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열매를 내어 주고, 풍성한 그늘로 감싸 주고, 고단한 마음에는 휴식을 안겨주는 곳. 한빛교실작은도서관(관장 연규민·☏043-285-9801)은 지역민들에게 모든 것을 다 내어주고도 줄 수 있어 행복했다며 미소 짓는 ‘아낌없이 주는 나무’처럼 보였다.
한빛교실 작은도서관은 청주시 복대동 한빛교실지역아동센터 건물 2층에 자리 잡고 있다. 센터를 운영하던 연규민 관장은 낮 시간 동안 비어 있던 공간에 대한 활용을 고민하다 2010년 이곳에 작은도서관을 개관했다. 이후 도서관은 센터 아이들과 지역 주민들의 공부방 겸 놀이터로 하루 종일 북적이는 공간이 됐다.
이곳은 ‘도서관=책’이라는 공식을 살짝 비껴간다. 그래서 처음 방문하는 이들은 다소 당황스러울 수 있다. 도서관 문을 열면 거실처럼 보이는 곳에 덩그러니 커다란 책상이 놓여 있고 책들은 숨은 그림 찾기라도 하는 듯 작은 공간 속에 요리조리 비집고 들어가 앉았을 뿐이다. 그 옆으로 나 있는 세 개의 방문을 열어야 그제야 “아, 여기가 도서관인가 보다”싶다.
국악·생태·복지·법 관련 도서들과 시집이 자리 잡은 첫 번째 열람실은 관장 집무실로도 사용된다. 아동 열람실은 아이들의 정서를 고려한 파스텔 톤의 아기자기한 공간 구성이 돋보인다. 마지막 한 곳은 조용히 공부할 수 있는 독서실로 꾸며졌다. 연 관장은 “독서실을 미송으로 마감하고 다락방을 만들려고 했는데 예산이 부족해 공사를 제대로 마치지 못했다”며 아쉬움을 보였다.
일반 도서관처럼 책이 분류별로 가지런히 정리돼 있지도 않다. 우수문학도서끼리, 신간 도서끼리 따로 따로 비치하는 식이다. 십진 분류는 가볍게 제쳐두고 이용자의 편의대로 자연스럽게 배열한 책장은 마치 우리집 서재처럼 편안하다. 현재 도서관 장서는 4000여권. 목표인 5000권이 채워지면 오래 묵은 책들은 가능한 덜어낼 계획이다.


매주 월요일과 목요일 오전이면 도서관은 독서 토론 모임인 책나래와 와우서옥의 차지가 된다. 다양한 계층의 회원들로 구성된 책나래와 충북대 평생교육원 논술지도사 과정 수료생들로 구성된 와우서옥은 각각 매주 한 번 이곳에 모여 책을 매개로 한 다채로운 이야기를 나눈다. 지난 7월에는 와우서옥이 책읽는사회문화재단의 ‘독서동아리 지원 사업’에 선정돼 김한종 교수(한국교원대)와 박운규 작가를 초청하는 시민강좌를 열기도 했다.
와우서옥 회원 김승효씨는 “내 아이를 잘 키워보겠다는 협소한 마음으로 공부를 시작했는데 책을 읽고 토론하다보니 엄마의 자세가 바뀌기 전에는 아이도 바뀌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책을 통해 스스로 변화하고 있는 것을 느낀다”고 밝혔다.
진행되는 프로그램만 해도 꿈다락 토요문화학교, 매화서옥(일일공부), 함께나눠요 생태이야기, 한빛국악교실, NIE 독서 논술교실 등 일일이 손으로 꼽기 어려울 정도다.
이중 꿈다락 토요문화학교는 아동·청소년 동반 가족을 대상으로 '학교 밖'에서 이루어지는 토요일 문화예술 프로그램으로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이 주관한다. 충북에서는 14곳이 이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으며 청주지역 작은도서관 중에서는 유일하게 한빛교실작은도서관이 선정됐다. 지난 3월부터 ‘예향을 찾아서’라는 주제 아래 문학 기행인 ‘문향 가는 길’, 소리 기행 및 판소리 교습인 ‘서편제 가는 길’이 열렸으며, 현재 동시 학교인 ‘감자꽃 피는 길’이 진행되고 있다. 오는 12월 7일 청주 복대1동 주민센터에서 발표회도 열 예정이다.


최근 4차시에 걸쳐 연 ‘효과적인 제안서 작성하기’ 글쓰기 교실 프로그램은 특히 인기가 높았다. 직장인이나 작은 기관·단체 운영진 중 기획서나 제안서 작성에 어려움을 느끼는 이들이 많다는 점에 착안, 아이디어 발상부터 기획, 집행, 평가와 정산보고까지 실제 사례를 중심으로 연 관장이 직접 지도했다.
1년에 3∼4번, 도서관은 작가와 독자를 잇는 다리가 되기도 한다. ‘작가와의 만남’ 시간을 마련, 지역과 전국의 작가들을 두루두루 도서관에 불러 들여 매회 색다른 이야깃거리를 만들어 내고 있다. 그렇게 도서관의 잿빛 건물 속에서는 매일매일 오색 꿈이 펼쳐지고, 아이들과 주민들의 마음도 조금씩 조금씩 자라고 있었다.
<조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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