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운동과 일본 관동(關東·간토) 대지진 당시 한국인 피살자 명부가 처음으로 공개됐다.
국가기록원은 1953년 이승만 정부가 작성한 '3·1 운동시 피살자 명부(1권·630명)', '일본 진재(震災)시 피살자 명부(1권·290명)', '일정(日政)시 피징용(징병)자 명부(65권·22만9781명)' 등 3가지 명부 67권에 대한 분석결과를 19일 공개했다.
지난 6월 주일대사관 청사 신축에 따른 이전 과정에서 발견된 것이라고 한다. 국가기록원이 분석작업을 거쳐 공개한 결과에 따르면 피살·피징용자의 이름, 나이, 주소는 물론 피살 정황까지 명부에 자세히 기록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 수립 직후 정부차원에서 전국적인 조사를 거쳐 처음 작성한 명부란 점에서 일제의 만행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주는 사료로서의 가치가 지대한 것으로 평가한다.'
이번에 발견된 명부는 그 동안 피해자 규모가 제대로 파악되지 않은 3·1 운동과 관동 대지진 피살자의 신상을 구체적으로 담고 있어 그 의미가 더욱 각별해 보인다.
이에 따라 최근 한일관계의 걸림돌이 된 강제징용 문제뿐만 아니라 3·1 운동이나 관동 대지진 피살자의 피해보상 문제가 한일관계의 새로운 변수로 부상하게 될 것 같다.
관동 대지진 당시 한국인 피살자수는 6661명∼2만명으로 추정되고 있으나 구체적인 희생자 명단이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기 때문이다.
3·1 운동을 하다 순국한 이들 중 공식적으로 인정된 독립유공자도 391명에 불과하지만 이번에 새로 명부가 발견됨에 따라 그 수가 3배 가까이 늘 가능성이 커졌다고 한다.
독립유공자 발굴은 물론 독립운동사 연구에도 새로운 전기가 마련된 것으로 보인다. 피징용자 명부 역시 기존 명부에서 확인할 수 없었던 신상관련 사항을 구체적으로 담고 있다고 하니 사실관계 확인에 큰 도움이 되길 기대한다.'
그러나 일본 정부는 1965년 한일 국교정상화 당시 한국 정부와 체결한 한일청구권협정을 근거로 일제 강제징용피해자에 대한 배상이 마무리됐다는 판박이 논리를 고수하고 있다.
하지만 한일청구권협정이 명시한 8개 항목에 강제징용 문제는 포함돼 있지만 관동 대학살 문제는 담겨 있지 않다. 관동대지진 피살자에 대한 일본의 배상이 이뤄지지도 않았다.
이런 엄연한 역사적 사실을 직시하고 일본 정부는 이번에 한국인 피해자 명부가 새로 발견된 것을 계기로 진심 어린 사죄부터 해야 한다.
과거사 문제에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는 아베 정부는 침략의 역사를 부정하는데 골몰하지 말고 반(反) 인도적 행위에 대한 사죄와 반성의 마음을 먼저 가지기를 촉구한다.
우리 정부가 더욱 적극적인 역할을 하는 것도 절실하다. 가뜩이나 냉기류가 흐르는 한일관계에 또 하나의 불씨가 던져진 것이어서 조심스러운 측면도 없지는 않겠으나 정부의 조사결과를 토대로 작성된 명부가 나온 것인 만큼 정밀한 사실확인을 거쳐 외교적 대응에 적극 나서야 할 것이다.
어느 쪽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 대립은 지양하되 타협 가능한 현실적인 과거사 해법을 모색하는데 양국 모두 지혜를 모을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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