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종호(논설위원 · 청주대 명예교수)

 요즈음 세상이 어지럽다. 신문을 펼치든 방송을 시청하든 ‘왜들 저러지’라는 말이 저절로 나온다. 일본 아베 총리의 독도영유권과 위안부 문제에 대한 좌충우돌 식 언행으로 인하여 한·일 간에 극도로 불편한 관계가 계속되는 가운데 중국이 갑자기 ‘방공식별구역(KADIZ)’을 들고 나오면서 한·중·일 3국간에 영공관할권 분쟁이 전개되고, 탄압을 무기로 세습정권을 유지하는 북한에서는 제2실권자가 국가전복음모로 공개 처형되는 등 나라 밖이 뒤숭숭하다. 그런가하면 나라 안에서는 국정원 개혁을 외치는 민중시위가 서울 시내 곳곳에서 열렸는가하면, 초선(전국구) 야당의원은 “18대 대선은 부정선거였으니 당선자는 자진사퇴하고 보궐선거를 치러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았고, 뒤이어 야당의 모  최고위원은 “박근혜 대통령은 신공안통치와 신유신정치로 박정희 전 대통령의 전철(중앙정보부장의 총에 서거)을 밟을 수 있다는 국민의 경고를 새겨들어야 한다.”는 막말을 쏟아냈으며, 이에 대하여 여당인 새누리당은 릴레이 장외집회에 돌입하는 등 정국이 혼란스럽다. 국민들은 정치인들의 이러한 금도(襟度)를 벗어난 발언들을 보면서 이구동성으로 시대와 환경은 발전적인 방향으로 변하고 있는데 정치권은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뒷걸음질을 하고 있다는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정치권의 궤도이탈적인 행보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기에 이러한 행태(行態)들에 대하여 일희일비한다는 자체가 무의미한 것인지도 모른다. 그렇다하여 ‘나 몰라라’할 수 없기에 필설을 거듭하고 있는 것이다.

 


국제사회는 건듯하면 자국의 이익을 위하여 지구촌을 국가 대 국가의 각축장으로 만들고 있다. 이럴수록 국가는 정체성과 위상을 확고히 하여야 한다. 무엇보다 세계무대에서 자타가 공인할 수 있는 ‘정의국가상(正義國家像)’을 정립하여야 한다. 정의란 무엇을 뜻하는가. 어떤 현상이나 사안에 대하여 옳고 그름(시비:是非)을 따져 옳음의 편에 서는 것을 말하지 않는가. 그리고 ‘옳다’는 것은 사리나 이치에 맞는 것을 말하는 것으로 일반적인 상식이나 양식 등을 가진 사람이면 누구나 식별할 수 있는 판단의 대상이 아닌가. 모든 것이 이치나 사리에 맞게 이루어지는 사회나 국가 및 세계는 건강하고 생명력이 넘치는 ‘살아있는 사회이고 국가이며 세계’인 것이다. 그렇기에 한국은 정의국가 건설을 최우선과제로 삼고 이의 실현을 위해 진력하여야 한다. 무슨 현상이나 사안을 진단하고 처방함에 있어서 정의가 절대적인 잣대로 되는 정의국가를 건설하여야 한다. 정의를 사랑하고 수호하는 국가, 옳은 것만을 지향하는 국가상을 정립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은 이러한 국정철학 하에 국내외 문제에 대처하여야 한다. 현재까지 장구한 세월동안 ‘실효적 지배’하에 관리해온 독도와 이어도는 분명 한국의 영토임을 만천하에 분명하게 선포하고 정의수호의 차원에서 이론(異論)을 달지 못하게 하여야 한다. 강대국이라 하여 힘의 논리로 억지 주장을 편다면 해당국에게 “대국답지 않은 과욕을 부리지 말 것”을 촉구하고, 반만년의 역사와 정의수호국가의 전통을 앞세워 끝까지 단호한 자세를 견지하여야 한다. 더 이상 재론할 수 없도록 정의국가로서의 국격에 맞게 대처하여야 한다. 이러한 행보는 국내문제에도 동등하게 적용되어야 한다. 오히려 보다 강한 잣대로 재단하여야 한다. 입법기관인 국회가 국가의 기본법인 헌법이나 자체법인 국회법의 규정을 위반하는 행위나, 민주국가의 국민이면서 민주국가와 정반대되는 사회주의 및 전체주의국가를 추종하는 세력이나, 정치권의 같은 멤버이면서 당이 다르다하여 타당 및 타당소속 국가원수를 적대시하는 언사를 남발하는 행위 등은 정의수호의 차원에서 책임을 지게 하여야 한다. 영웅심리나 인기영합주의 및 당리당략에 매몰되어 국민의 상식이나 양식에 어긋나는 행위를 하는 것은 국민의 이름으로 지탄받아 마땅하다는 것이다. 국가는 개인이나 특정인만이 아닌 국민 모두의 소유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국민 모두가 하나가 되어 정의를 국력으로 하는 정의국가를 건설하여야 한다. 정의를 국내외 문제해결의 열쇠로 삼는 국가상을 정립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국가상을 세계에 한국의 브랜드로 내 놓아야 한다. 그리하여 국제무대에 정의애호 및 수호국가로서의 입지를 확고히 하여야 한다. 그래야만 한국은 인도의 시성으로 존경받고 있는 타고르나 영국의 캐머른 수상이 말하는 ‘동방의 등불’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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