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NLL 대화록) 폐기 의혹사건에 대한 검찰의 수사 결과가 발표됐다.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가 15일 발표한 수사 결과에 따르면 남북정상회담 회의록은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참여정부에서 고의적으로 폐기된 것으로 나타났다.
정상회담 회의록이 일부 수정·보완된 뒤 대통령기록관에 이관되지 않은 것도 노 전 대통령의 지시에 의한 것임이 확인됐다.
검찰은 노 전 대통령의 지시로 회의록 삭제와 미이관에 적극 관여한 백종천 전 통일외교안보정책실장과 조명균 전 안보정책비서관 등 2명을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과 형법상 공용전자기록 등 손상 혐의로 각각 불구속 기소했다.
반면 당시 청와대 비서실장으로서 정상회담 준비위원장을 맡았고 이후 회의록 생산과 대통령기록관 이관 과정에 관여한 민주당 문재인 의원은 처벌 대상에서 빠졌다.
114일간 계속된 검찰의 수사 결과 발표로 지루한 공방이 일단락되기를 기대한다.
그러나 정치권의 반응은 낡은 레코드판 돌아가듯 달라진 게 없어 유감이다. 그동안 여야는 NLL 공방에 이어 회의록 존폐를 둘러싸고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고 거친 기세싸움을 벌여 왔다.
이런 공방 속에 참여정부 인사들을 줄소환해 수사해온 검찰은 다수의 대통령 기록물이 삭제된 사실을 확인하고, 수정·변경된 회의록 문건이 출력돼 파쇄기로 파쇄된 흔적을 파악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이지원시스템에는 삭제 기능이 없다", "회의록이 국정원에 있으니 전혀 문제가 없다"고 했던 참여정부 측 인사들의 주장은 설득력을 잃게 됐다.
회의록 내용도 수정·보완했을 뿐 아니라 노 전 대통령이 "회의록은 국정원에서 1급 비밀로 보관하도록 하라" "이지원 시스템에 있는 회의록 파일은 없애도록 하라. 회의록을 청와대에 남겨두지 말라"는 취지의 지시를 한 것도 드러났다.
이제 정치권은 사생결단식 공방을 접을 때다. 수사결과 발표문의 큰 틀을 외면하고 정파적 이해에 집착할 일이 아니라 어이없는 대화록 폐기·유출 사건의 재발 방지를 위해 머리를 맞대야 할 것이다.
개점 휴업 상태를 면치 못하고 있는 정기국회는 언제까지 허송할 작정인가. 정기국회 회기의 3분의 2를 넘기고도 여야는 정치싸움에 매달리느라 여태껏 한 건의 법안도 처리하지 못했다.
그래놓고도 이번엔 특검 도입을 둘러싸고 또 신경전에 들어갈 태세다.
새누리당은 사초 폐기의 진상이 드러났다며 친노, 특히 문 의원의 책임있는 조치를 촉구한 반면 친노 측과 민주당은 특검 도입을 주장하면서 "현 집권세력이 패륜을 저질렀다"며 "검찰이 실체적 근거 없이 짜맞추기 수사를 했다"고 반박했다.
민생은 안중에도 없다는 반증으로 보인다. 여야는 정기국회 개회 후 미뤄 둔 의정활동에 서둘러 매진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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