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호(논설위원 · 청주대 명예교수)

국회가 파행을 거듭하고 있다. 정기국회가 개회된 지 2개월 반이나 지났는데도 국회 제일의 기능인 입법기능이 정지되고 있다. 기초연금법, 부동산경기 활성화법, 외국인 투자촉진법 등을 비롯하여 수백 개의 법안이 먼지에 쌓인 채 계류되고 있다. 그런가하면 8월 말까지 끝내야 할 결산안 심사는 손도 못 대고 있고 12월 2일까지 마쳐야 할 내년도 예산안 심의는 일정조차 잡지 못하고 있다. 이렇듯 할 일이 태산 같은데도 허송세월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직무유기이고 국정파기행위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여당은 헌법 49조에 규정된 과반수 출석에 과반수 찬성의 룰이 아닌 5분의 3원칙을 도입한 ‘국회선진화법’ 때문이라고 변명을 하고 있고 야당은 이 법을 볼모로 정국주도권과 입지강화를 위한 행보에 급급하고 있으니 이 얼마나 무책임하고 나약한 모습들인가.

인터넷에 의하면 국회의원들은 일반수당 연7,494만, 입법활동비 3,769만, 특별활동비 1,128만, 관리수당 698만, 상여금 1,416만(정근수당 646만), 명절휴가비 775만 원 등을 받고 있다. 거기다가 정액급식비 156만, 공무수행출장비 135만, 사무실 운영비 600만, 사무실 공공요금 1,092만, 매식비 600만, 정책자료 발간비 2,000만 원 등과 기타 가족수당, 고교생자녀 학비지원 등 엄청난 세비를 받고 있다. 또한 이들에게는 여러 종류의 특권과 혜택이 주어지고 있다. 국영 철도와 선박 및 항공무료이용, 국회한의원 및 의원목욕탕·체력단련실 등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모두 합치면 200가지가 넘는단다.

이렇듯 국회의원들에게 고액의 보수와 특권 및 혜택을 주는 것은 한 사람 한 사람이 헌법기관이고 국민의 대표자로서의 책무를 성실히 이행하라는 취지일 것이다. 국익과 국민의 권익증진을 위하여 최선을 다하라는 뜻일 것이다. 멸사봉공의 자세로 올바른 국정의 파수꾼이 되라는 뜻일 것이다.

그런데 19대 국회는 위에 언급한 것처럼 본무를 방기한 채 동면하고 있다. 의원들은 건듯하면 출석을 거부하여 국회를 개점휴업 내지 휴면상태로 만들고 방향타(方向舵)가 없이 표류시키고 있다. 경제활성화를 위한 관련 법률안을 제출하여도 ‘나 몰라라’ 하고 방치하고 있다. 본질의 측면에서 검토하면 바로 해결될 수 있는 사안도 당리당략의 전략에 묶여 언제까지고 도외시되고 있다. 누구보다 앞장서서 준법하여야 할 국회가 초법적 행동의 기수로 전락하고 있는 것이다. 민의의 전당이어야 할 국회가 정당과 종파들의 이권을 위한 각축장이 되고 있는 것이다. 민익(民益)은 없고 당익(黨益)만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본말전도의 반국민적 정치상인 것이다. 그런데도 선량들과 정당의 지도부들은 반성할 줄 모르고 타당의 탓이라고 외치고 있는 것이다. 이런 모습을 보고 있는 국민들은 분개를 넘어 절망하고 있다. 그래서 삼삼오오 모이면 국회무용론을 주장하기도 하고 의원수를 3분의 1로 줄여야 한다고 성토하기도 한다. 이는 시대와 환경은 문명의 첨단화를 향하여 초고속으로 변하고 있는데 정치는 3류에서 4류로 추락하고 있는 것에 대한 안타까움의 발로인 것이다.
국회는 대오각성을 하고 더 이상 국익과 민익을 소홀히 하거나 외면하는 직무태만 내지 직무유기적 행동을 삼가야 한다. 국가로부터 받는 엄청난 보수와, 특권 및 혜택만큼의 일은 못할지언정 국회출석을 비롯하여 법으로 정해진 기본적인 책무수행만이라도 충실하길 바란다. 더 나아가 국리민복의 축대가 되는 입법과 계속되고 있는 부정부패의 고리차단, 정책부실화 및 예산낭비 등의 무책임 행태를 근절하기 위한 감시감독에 진력하여야 한다. 국민을 담보로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비양심적이고 반국민적인 언행은 중지하여야 한다. 국민들이 침묵하고 있다고 하여 자신들의 행동이 정당성을 확보하는 것으로 착각하는 우를 범해서는 아니 된다. ‘하늘이 알고 땅이 알며 국민도 알고 있는데 오로지 스스로만 알지 못하고 있는’ 어리석음의 골짜기에 더 이상 갇혀 있지 말아야 한다.

국민들은 정의가 살아 있고 순리가 통하는 정상적인 국회상을 보고 싶어 한다. 야간에도 전등을 켜 놓고 국가의 융성과 국민의 권익증진 등을 위해 고심하고 연구하는 모습을 보고 싶어 한다. 자신의 양심을 명경(明鏡)처럼 하고 대의(大義)와 정의(正義)를 목숨처럼 아끼며 그것의 구현을 위해 전력투구하는 성숙한 국회상을 갈망한다. ‘국민의 국회’로 거듭나길 바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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