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국정감사에서도 어김없이 공기업의 방만 경영과 도덕적 해이 문제가 도마에 올랐다.
이들 문제가 국감의 '단골 메뉴'로 굳어진 것은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하지만 그 메뉴는 해가 바뀔수록 새롭고 다양해진다. 성과급이나 학자금 지급처럼 자주 접했던 사안은 물론이고 이른바 '고용세습'을 꼬집는 지적까지 나온 것이다.
고치고 바로잡아도 해마다 지적이 쏟아지는 것은 방만 경영의 뿌리가 그만큼 깊다는 증거다. 그래서 여전히 공기업은 ‘신이 내린 직장’이라는 선망과 비아냥거림의 대상인 것이 현실이다.
고용 대물림만 해도 그렇다. 고용노동부 국감에서 나온 자료를 보면 고용세습으로 여길 만한 규정을 둔 중앙부처 산하 공공기관과 지방공기업은 76곳이나 됐다. 대부분이 단체협약에 규정돼 있지만 11곳은 인사규정에 버젓이 들어있다고 한다.
이들 기관 중에는 업무 때문에 사망하거나 장애가 생긴 직원을 대신해 가족을 우선 채용하는 곳이 많은 모양이다. 취지는 어느 정도 이해가 가지만 그 방법이 적절한지는 의문이다. 나아가 업무와 무관하게 사망해도 가족을 채용해주는 곳은 비난받아 마땅하다.
바늘구멍 같은 공기업 입사를 위해 불철주야하는 청년 실업자를 볼 낯이 있는가. 물론 규정 자체가 사문화된 곳도 많다고 한다. 실제 그렇다면 이 기회에 없애는 게 맞다. 일하다 변을 당한 직원의 가족에겐 소정의 금전적 도움을 주거나 채용시험 때 가산점을 주는 게 보다 합리적일 것으로 본다.
에너지 공기업의 퇴직 선물 얘기는 방만 경영의 심각성을 그대로 보여준다. 산업통상자원부 국감자료로는 에너지 공기업 상당수가 퇴직자 기념품으로 순금 열쇠, 상품권 등을 1인당 최대 300만원까지 지급했다.
특히 한국수력원자력은 1인당 200만원 어치의 전통시장상품권과 함께 100만원 상당의 국내연수비를 줬다. 밖에서는 원전비리로 뒷돈을 챙기고 안에서는 회사 돈으로 선물을 제공한다니 역시 '원전 마피아' 답다. 그뿐이 아니다.
정부가 자녀학자금 지원을 융자로 전환토록 했는데도 불구하고 여전히 무상으로 주다가 지적을 받은 공공기관도 있다.
더 큰 문제는 방만 경영으로 지적된 공공기관 중에는 빚더미에 오른 곳이 많다는 점이다.
지난해 공공기관 부채는 500조원에 육박했고, 이 가운데 에너지 공기업의 빚은 상당한 비중을 차지했다. 회사는 이자 갚기도 부담스러울 텐데 일단 자기 호주머니만 챙기고 보자는 심보인가. 그러고선 회사 사정이 더 나빠지면 정부에 손을 벌리겠다는 심산인가.
지난해 법정 공공기관에 대한 출연금을 포함한 정부의 순지원금은 43조5000억원이나 된다고 한다. 혈세로 직원 복지를 유지한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 공공기관의 복리후생비 지원규모는 2011년 2조1245억원에서 지난해 2조1081억원으로 줄었다.
정부가 복리후생비 지출을 엄격히 통제하기 시작했는데도 달랑 164억원 감소한 것은 시사점이 적지 않다. 이런 행태의 배경에는 낙하산 공공기관장에 따른 악영향도 있었을 것이다.
전문성 없고 함량 미달인 인사가 낙하산으로 기관장 자리를 꿰차는 현실에서는 공공기관의 혁신을 기대하긴 어렵다.
방만 경영을 줄이려면 제도적 보완과 관리감독 강화도 필요하지만 기관장 인사부터 바로 해야 한다는 점을 정부는 유념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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