전문적 독립성이 시급히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수준 높은 전시를 위해서는 철저한 사전 기획력이 뒷받침해야 할 것이며, 이번 전시를 통해 확보한 세계 최고 수준의 작가들과의 지속적인 교류와 소통을 유지해야 한다.

학예실의 기능을 한층 강화해 독자적인 큐레이팅과 디렉팅 능력을 지속적으로 갖춰 나가야 한다.

이같은 인적 자원 확보와 더불어 비엔날레 상설관 시스템의 유지 및 주차장과 전시공간의 쾌적함, 관람 편의시설 등 기반시설의 우선 확보와 더불어 옛 연초제조창 일원의 활용 방안에 대한 철저한 검증과 단계적 발전 방안 마련에 대한 심도있는 논의가 이번 2013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의 성공으로 인해 더 절실해졌다.

<김재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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