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B형 유불리 셈법에 신경전" - "수학·국어는 사실상 계열별 수능"

수험생의 학습부담을 덜겠다며 201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에 처음으로 수준별 시험이 도입됐으나 가뜩이나 복잡한 입시를 더 복잡하게 해 수험생 부담을 오히려 키웠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특히 영어 영역은 A/B형 응시자수가 변하면서 실제 수능의 표준점수 최고점과 등급 커트라인이 모의평가 때와 상당히 달라져 수험생들이 혼란을 겪고 있다. 상대적으로 성적이 우수한 영어 B형 응시자들이 입시에서 불리해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교육부는 수준별 수능을 시행하면서 국어·수학에서 어려운 B형을 동시에 선택할 수 없게 했다. 이에 따라 상위권 수험생들이 문·이과 구분없이 어려운 B형에 몰린 영어 영역이 유·불리 신경전이 벌어지는 핵심 영역이 됐다.

영어 B형 응시자수는 6월과 9월 모의평가를 거쳐 실제 수능까지 계속 변화해 혼란이 커졌다.

영어 B형의 표준점수 최고점은 6136, 9135, 이번 수능에서 136점으로 큰 변화가 없었으나 영어 A형은 6월 모의평가 147, 9월 모의평가 145점에서 이번 수능에서 133점으로 1214점이나 떨어졌다.

중하위권은 영어 A형이 유리하다는 관측이 우세해지면서 영어 B형 응시자 중 중위권 학생 일부가 영어 A형으로 옮겨가 수험생 평균을 끌어올렸기 때문이다. A형 비율은 9월 모의평가 때 26.8%에서 이번 수능 때에는 30.1%3.3% 포인트 올랐다.

성태제 평가원장은 "약간 우수한 학생이 영어 A형으로 옮겨가 평균 점수가 높아져 표준점수가 떨어졌다"고 말했다.

영어 성적의 중위권 학생은 A/B형 선택에 따라 유·불리가 갈려 수준별 수준의 취지를 무색하게 했다는 지적도 있다.

김명찬 종로학원 평가이사는 "올해 중위권 학생 중 영어 B형 응시자는 A/B형 수능의 희생양이 될 가능성이 크다""영어 B형 응시자는 성적이 약간 낮더라도 영어 B형 지정 대학에 지원하는 것이 좋다"고 충고했다.

수학은 A/B형으로 명칭만 바뀌었을 뿐 문과형 수리 나형, 이과형 수리 가형과 같아 수준별 수능이 아닌 계열별 수능이 유지된 것이 확인됐다.

실제 성적 결과도 A형의 표준점수 최고점 143점으로 B형의 138점보다 5점이 높아 지난해 수리 나(142)/(139)때와 최고점 차이가 비슷했다.

국어도 문과 수험생이 B, 이과 수험생이 A형을 선택하는 계열별 선택이 이뤄졌다. 이론적으로는 쉬운 A형의 표준점수 최고점이 낮아야 하지만 실제 채점 결과 A형 표준점수 최고점은 132, B형 최고점은 131점으로 A형이 높았다.

이는 상위권 학생이 B형에 집중된 영어와 달리 국어는 A형과 B형에 이과생과 문과생이 각각 지원했으므로 집단 내 변별력을 확보하기 위해 A형이라고 해서 특별히 쉽게만 내지 않았고, A형을 응시한 이과생들의 학력수준을 감안해 출제했기 때문이라는 것이 평가원의 설명이다.

내년에 치러지는 2015학년도 수능에서는 국어와 수학은 A/B형이 유지되지만 영어는 A/B형이 폐지되고 통합형으로 출제된다.

평가원은 "내년 수능 영어 영역은 2014학년도 수능의 영어 B형을 참고해 준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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