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전주교구 사제들이 ‘시국미사’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을 주장하고 북한의 연평도 포격을 정당화하는 내용의 강론을 해 논란을 빚고 있다.
사제들은 22일 전북 군산시 수송동성당에서 신자 등 4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불법 선거 규탄과 대통령 사퇴를 촉구하는 시국미사’를 했다. 한 원로신부는 국가기관의 선거 불법 개입 의혹사건에 대해 “이번 사태의 핵심인 이명박 전 대통령을 구속해야 하며 책임 있는 박 대통령도 퇴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신부는 이어 “독도는 우리 땅인데 일본이 자기 땅이라고 하면서 독도에서 훈련하려고 하면 대통령이 어떻게 해야 해요 쏴버려야 하지, 안 쏘면 대통령이 문제 있어요”라며 “NLL(서해 북방한계선)에서 한미 군사운동을 계속하면 북한에서 어떻게 해야 하겠어요. 북한에서 쏴야죠. 그것이 연평도 포격이에요”라고 말했다. 그는 또 “천안함 사건도 북한이 어뢰를 쏴 일어났다는 게 이해가 되느냐”고 주장했다.
이 미사는 현재 수사 중인 사건과 관련해 현직 대통령의 퇴진을 주장하고, 연평도 포격과 천안함 폭침에 대해 북한의 입장을 대변했다는 점에서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새누리당 윤상현 원내수석부대표는 “결국 NLL 남쪽이 북한 영토라고 주장하는 것과 같은 것으로 궤변이자 용납될 수 없는 발언”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 전병헌 원내대표는 사제단의 박 대통령 퇴진 요구와 관련해 “기본적으로 박근혜 대통령과 여당이 어느 측면에서는 자초한 일”이라고 말했다. 전 원내대표는 그러나 박 신부의 연평도 포격 관련 언급에 대해서는 “신부들의 충정은 이해 가지만 연평도 포격과 NLL에 대한 인식에는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
국방부는 사제들의 발언이 “북한의 도발에 정당성을 부여하고 국가 안보의식 및 군의 사기를 저하시킴은 물론 우리 국민의 NLL 수호의지에 악영향을 초래하는 것”이라며 “국가안보를 위해 헌신한 장병과 국민 희생자, 그리고 유가족들에게 모욕감을 주는 비이성적인 행위로 결코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사제단의 박대통령 퇴진 주장은 국정원 댓글 사건이 아직 수사 중임을 감안할 때 때 이른 감이 있다. 아직 그런 얘기까지 할 단계가 아닌 것이다.
사제단은 수사결과와 재판을 지켜본 뒤에 그런 주장을 할 지 여부를 결정했어야 한다. 또 북한의 연평도 포격을 정당화하는 발언은 국민의 기본적인 상식을 많이 벗어난 주장이다. 북한은 지난 2010년 NLL 남쪽 해역에서 실시한 한미연합군사훈련을 빌미로 연평도를 포격했다. 사제단은 NLL 해역이 북한 땅이라면서, NLL에서 한미연합군사훈련을 실시하면 북한이 연평도를 포격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논리를 폈다.
그러나 NLL은 지난 60여 년간 우리 군이 피로 지킨 남북간의 실질적인 해상경계선이다. 이런 NLL을 북한 땅이라고 주장하면서 무고한 민간인들이 거주하는 마을을 무차별 포격한 북한의 행위를 정당화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논리다.
NLL은 북한 땅이 아니며 연평도 포격은 어떤 이유로든 정당화될 수 있는 행위가 아니다. 정의구현사제단은 과거 암울했던 시절 민주화와 인권회복, 사회정의 실현 등을 위해 활동하면서 많은 국민의 존경과 신뢰를 받았다. 그러나 최근 일부 사제들의 도가 지나친 주장은 그동안 사제단이 쌓아왔던 국민의 신뢰를 무너뜨리고 있다. 정의구현사제단의 일부 사제들이 국민의 상식을 벗어나는 발언을 하는 것이 사제단이 추구하는 ‘정의구현’에 얼마나 도움이 될 지 의문이다.

 

동양일보TV

저작권자 © 동양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