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원(신성대학교 복지행정과 교수)

 요즈음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고 있는 혼란스러운 상황들을 보면 마치 춘추전국시대의 상황을 방불케 한다. 브레이크 없는 차가 내리막길에서 방향을 잃고 달려 주위 사람들이 공포와 위협에 빠져든 것 같은 형국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사회지도층의 역할이 중요한데 오히려 이들이 혼란과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 그렇다면 과연 춘추전국시대를 대표하는 사상가인 공자와 맹자는 난세를 극복하기 위해 어떤 방도를 내놓았는지 그들의 이야기가 담긴 「논어」와 「맹자」를 통해서 오늘의 난국을 이겨나갈 수 있는 리더십의 지혜를 빌려 보기로 한다.

 「논어」는 유가(儒家)의 성전(聖典)으로 지금으로부터 약 2,500년전 춘추시대 말기에 활동한 정치가이자 교육자인 공자의 언행을 기록한 책이다. 「맹자」는 전국시대 위대한 사상가인 맹자의 주장을 모은 것이다. 그런데 「논어」와 「맹자」를 보면 리더십에 관해 따로 설명한 부분이 있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여기서는 ‘모리야 히로시’가 쓴 「성공하는 리더를 위한 중국고전 12편」(도서출판 예문, 2002)에 나오는 내용과 이에 대한 필자의 소견을 중심으로 언급하려고 한다.

 「논어」에 의하면 위정자는 덕이 있어야 하며 도덕과 예의에 의한 교화가 이상적인 지배방법이라 생각했다. 이러한 사상의 중심에 놓인 것이 인 즉,“사람을 사랑하는 것”이다. ‘인’은 그리스도교의 ‘사랑’이나 불교의 ‘자비’와 달리 부모형제에 대한 골육의 애정 곧 효제( 어버이에 대한 효도와 동기에 대한 우애)를 실천하는 것을 말한다. 따라서 리더는 덕을 쌓기 위해 자기 자신을 연마하는 노력을 게을리 해서는 안되며 주변에서부터 인을 실천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 또한, 군자(리더)는 부하가 충분히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하고 작은 실수는 책망하지 말고 인재발탁에 힘쓸 것을 주장하였다. 한편, 인간관계의 기본으로 믿음(信) 즉, 성실함을 바탕으로 한 신뢰관계를 중시하였다.

 맹자는 이러한 공자의 ‘인’에 대해 ‘의’를 더하여 왕도정치를 주장하였다. 맹자는 ‘인은 사람의 마음이요 의는 사람의 길’이라고 하고 군주(리더)는 인과 의를 몸에 익히고 이를 다른 사람들에게 널리 권유하라고 하였다. 즉, 맹자는 인간의 본성은 선하지만, 선한 본성도 방임해두면 악으로 향할 수 있으므로 인격을 끊임없이 도야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하였다. 이처럼 인간은 노력만 하면 원래 선한 소질을 신장시켜 나갈 수 있으므로 지도자들은 자신의 본성을 자각하고 ‘인’과 ‘의’라는 두 가지 덕을 몸에 익혀 이를 다른 사람(부하)에게 파급시켜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맹자가 설파하는 왕도정치이다. 이처럼 리더는 자기연마를 위한 끊임없는 노력과 반성을 통해 길러지는 것이다. 또한, 리더는 부동심(不動心)의 경지에 이를 것을 주장하였다. 부동심이란 외계의 사물이나 정세변화에 조금도 마음을 움직이지 않는 경지를 가리킨다. 예를 들면, 리더는 자신이 옳은 것을 행한다는 확고한 신념이 있으면 다른 사람들의 말에 쉽게 휘둘리거나 동요하지 말고 실행에 옮겨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유연한 태도가 리더의 기본자세라고 하였다. 즉, 기본적인 것만 지킨다면 그 후의 일은 임기응변으로 처리해도 좋다는 것이다.

  현재 우리사회에는 어른도 없고 올바른 주장을 하기도 꺼려하는 분위기가 팽배해 있다. 극단으로 치닫는 시대적 분위기 속에서 막말과 저질공세만 난무하다보니 상식적인 판단으로 행동을 하는 지도자가 그리울 뿐이다. 서양의 리더십서적과 달리 중국의 고전은 어느 정도 인생체험을 거치고 나서 읽을 때 느끼는 바가 많다고 하는데 우리사회 지도자들은 난장판에 빠지지 말고 고전에 빠져봤으면 한다. 한해를 마무리하는 길목에서 우리사회의 지도층 특히 정치인들은 수신하는 태도로 민신(民信)을 제고할 수 있는 리더십을 논어와 맹자에서 배웠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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