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복(흥덕새마을금고 이사장)


 우리는 매달 한 번씩 정례적으로 ‘사랑의 점심 나누기’ 행사를 하고 있다. 홀로되셨거나 연로하여 거둥이 불편하고 형편이 어려운 지역관내 어르신들에게 따뜻한 점심 한 그릇을 대접하는 일이다. 가장 신선하고 상태 좋은 식재료를 사기위하여 하루 전 우리 봉사단 어머니들이 시장을 보고 하나하나 꼼꼼한 검수를 거친다. 한 달에 한번 시행되는 무료급식 이라고는 하나 그 준비과정은 결코 쉽지 않다.

 식사 대상이 연로하신 어르신들인 탓에 처음부터 끝나는 시간까지 긴장을 늦출 수 없다. 협소한 공간에서 다수의 인원을 몇 번에 걸쳐 교대로 급식해야하기 때문에 질서가 지켜지지 않으면 일을 추진할 수가 없다. 그러나 어느 땐 어르신들이 물정모르는 어린이들보다도 통제가 어렵다.

 육수를 끓이는 일 또한 큰 어려움 중 하나다. 대형들통에 불을 붙이고 오랜 시간 곁에서 지켜야한다. 참기 힘든 열기도 문제지만 자칫 화상 염려 때문에 온 신경을 곤두세운다.

 나는 봉사란 어쭙잖은 감상이나 값싼 동정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모름지기 봉사는 글자그대로 자신이 먼저 몸과 마음이 바로선 바탕위에 행해져야하며, 물이차면 스스로 넘쳐흐르듯 자발적 사랑의 도여 로 이루어져야 한다. 또한 남을 사랑하는 것 못잖게 남의 사랑도 받아드릴 수 있는 순수하고 정제된 마음가짐이 되어야 한다. 자신도 제대로 사랑할 줄 모르면서 어찌 남을 사랑하고 남을 위해 헌신할 수 있단 말인가.

 식사를 하러 오시는 어르신 대부분은 행동이 불안정하고 굼 뜬다. 또 많은 분들이 한꺼번에 밀어닥치면 좁은 공간이 더욱 혼잡해져 어려움을 겪기 일쑤다. 그러나 아무리 동작이 늦고 답답해도, 많은 분들이 줄을 서서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해도, 독촉하거나 큰소리를 낼 순 없다. 봉사자 일거수일투족이 그날의 봉사가 순조롭게 마무리 될 수 있도록 하는데 중요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어르신들은 우리보다 자신들의 행동을 잘 알고 더 미안해하신다. 그리고 항상 밝은 얼굴로 맛있게 먹었노라 인사하신다. 그러한 어르신들 앞에서면 한없이 죄송한 마음뿐이다. 요즘 무료로 밥한 끼 주는 곳이 어디 이곳뿐이겠는가. 마치 대단한 선행을 베푼 것처럼 혹시 마음속에 우쭐한 오만이나 편견은 없었는지 돌아볼 일이다.

 날이 춥고 길이 미끄러운 겨울엔 무료급식소 대부분이 급식을 중단한다. 물론 보행이 어려운 어르신들을 배려한 때문이라고 하지만 그것만으론 부족하다. 진정으로 그분들을 생각한다면 그 정도 어려움은 극복해야한다. 우리 주변엔 아직도 하루 한 끼로 연명하는 불우한 이웃들이 많이 있다. 그분들의 처지를 진정으로 생각한다면 봉사는 그침 없이 계속돼야 한다.

 나는 지역에서 얻어진 이익은 반드시 지역에 환원한다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여러모로 취약하고 어려운 지역 상권을 살리는데 조금이나마 힘을 보태기 위해 같은 값이면 모든 급식재료를 지역 내에서 구입하도록 하고 있다.

  그동안 대형 쇼핑센터를 비롯한 기업들이 지역에서 벌어들인 이익을 일부라도 지역에 다시 환원한다는 소식을 별로 듣지 못했다. 이제 우리는 이러한 부분에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 이것이 SMS나 전통시장에만 국한된 일이 아니다. 은행과 같은 기업도 마찬가지다. 연말에 생색내기위한 깜짝쇼에 그칠 것이 아니라 일정부분은 항상 지역에 재투자를 해야 한다. 

 요즘 경기가 말이 아니다. 오죽하면 IMF 때는 해제해서 쓸 통장이라도 있었는데 지금은 그마저도 없다고 한다. 경기가 어려운 때일수록 주변을 돌아보는 관심과 사랑이 필요하다. 비록 한 끼 식사로 굶주림을 다 해결할 수는 없겠지만 새로운 힘과 용기를 북돋우는 계기는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한해를 마무리하는 세모에 추위를 녹여줄 훈훈한 정이 더욱 그리워짐은 왜 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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