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주년 맞은 충북 최대 인터넷 육아 커뮤니티 ‘맘스캠프’


출산 후 처음 만난 아기는 하늘에서 떨어진 양 생경스럽기만 하고, 밤낮을 가리지 않고 울어대 초보 엄마를 당혹스럽게 한다. 잠투정, 모유 수유, 이유식, 기저귀 떼기 등 험난한 육아의 여정들을 힘겹게 거쳐내도, 각종 매체를 통해 쏟아지는 ‘엄마의 역할’에 대한 암묵적인 강요에 엄마들의 피로감은 쌓여만 간다. 아이를 데리고 나간 마트에서 야채 코너 사이로 추레한 내 모습이 비칠 때쯤, 나는 어느새 육아에 지친 아줌마가 되어 있다.
팍팍한 엄마들의 삶에 숨통을 틔워주는 곳, 충북지역 최대 인터넷 육아 커뮤니티 ‘맘스캠프(http://cafe.naver.com/cjcjmom·회장 김선영)’는 어쩌면 사막의 오아시스다.
‘맘스캠프(이하 맘캠)’가 최근 8주년을 맞았다. 맘캠은 11일 청주 오션파티에서 정모(인터넷 커뮤니티 회원들의 정식 모임)를 열고 8주년을 자축했다. 전업주부를 위한 오전 정모와 직장인 주부를 위한 오후 정모로 나눠 열린 이번 행사에는 모두 400여명이 참가했다.
맘캠은 지난 2005년 11월 ‘청주맘 임신육아’라는 이름으로 개설됐다. 4년 전 공모를 통해 ‘맘스캠프’라는 이름으로 변경했고 12월 현재 3만5000여명이 회원으로 있다. 포털사이트 네이버와 다음의 충북 육아 커뮤니티 중 가장 많은 회원수를 보유하고 있으며 지난 2008년부터 매년 네이버 대표카페로 선정되고 있다.
충북에서 영유아 자녀를 키우고 있는 주부라면 모르는 사람이 거의 없을 정도인 이 모임이 엄마들에게 미치는 영향력은 상당하다. 하루 게시글만 1000건이 넘고 이에 대한 댓글은 거의 실시간으로 달린다. 아이와 남편에 대한 고민을 마땅히 털어놓을 곳이 없는 주부들에게도 맘캠은 좋은 친구다. ‘맘캠중독’이라는 단어가 등장할 정도다.
그동안 참 다양한 사업들을 진행하기도 했다. 영화 관람조차 호사인 엄마들을 위해 상영관 한관을 통째로 빌려 아기와 함께 관람할 수 있도록 했고, 아빠의 육아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 ‘젖병 빨기 대회’를 열기도 했다. 아기 빨리 달리기 대회, 예쁜 그림 그리기 대회, 도전 골든벨, 체육대회 등이 쉴새 없이 이어졌다. 충북지역에서 육아박람회를 가장 처음 연 곳도 맘스캠프였다.
3년 전 문을 연 맘스캠프 문화센터는 뼈 아픈 시행 착오의 기억을 남겼다. 교육장을 마련하고 카페 회원 중 전문가들을 강사로 고용했으며 아기를 돌볼 베이비시터까지 뒀다. 청주시내에서 아기를 데리고 갈 수 있는 문화센터는 이곳이 유일해 엄마들의 호응이 높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재료비와 수강료만으로는 도저히 운영비와 인건비가 충당되지 않았다. 자원봉사로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빚만 남긴 채 문화센터 교육장 문을 닫아야 했다. 현재는 청주 미평동의 키즈잡 아카데미(흥덕구)와 율량동의 올리브팜스 2층 공간을 저렴하게 임대해 양말 공예, 아기옷 만들기, 아동 도시락 만들기 등의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최근 역점을 두고 있는 것은 프리마켓이다. 주부들의 경제적인 요구와 폭넓은 소통의 장 마련을 위해 열리는 이 행사는 지난 3월부터 11월까지 5회에 걸쳐 청주 청소년광장과 오송역 등에서 진행됐다. 매회 60~70여개의 부스가 열리며 2000여명이 참석할 정도로 성황을 이루는 프리마켓에는 맘캠 회원들이 판매자로 나서 직접 만든 수제품(스카프, 차량용커튼, 목걸이, 리본 등)들과 중고물품들을 판다.
김선영 회장은 “많은 엄마들이 일자리에 대한 욕구를 갖고 있지만 임신, 육아 등 현실적인 문제들로 막상 일을 시작하기는 쉽지 않다”며 “재능 있는 주부들이 부업으로 적은 수익금이라도 얻어 갈 수 있도록 프리마켓을 열게 됐다”고 말했다.
‘아줌마들이 모여 수다만 떠는 곳’이라는 편견은 금물이다. 맘캠은 회원들의 사랑을 한데 모아 이웃들에게 전달하기도 한다. 커뮤니티 내에 ‘사랑나눔봉사대’를 발족해 매월 10여명의 한부모 가정에게 쌀과 분유 등을 전달하고 재능기부를 한다. 한부모돕기 자선바자회와 프리마켓을 열어 이곳에서 얻어진 운영진의 수익금은 해오름마을과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에 기부한다. 지난 3일에는 초록우산 어린이재단과 협약을 맺기도 했다.
김 회장은 “무보수로 봉사하고 있는 운영진들이 아니었다면 맘스캠프가 이렇게 활성화되지는 못했을 것”이라며 “엄마들이 마음대로 들러 차 한 잔이라도 마시고 갈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조아라>


 

동양일보TV

저작권자 © 동양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