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보는 동안 도서관은 우리 모녀의 놀이터였다. 북스타트 코리아를 통해 도서관에서 동화책 2권을 선물 받기도 했고, 각종 프로그램에 참가해 보기도 했고, 온통 책으로 가득한 세상에서 마냥 책만 읽기도 했다. 딱히 아이를 데리고 갈 곳이 있는 것도 아니었고 하루 종일 시간은 산더미처럼 널려 있었으니 말이다.

그런데 도서관에 다니면서 차츰 우리가 초대받지 못한 손님처럼 느껴졌다. 나만 그런 것이 아니라 영유아를 동반한 대부분의 엄마들은 모두 그래 보였다. 수유실이 없어 수유할 때면 얼굴을 붉히며 인적이 드믄 구석 자리를 찾아야 했고, 배가 고파 징징대는 아이에게 우유라도 먹일라치면 음식물은 섭취할 수 없다는 지적을 받아야 했다. 엘리베이터가 없어 유모차를 가지고 왔다가 난감해하며 되돌아가는 아기 엄마의 모습도 보았다. 개미 기어가는 소리가 들릴 정도로 조용한 도서관에서는 책 읽어주는 목소리조차 민망했다. 큰 소리를 내는 아이를 조용히 시켜달라는 얘기를 들은 적도 몇 번 있었다. 이래 가지고서는 도서관의 주인이 책인지 사람인 지 알 수가 없었다.

아이를 데리고 외출을 한다는 것 자체가 사실 힘든 일이다. 집에서도 책은 얼마든지 읽어줄 수 있다. 차를 타고 몇십분씩 걸려 우리가 도서관에 가는 것은 단순히 책을 읽는 것 이상의 역할을 기대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곳에서 당혹스럽고 불편한 일들을 경험한다면 굳이 그곳을 다시 찾으려 하지는 않을 것이다.

아마 대부분의 엄마들은 자신의 아이들이 도서관을 친숙한 공간으로 느끼기를 바랄 것이다. 그런데 과연 그럴까? 몇 년 후 아이는 아마도 도서관을 떠들면 혼나는 곳’, ‘불편하고 가기 싫은 곳으로 기억할지도 모른다.

오랜만에 아이를 데리고 다시 도서관을 찾았다. 평일 오후의 그곳은 어린이도서관이라는 이름이 무색하게 책을 읽는 아이가 거의 없이 매우 한산한 모습이었다. 찾아주는 이 없는 도서관의 책들은 한낮의 나른한 햇살 아래 꾸벅꾸벅 졸고 있는 듯 보였다. 그 모습은 왠지 좀 슬퍼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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