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도 입대하고 싶다
최태호 중부대 교수
 
우리도 군대 가고 싶어요라는 말을 듣고 놀랐다. 어리둥절해지기도 하였다. 몸이 성치 않은 분들이 어떻게 입대하고 싶다는 건지 알 수가 없었다. 지난 13일의 만남은 참으로 놀라움과 경탄을 자아내게 하였다.
세종지체장애인협회의 정금종 회장을 만났다. 평소에 장애아 교육에 관심이 있던 터라 지나가는 길에 간판만 보고 들어갔는데 마침 손님과 대화 중이라 차 한 잔 마시고 기다렸다. 떡 벌어진 어깨와 온화한 미소가 사람을 편안하게 하였다. 장애인 교육과 취업에 관해 짧은 시간 이야기를 나누었다. 참으로 많은 문제가 있었다. 가정교육, 성교육, 취업교육 등 하나같이 문제 아닌 것이 없었다. 정 회장은 스페셜올림픽(장애인 올림픽)에 나가서 역도로 금메달을 딴 운동선수이기도 했다. 그래서 어깨가 유난히 넓어보였던 것이다. 그이 이야기를 간추려 보면 이렇다.
군대도 하나의 사회인데, 왜 꼭 비장애인만이 가야하느냐는 것이다. 처음에는 농담인 줄 알았다. 장애인 취업이 안 되니 입대라도 하고 싶다는 뜻으로 이해했던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오산이었다. 함께 대화를 하는 동료 중에 다리만 불편하지 컴퓨터 능력에 있어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실력자도 있었다. 농아인들은 귀가 안 들릴 뿐이지 체력적인 면이나 집중력에 있어서는 일반인보다 월등하다고 한다. 요즘의 군대는 보병만 가지고 싸우는 시대도 아니고, 사이버 전쟁도 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듣고 보니 정말 일리있는 말이었다. 다리만 부실하지 정신적인 면에서 국가관이 뚜렷하고 컴퓨터 능력이 뛰어난 장애인이라면 전산실에 근무해도 무방하리라 생각한다. 그 외에도 능력면에서는 비장애인보다 월등하게 뛰어난 사람도 많은데 단지 장애인이라는 이유만으로 배재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것이다. 참으로 맞는 말이다. 장애인도 원한다면 입대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만들어야 한다. 특별훈련이나 하사관 교육 등을 통해서 직업군인으로 양성해도 무방하리라 생각한다. 물론 군관계자들은 이러한 제안에 불만을 토로할 수도 있다. 장애인과 함께 근무하면 다른 사람들이 도와주어야 한다는 견해가 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런 것은 기우다. 필자가 오랜 세월 장애우들과 함께 생활하고 보니 그들은 절대로 우리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다. 오히려 우리가 이들에게 많은 도움을 받는다. 특히 영이 맑아서 대화할 때 도움을 받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필자는 지금도 장애인과 함께 하는 교회에 출석하며 많은 것을 배우고 있다. 농아인들은 그들 나름대로 삶의 방법이 있어서 수화가 아니더라도 소통의 방법이 있다. 입모양을 보고 말하는 경우도 있고, 오랜 경험으로 눈치껏 하는 사람도 있다. 하반신이 불편한 사람은 습관이 되어서 타인의 도움이 없어도 스스로 휠체어 타고 생활하는데 지장이 없을 정도가 된다. 장애도 수천 가지가 있고, 사회도 수천 가지의 직업이 있다. 그 많은 일 중에 그들이 할 수 있는 일도 또한 많다. 자동차의 왕 포드는 장애인들이 할 수 있는 일들을 찾아서 직업을 제공한 인물로 이름이 높다. 서구에서는 장애인에 대한 편견이 거의 없는데 우리나라는 아직도 이들에 대한 편견이 지나치다. 도와주어야 하는 개념이 아니라 함께 살아간다는 시각으로 바라보았으면 좋겠다.
필자는 대학에 다니던 시절 나자로마을(의왕시에 있는 나환자 마을)에 갔다가 영혼이 흔들린 적이 있다. 순수하지 못한 우리에 비해 정말로 영이 맑은 분들이 살고 있었다. 처음에는 손가락도 제대로 없는 그들이 잘라주는 닭다리를 잘 먹지 못했으나 그날 뉘우친 이후로 가족처럼 느낄 수 있게 되었다. 우리 주변에는 영적 장애인이 더 많다.
어제는 참으로 복된 날이었다. 감사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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