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종길 25시 해장국 사장

“저축은 제게 희망이었습니다. 아무것도 없던 시절, 저는 꼭 성공하겠다는 희망으로 꾸준히 저축을 했고 이를 기반으로 자리를 잡았습니다.”
청주에서 해장국집을 운영하고 있는 정종길(52·청주시 상당구 금천동)씨가 지난달 29일 저축유공자로 선정돼 국민포장을 받아 화제가 되고 있다.
3살 때 소아마비에 걸려 장애를 얻은 정씨의 인생은 험난했다.
청원군 문의면에서 태어난 정씨는 대청댐이 들어서면서 고향을 떠나 청주에 정착했다.
이후 어려운 환경에서도 충북대에 진학, 졸업했지만 신체장애 3급이라는 걸림돌 때문에 취직은 쉽지 않았다.
“당시 대졸자는 흔치 않았기 때문에 쉽게 취직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다리가 불편하다는 이유로 저를 찾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지금의 아내 박향경(47)씨와 결혼 역시 힘들었다. 처갓집의 반대가 거셌기 때문이다.
결국 정씨는 1989년 박씨와 혼인신고를 한 뒤 동거를 시작했다. 
“처갓집에서 많은 반대를 했습니다. 직장도 없는데다 다리가 불편한 저를 반갑게 여길 사람은 없었습니다. 몰래 도망쳐 아내와 함께 살림을 꾸렸습니다.”
가정이 생겼지만 직장을 구하지 못했던 정씨, 꾸준히 취업문을 두드리다 1990년 ‘장애인 일자리 마련’프로그램을 통해 청주흥업백화점 전산보조로 취직했다.
일하는 동안 꾸준히 돈을 모았고, 1992년에는 박씨와 결혼식을 올렸다. 목돈을 모아 집도 마련했다.
행복의 시작이라고 생각했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아내 박씨가 척추에 이상이 생기면서 다시 어려움이 찾아왔다.
박씨는 치료를 위해 병원에 입원했고, 정씨는 박씨를 간호하려 직장을 그만뒀다.
병원비는 정씨에게 또 다른 부담이 됐다. 설상가상이었다. 병원비를 마련하기 위해 정씨는 5년 동안 식당청소와 주차대행을 전전했다.
이때부터 정씨는 저축의 중요성을 실감하고 은행을 찾아 한 푼 두 푼 저금하기 시작했다.
“취직 후 꾸준히 돈을 모았습니다. 평생 한으로 남아있던 아내와 결혼식을 올렸고, 집도 장만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갑작스러운 아내의 병환에 저는 직장을 포기해야 했습니다. 어려운 상황이었습니다. 이때부터 저는 저축을 결심했습니다.”
어렵게 생활하던 정씨에게 또 다른 기회가 찾아왔다.
자신이 일하던 식당의 사장이 해장국집을 운영할 수 있도록 많은 조언을 해줬다.
또 그동안 저축해 놓은 돈과 담보대출 등으로 쉽게 가게를 마련할 수 있었다.
2000년 가게를 개업한 뒤 정씨는 가게운영에 열정을 쏟았다. 24시간 운영하는 해장국집의 특성상 36시간이 넘게 가게를 지킨 적도 있었다.
정씨의 열정으로 해장국집은 인근지역에서 맛집으로 유명해졌다. 아내 박씨 역시 건강을 되찾았다. 현재는 두 부부가 함께 가게를 운영하고 있다.
장사를 하면서 여유가 생긴 정씨는 지역 노인들과 장애인들을 초청, 식사대접을 하고 희망원 등 복지단체에 기부금을 전달하기도 한다.
이 와중에도 정씨는 저축을 거르지 않고 있다. 꾸준하게 저축한 탓에 그동안 모은 통장만 해도 100여개가 넘는다.
또 저축을 시작한 지 17년 만에 무려 2억5000만원이라는 돈을 모을 수 있었다.
정씨에게는 저축이 희망이다. 아무리 작은 돈이라도 저축하는 습관을 길렀고, 다시 일어설 수 있다는 희망을 품었다.
정씨는 금천동 주민들과 함께 한푼 두푼 저축한 돈으로 설립한 ‘금천장학회’ 법인화에 힘쓰고 있다.
“저축은 나에게 희망과 같았습니다. 통장에 돈이 쌓일수록 더 많은 희망을 가질 수 있었고, 삶의 재미를 느꼈습니다. 앞으로도 꾸준히 저축해 희망을 더욱 키워가겠습니다.”    
            ▶글/이삭·사진/임동빈

동양일보TV

저작권자 © 동양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