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연평도 바다 풍경은 여느 바다와 다를 게 없다.
여느 바다에서 볼수 있듯이 푸른 수면 위로 하얀 포말이 언뜻거리고 빛바랜 낡은 어선 여남은 척이 고기를 낚는 그런 평범한 풍경은 인천 연평도 앞 바다에서도 그려지고 있다.
다른 게 있다면 어느 바다와도 비교할 수 없는 긴장의 한계상황일 것이다.
북쪽으로는 북한 황해남도의 해안선과 그 앞의 갈도·장재도·석도 등 크고 작은 섬들이 오롱조롱 바다에 떠 있다. 손을 뻗치면 닿을 듯한 북한의 섬들과 연평도 사이에는 북방한계선(NLL)이 가로질러져 있다. 연평도에서 북쪽으로 불과 1.4km 떨어진 곳이다. 눈에는 보이지 않는 이 선을 사수하기 위해 우리의 젊은 병사들은 열정과 청춘을 바쳤고 때론 목숨마저 내던졌다.
3년 전인 2010년 11월 23일 오늘 북한은 연평도에서 불과 13㎞ 떨어진 개머리 해안포기지에서 연평도의 군부대와 민가를 향해 무차별 포격을 가했다.
170여 발의 포탄에 해병대 장병 2명이 전사하고 16명이 부상했으며 민간인도 2명이 사망하고 4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민가·상가 등 42채의 건물은 순식간에 잿더미로 변했다.
1953년 정전협정 이후 대한민국 영토를 직접 타격해 민간인을 숨지게 한 사상 유례가 없는 북의 도발이었다. 북한의 도발 의지나 호전성은 2년 전 연평도 포격 때보다 결코 약화되지 않았다. 올해 1년은 김정은의 호전성이 드러난 해였다. 서북도서를 향한 도발 수준은 3년 전보다 더 커지고 있다. 3년 전 도발 수준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 하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북한군의 동향에서 나타나고 있다. 군 당국이 서북지역의 북한군 동향을 이같이 평가한 것은 포병·해상전력이 점점 보강되고 있고, 북한군 지도부의 예사롭지 않은 서북도서에 대한 관심 표명 등을 근거로 한다. 북한군은 올 초부터 서해와 동해 최전방 부대를 중심으로 포신이 길고 사거리가 확장된 개량형 240㎜를 배치하는 한편 하반기에는 4군단 예하 도서 포병부대에 122㎜ 방사포 50~60여 문을 배치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개량형 240㎜는 사거리가 65~70㎞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어 새로운 수도권 위협 전력으로 부상하고 있다. 반면 122㎜ 방사포는 사거리가 20㎞ 내외여서 우리 서북지역 5개 도서를 타격 권에 두고 있다. 서해 북방한계선(NLL) 이북 해상에는 잠수함(정) 뿐 아니라 '대동-B급' 반잠수정의 침투훈련도 활발하게 진행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김정은의 서북도서에 대한 과도한 관심도 도발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그는 올해 세 차례나 NLL 인근 무도와 장재도, 월내도 등 서해 섬을 시찰하면서 남측 함정이 군사분계선 해상수역으로 침범하면 조준격파사격을 하라는 내용의 새 해상작전지침을 하달한 뒤 "싸움의 날 불바다에 잠기고 처참하게 짓이겨지는 적진을 (월내도)방어대장이 직접 사진을 찍어 최고사령부에 전송하라"는 등의 호전적인 발언을 늘어놓기도 했다. 3년이 아니라 30년이 지나도 통일이 되기 전까지는 절대로 북한의 무력적화통일 야욕은 변함이 없을 것이다. 서해에서 얼마나 많은 피를 흘렸는지 잊어서는 안 된다. 북한의 어떤 도발 가능성에 대해서도 우리는 만반의 대비 태세를 갖춰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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