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의 기억으로 점철된 어린 시절그에게 따스한 기부의 손길이 닿았던 적 있었다소중한 추억은 그의 가슴 속에 사랑의 싹을 틔웠고 무럭무럭 자라 풍성한 사랑의 열매로 결실을 맺게 됐다

최근 이명식(65·청주시 흥덕구 공단로 87·070-7163-4011충청에스엔지기술사사무소 회장이 사랑의 열매로 상징되는 충북도사회복지공동모금회(이하 충북모금회회장으로 취임했다. 10월 28일 취임식을 가진 이 회장은 오는 30일 출범하는 사랑의 온도탑’ 캠페인을 진행할 생각에 마음이 분주했다캠페인 기간인 두 달여의 모금액이 한 해 모금액의 70%에 달할 정도니 충북모금회로서는 사활이 걸렸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그의 가슴 속 사랑의 온도는 벌써부터 뜨거웠다

이 회장은 어려운 사람들이 조금 더 나은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부단히 고민하고 노력하겠다며 투명하고 공정한 배분현장의 욕구가 반영된 전문화된 배분을 통해 도민의 소중한 성금이 효율적으로 집행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1949년생인 이 회장은 전쟁이 남긴 상처로 가득한 시절홀어머니 아래 어린 시절을 보냈다수업료를 내지 못해 학업조차 잇기 힘든 형편에서 주변 사람들이 내밀어 준 사랑의 손길은 지금의 그를 있게 한 원동력이 됐다

친척분께 사정을 말씀드리니 선뜻 수업료를 내 주셨어요미평에서 주성중까지 걸어다니기 어려울 것이라며 자전거까지 사 주셨지요그때부터 막연하게나마 나중에 기회가 되면 고마움을 갚아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군 제대 후 당시 측량업을 하던 지인이 측량사무실을 맡아 보는 게 어떻겠느냐고 제안했고 현 충청에스엔지기술사사무소의 모태가 된 충청측량설계공사를 창립했다

사업이 궤도에 오르기 시작한 30이 회장은 사회봉사단체에 가입하며 본격적으로 봉사하는 삶을 살기 시작했다이후 국제라이온스협회 356-D(충북)지구(이하 라이온스 충북지구총재청주YMCA 이사장 등을 역임하고 현재 대한측량협회 중앙회장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중앙공원 무료 급식이 중단되는 일이 일어났을 때가 특히 기억에 남습니다당시 제가 총재로 있던 라이온스 충북지구에서 돈을 대고 청주YMCA에서 자원 봉사를 해서 무료 급식을 이어갈 수 있었어요. 5년 간 노숙자노인들에게 대접한 국수가 100만 그릇 정도 됩니다.”

자신의 몸을 제대로 거동조차 하지 못하는 중풍 환자장애인들이 와서 한 손으로 국수를 가져가는 모습을 보며 가슴이 아릿해지기도 했다한동안 눈에 띄지 않던 무료 급식자의 소식이 궁금할 때쯤 그의 가족들로부터 사망 소식과 함께 부조금 봉투를 받고 몰래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충북모금회장직이 자신이 받은 사랑에 대해 보답하는 자리라 생각하니 이 회장은 어깨가 무겁다충북모금회는 전국적으로도 인정받는 최우수 지회로 꼽힌다대대적 정보공개기부 내역 공개시민 감시 위원회 운영상시 감사 체제 구축 등을 통해 투명성을 높이고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도 지속하고 있다그러나 주로 고액 기부자 보다는 소액 기부자들의 참여가 많은 편이고 기업들의 참여도 저조한 점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아너 소사이어티(1억 이상 기부한 개인 기부자)’는 충북에 단 6명뿐이다

기존의 인적 네트워크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각 봉사단체와 유기적인 협력 관계를 유지해 나갈 것입니다제가 봉사 활동을 오랜 기간 동안 해 왔기 때문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회장은 최근 라이온스 회원 중 자영업자가 많다는 점에 착안라이온스 충북지구와 협약을 맺고 착한가게(수익금의 일정액을 장기 기부하는 가게가입을 적극 권장하고 있다오는 5일에는 라이온스 충북지구 회원들이 운영하는 15곳이 착한가게 현판식을 갖는다

기부나 봉사는 하나도 어렵지 않아요금액이 크고 작은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정성을 들이면 되는 것입니다한번 시작하면 빠져 나오기 힘든 것이 봉사의 매력입니다.” 

/조아라·사진/임동빈

  

동양일보TV

저작권자 © 동양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