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복(흥덕새마을금고 이사장)

 제임스 콜린스는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 라는 책에서 위대한 기업으로 도약하는 것을 막는 최대 적은 좋은 기업(The enemy of great is good) 이라고 갈파했다. 소위 잘나가는 우량기업이나 혁신 기업이 중간에 도태되거나 위대한 기업으로 계속 성장하지 못하는 주된 요인 중 하나는 그 기업이 좋은 기업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참 역설적인 말이 아닐 수 없다.

 우리는 흔히 우량기업이라 하면 동종의 다른 업체에 비하여 매출이 크고 순이익이 큰 기업을 말한다. 그러나 단순히 이윤 획득이 크다는 이유로 우량기업이라 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 기업은 자사의 이익을 극대화하는데 매진해야 하는 당위성이 있다지만, 그것만으로 기업이 해야 하는 사회적 역할을 다했다고 할 수 없다.

 기업을 경영함에 있어 가장 중요한 일은 새롭게 도래하는 미래를 예측하고 그에 합당한 대비책을 세우는 일이다. 그러나 내로라하는 전문 미래 학자들조차 5년 내지 10년 후에 일어날 일을 정확히 예측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더욱이 오늘날처럼 사업간 경계조차 불분명해지는 글로벌 다변화 시대에는 더욱 그렇다.

 앞으로 전개될 미래 기업사회는 지금보다 한층 더 압축된 경영환경 시대로 돌입하게 될 것이다. 따라서 지식과 첨단 기술로 무장한 기업만 생존이 가능해질 수밖에 없다. 특히 고객의 니즈를 잘 파악하고 제품 하나에도 장인정신이 스민 스토리텔링이 있어야 한다.

 그러므로 새로운 미래시대 콘텐츠는 유연한 사고와 창조정신을 바탕으로, 글로벌한 도전정신과 학제간 벽을 허문 통섭이 필수적이다. 우리는 스티브잡스가 살아있던 시절의 애플과 그의 사후 애플이 확연히 다른 이유를 보아왔다. 이처럼 리더의 능력 또한 기업의 존망에 절대적 영향을 끼치는 요인이다.

 1996년 삼성경제연구소가 펴낸 ‘창업과 수성의 경영학’이라는 보고서에 따르면 1965년 당시 국내 100대 기업(금융기관 포함) 가운데 30년 후인 1995년 말에도 여전히 100대 기업에 들어가는 기업은 대략 16개사에 불과했다. 우리나라 100대 기업의 생존율은 16%에 불과, 미국(21%) 일본(22%)등 선진국에 비해 크게 낮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제임스 콜린스는 ‘15년의 법칙’을 제시하면서, 위대한 기업이 되기 위한 첫 번째 조건은 창업주가 사망하거나 사업에서 손을 뗀 후, 15년이 지나도 변함없이 계속 번창하고 있다면 그 기업은 수성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 거듭난 것이라고 정의했으며, 두 번째 조건으로 경영자의 강력한 추진력(drive), 겸손(humility), 자기반성(self-doubt), 등을 꼽았다.

 우리는 아직도 다른 나라에 비하여 반 재벌 정서가 심각한 편이다. 과거 개발시대에 편승하여 무임승차 하듯 정부로부터 독점적 혜택을 받아 급속성장을 이룬 대기업들이 투명 경영을 외면하고 기업가 개인의 부정축재에 몰두함으로써 기업은 망해도 기업가는 잘산다는 바람직하지 못한 선례를 투영했는가 하면, 노동자의 권익보호를 위한 노력은 소홀히 하는 등 많은 과오를 저질렀다. 또 기업성장의 과실을 함께 나누는 기업가 정신을 망각했다. 그 결과 오늘날과 같은 척박한 기업정서가 자리하게 된 것이다.

  글로벌 기업 환경은 우리가 앉아서 생각하는 것처럼 결코 녹록치 않다. 오직 세계 인류만이 살아남는, 먹느냐 먹히느냐의 냉혹한 정글법칙이 존재할 뿐이다.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 성장하는 길은 노사 쌍방의 합력에만 국한되지 않으며 사회적 함의 속에 국민의 따뜻한 애정과 관심 또한 필요하다. 수백 년의 긴 역사 속에서도 여전히 자국민의 사랑을 받으며 건재한 다른 나라의 기업을 볼 때마다 한없는 부러움을 느낀다. 이제 우리도 이러한 기업이 하나쯤 존재해야 되지 않을까.
 

동양일보TV

저작권자 © 동양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