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홍 대한노인회 충북연합회장



 ‘100세 시대’를 눈앞에 둔 요즘, 실버 세대의 저력이 심상찮다. TV에서는 ‘꽃보다 할배’들이 각종 예능 프로그램을 섭렵하고, 고희를 넘긴 작가 조정래의 책 ‘정글만리’는 8주 연속 판매량 1위를 자랑했다. ‘액티브시니어(은퇴 이후에도 소비생활과 여가생활을 즐기며 사회활동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50~60대 세대를 지칭)’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하고 있다.

경로의 달인 10월을 맞아 만난 김광홍(76·☏043-265-0363) 대한노인회 충북연합회장은 ‘멋지게 나이 든 노년의 표본’처럼 보였다. 지난 11일 청주실내체육관에서 열린 ‘17회 노인의 날 기념식’을 성공적으로 치러낸 후다. 지난해까지 충북도노인종합복지회관에서 조촐하게 치러지던 이 행사는 올해 1000여명이 참가하는 대규모 행사로 대폭 확대됐다. 유공자 표창과 시·군지회 12개 팀이 출연한 9988 행복나눔 경연대회 등도 진행됐다.

그의 이력은 한 마디로 화려하다. 청주 출생으로 청주고와 청주대 정치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 행정학과에서 석·박사 과정을 마친 김 회장은 1963년 충북 공무원교육원 교관으로 처음 공직에 발을 들였다. 이후 청주시 부시장·제천군수·괴산군수·제천시장·충주시장·충북도 초대 정무부지사 등을 역임했으며 초대도립대학 학장을 지냈다. 퇴직 후 충청대학 행정학부에서 후학 양성에 힘쓰던 그가 다시 외부 활동을 시작한 것은 2009년 사회복지법인 보람동산 이사장직을 맡으면서부터. 지난해에는 청원·청주통합추진공동위원회(이하 통추위) 위원장이라는 중책이 더해졌다. 쉼표를 찍을 새 없이 달려 온 삶이다.

올 6월부터 대한노인회 충북연합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는 그는 경로당의 활성화에 역점을 뒀다. 현재 경로당은 접근성과 이용면에서 상당한 잠재력을 갖췄으나 규모나 기능, 역할 면에서 한계가 있는 것이 사실. 또한 유류대와 식비 등도 시·군의 지원만으로는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그는 충북도 역점 시책인 9988 행복나누미 사업에 협조해 경로당이 지역의 복지센터 기능을 할 수 있도록 하고, 보다 많은 노인이 회원으로 가입할 수 있도록 적극 권장할 계획이다.

행복한 실버 세대의 이면에는 빈곤과 고독을 천형처럼 짊어진 노인들이 있다. 노인자살율은 OECD 국가 중 1위이며, 노인복지지수는 세계적으로 하위권을 맴도는 것이 현실. 김 회장은 초고령 사회 환경에 맞는 노인 정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김 회장은 “현재 주민등록상 통계에 의하면 우리나라 노인 인구는 618만8000명으로 전체 인구의 12%를 차지하고 있으며 머지않아 1000만 노인시대가 도래하기 때문”이라며 “특히 경제적으로 안정된 노후 생활과 사회 복지 서비스 전달 체계 개선, 노인 인력 개발과 취업활성화 등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60∼70년대 공무원으로 현장에서 발로 뛰던 기억은 여전히 그의 마음속에 생생히 살아있다. 휴가나 해외여행은 꿈도 못 꿨고, 주말을 반납하고 사무실에서 며칠씩 밤을 새우는 일도 다반사였다. 벼 베기와 모심기를 하며 흘린 땀방울, 참혹한 수해 현장에서 흘린 눈물은 현재의 그를 이룬 초석이 됐다.

공직 시절의 성과를 묻자 자신이 혼자 이룬 ‘큰 성과’란 없다고 잘라 말했다. “많은 공무원들이 같이 이뤄낸 것이 하나의 성과가 되었고 자신은 단지 마지막에 테이프 커팅을 한 것뿐”이라는 대답이 겸손한 성품을 드러낸다.

그는 현재 아내 이애순(74)씨와 단 둘이 살고 있다. 하나 뿐인 아들(김진영씨·44)은 캐나다에 거주하고 있어 5∼6년에 한 번 만나기도 어렵다고 한다. 쉴 틈 없이 바쁜 스케줄은 자칫 외로울 수 있는 그의 생활에 생기를 불어 넣는다. 책상 위 달력은 각종 행사 일정으로 빼곡했다.

“매일 오전 노인회 사무실로 출근해 오전 업무 보고 오후에는 통추위 사무실에 갔다가 3∼4시면 퇴근합니다. 이번 달만해도 서울·부여·유성·음성·보은 등 여러 곳에 출장을 다녀왔어요. 건강의 비결이요? 따로 없습니다. 굳이 들자면 공백기 없이 부지런히 활동한 것이 아마도 비결 아닐까요?”

<글/조아라·사진/임동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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