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자(수필가)

  하늘이 한없이 높고 푸르다. 구름 한 점 없는 가을 하늘을 바라보노라면 누군가가 말했듯이 금방 푸른 물이 뚝뚝 떨어질 것만 같다. 잘 닦여진 아주 커다란 유리창 같기도 하여 돌을 던지면 ‘쨍그랑’ 깨어 질 것 같다는 말에도 공감한다. 어떤 이는 마음 한 자락  뚝 떼 내어 저 파란 물에 물들이고 싶다고도 했다. 우리 가을 하늘은 세계 어디에 내 놓아도 자랑스럽다.

 

  올해 10월 하늘은 거의 맑은 날이 계속되어 어느 해 보다도 하늘을 열심히 바라 볼 수 있었다. 덕분에 마음에 그 푸르름을 담으려고 애쓰며 가을을 보냈다. 개천절 날에는 독일에서 온 다섯 사람과 산 정상에 올라 하늘을 바라보고 서 있었다. 구름 한 점도 찾을 수 없이 온전한 푸른 하늘이다. 다섯 사람 중 네 사람은 독일 사람이고 한 사람만 한국에서 태어나 20대까지 살았을 뿐 독일 사람과 마찬가지였다. 그들은 하늘이 정말 푸르고 아름답다며 계속 엄지손가락을 추켜세우며 고개를 젖혀 하늘 바라보기에 열심이었고 나는 우리 가을 하늘을 홍보하기에 여념이 없었다.   

  독일 날씨는 비가 오는 날이 많고 늘 흐리고 찌푸린 날이 많아 이렇게 청명한 햇살과 푸른 하늘을 보기 어렵다고 하면서 햇빛이 나오면 일광욕을 즐기는 이유라고 했다. 한국은  복 받은 나라라며 부러워했다.

  

  청남대 국화 축제를 보러가는 날도 청명한 가을날이라 기분이 상쾌하다. 차창으로 내다보이는 가을은 절정을 이루어 곳곳에서 빨갛고 노랗게 익어가고 있다. 들판은 황금물결로 출렁이고 어느 새 벼를 벤 빈 논은 휴식에 든 모습이 평안해 보인다. 단풍은 울긋불긋 온 산야를 물들여 만산홍엽이다.

  억새는 하얗게 피어 바람에 나부끼고 쑥부쟁이 꽃이 길 섶에 다복다복 피어나 청초함에 젖는다. 산비탈에는 노란 산국이 만발하여 짙은 향내에 벌들이 날아들고 고향 같은 마을에는 벌써 감이 익어 주렁주렁 탐스럽게 열렸다. 과수원에 빨갛게 익은 사과 열매에는 단물이 고이고 고추잠자리는 가을바람 타고 창공을 날아간다. 은행나무 가로수는 샛노랗게 물이 들고, 길가에 피어나 가냘프게 흔들리는 코스모스의 물결에 ‘와아’ 함성이 터져 나오기도 한다. 말 그대로 금수강산이다.

  

  청남대에 도착하니 예상대로 사람의 물결 또한 알록달록 수를 놓는다. 이달 26일부터 내달 17일까지 ‘단풍에 젖고 국화 향에 취하다.’ 라는 주제로 국화 축제가 펼쳐지고 있다. 이번 국화축제는 청남대가 도민의 품으로 돌아온 지 10주년을 맞는 기념으로 더욱 풍성한 전시회와 문화예술 공연, 체험이 마련된다. 헬기장에 마련된 주 전시장에는 국화류 65종 4천500여 점과 초화류 3만 4천100여 본과 야생화 150여점이 그윽한 향기를 발산하고 있다.

 

  샛노란 소국을 위시하여 갖가지 색깔의 소국들이 어우러져 미모와 향기를 뽐내는가하면 의젓하게 피어난 대국들의 우아한 자태가 탄성을 자아낸다. 꽃에 취하여 꽃멀미를 느낄만큼 종류도 색깔도 다양하다. 봄부터 싹을 내어 하루도 빠짐없이 물주고 가꾸어 이렇게 아름답게 꽃피운 어떤 이의 손길을 생각하니 고마운 마음에 숙연해지기도 한다.

 


  ‘한 송이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봄부터 소쩍새는 그렇게 울었나보다.’

고 노래한 미당의 싯귀가 저절로 흥얼거려진다.

  

  헬기장에 세워진 꽃탑의 위용에 입이 다물어지질 않는다. 대국과 소국을 어우러지게 조화시켜 거대한 꽃탑을 이루었다. 꽃, 꽃, 꽃, 온통 국화꽃의 향연이다. 거기에 야생화와 분재가 한데 어우러져 볼거리를 더 한다. 관람객들의 얼굴에도 웃음꽃이 피어 모두들 행복해 보인다. 늘 오늘 같은 평화와 행복이 이어지길 기원하는 마음이다.

 

 개막 첫날이라 개막식과 함께 현악 4중주단, 교향악단이 참여하는 가족음악회가 열리고, 오카리나 연주회 등 볼거리가 풍성하다. 매주말에는 비보이댄스, 브라스밴드 보컬밴드 국악단 등이 풍성한 공연무대로 관람객들의 눈길을 사로잡을 것이라고 한다.

  청남대는 세계에서 유일한 대통령 테마 관광명소로 거듭날 수 있도록 관람시설을 확충하고 대통령을 주제로 한 다양한 이벤트를 마련할 계획이라고 한다.

   파란 가을 하늘아래 청아한 국향에 취해본 10월의 어느 멋진 날이 한 폭의 수채화로 수 놓아 졌다. 하지만 이 좋은 가을이 짧아진다는 아쉬움에 오늘 하루가 더욱 소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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