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념 대립 넘지 못하고 내년부터 고향서 퇴출

올해로 18회 째를 맞는 홍명희문학제가 2일 그의 고향인 괴산에서 열렸다.
홍명희문학제는 (사)한국민족예술단체총연합 충북지회(충북민예총), 한국작가회의 충북지회(충북작가회의), ㈜사계절출판사 공동 주최로 괴산군민회관에서 진행했다.
이날 행사는 개회식에 이어 홍순민 명지대 교수의 ‘임꺽정의 서울, 벽초의 서울’을 주제로 한 학술 강연과 홍명희 연구가 강영주 상명대 교수의 설명으로 벽초 홍명희 문학비, 제월리 고가, 동부리 생가(홍범식 고택)를 둘러봤다.
이어 군민회관에서 ‘임꺽정’ 낭독 음악회가 열린 가운데 판화가 이철수씨와 동화작가 황선미씨의 소설 낭독 등이 이어졌다.
‘임꺽정’ 함께 읽기에 참가한 학생들의 감상문 낭독과 가수 탁영주씨의 시 노래, 서화석(소리)·김우경(고수)씨의 ‘칠두령가’ 창작 판소리가 펼쳐졌다.
그러나 올해를 끝으로 내년부터 홍명희 문학제가 괴산에서 열리지 않게 됐다.
지난달 30일 괴산지역 보훈단체는 “홍명희는 6.25의 전범”이라는 성명을 발표한 데 이어 문학제가 열리는 군민회관 앞에서 반대 집회를 가졌다.
행사의 파행을 우려한 주최 측이 1일 보훈단체 임원들을 만나 6.25 전쟁 때 북한 부수상을 지낸 사실을 참석자에게 알리고 호국영령에 대한 묵념 등의 의식을 치르는 것을 조건으로 하는 내용에 타결을 봤다.
결국 이날 행사는 2000년 10월 괴산읍 제월리에 홍명희 문학비 2차 건립을 중재했던 나용찬(당시 괴산경찰서 정보과장) 중원대 겸임교수의 중재로 장문석 충북작가회의 회장이 집회를 하고 있는 보훈단체 회원들 앞에서 요구사항을 지키겠다고 약속을 한 후 행사를 가졌다.
홍명희 문학제는 1998년(3회), 2003년(8회)~2006년(11회), 지난해에 이어 올해로 일곱 번째로 괴산에서 열렸으나 당시에도 보훈단체 반발로 어려움을 겪자 청주, 서울 등으로 옮겨 다니며 행사가 열렸다.
소설 임꺽정의 작가 벽초 홍명희(1888∼1968)의 문학 혼을 기리는 문학제는 이제 그의 고향 괴산에 정착하지 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동양일보TV

저작권자 © 동양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