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진천 출신인 조벽암(1908~1985·사진) 시인의 동시가 발굴됐다.
1947년 발간된 조선문학가동맹 아동위원회 기관지인 ‘아동문학’ 3호에 실린 ‘자꾸 자꾸 자랍니다’가 그것으로 조벽암시전집 등에도 실려 있지 않은 시다.
시의 전문은 다음과 같다.
시계는 자꾸 자꾸 간답니다
대낮에도 똑딱 똑딱
밤중에도 똑딱 똑딱

기차는 자꾸 자꾸 달립니다
아침에도 푸파 푸파
저녁에도 푸파 푸파

냇물은 자꾸 자꾸 흐릅니다
자갈 위도 도란 도란
모래 위도 도란 도란

우리는 자꾸 자꾸 자랍니다
깨어서도 우쭉 우쭉
잠들어도 우쭉 우쭉

‘아동문학’ 3호에는 이 시 외에도 윤석중 시인의 ‘맨발’, 김철수 시인의 ‘담배장수’, 김만선 시인의 ‘석윳불’ 등 동시와 월북한 김순남 작곡가의 동요 ‘자장가’ 악보 등 한국 문단에서 걸출한 족적을 남긴 예술가들의 작품이 수록돼 있다.
잠자던 조 시인의 시는 최근 그의 조카인 조성호 수필가에 의해 발견됐다.
조 수필가는 “지금까지 조벽암 시인이 동시를 썼다는 흔적을 찾을 수 없었는데 이 시를 통해 아동문학에도 관심을 가졌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며 “정치적으로 좌우가 극렬히 대립하던 혼탁한 시기인 해방 공간에 어린이를 위해 동시를 쓰는 등 아동문학에 깊은 관심을 기울였다는 사실이 매우 놀랍다”고 밝혔다. 
이어 “더구나 첫 시집인 ‘향수(1938년)’에서 서정적인 시들을 선보이다가 1948년 ‘지열’ 시집 발간 시에는 현실 인식에 기초한 격렬한 시들을 쓰던 시기인데 이 무렵에 시계, 기차, 냇물과 함께 우리 어린이가 자라는 모습을 비유적으로 보여주며 순박한 동심을 일깨워 주었다는데 큰 뜻이 있다”고 덧붙였다.
조벽암 시인은 1908년 진천에서 출생했으며 본명은 중흡(重洽)이다. 포석 조명희 선생의 조카로 경성제일고보, 경성제국대학(현 서울대) 법문학부를 졸업했다. 1931년 소설 ‘건식(健植)의 길’을 조선일보에 발표하면서 등단, ‘구인회’ 멤버로 활동했으며, 1933년 시 ‘새 아침’을 ‘신동아’지에 발표하며 시인으로도 등단했다. 1949년 월북, ‘조선작가동맹’ 중앙위원회 상무위원, ‘조선문학’·‘문학신문’ 주필, 평양문학대학 학장 등을 역임했다.
<조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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