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남현(대한적십자사 충북도지사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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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어느 날 대한적십자사 충북지사에 특별한 항아리가 배달되어 왔다.
이 항아리에는 적십자의 희망풍차 결연을 맺은 양영복(78) 할머니가 폐지를 주워서 모은 동전이 가득 담겨있었다.
할머니는 “나이가 들수록 외로움이 제일 무섭다. 그런데 적십자봉사원들이 친자식보다도 더 자주 찾아와서 말벗도 해주고 집안청소는 물론 밑반찬을 비롯해 많은 도움을 줘서 고마웠다. 무엇이든 보답을 하고 싶었다. 내가 가진 것이 이것뿐이라서 미안하다. 나보다 더 힘든 사람들에게 사용되면 좋겠다”고 했다.
적십자가 펼치는 희망풍차운동의 수혜자인 할머니께서 이번에는 자신보다 어려운 사람을 도와주게 된 가슴 따스한 이야기다.
사람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에서 출발한 대한적십자사가 작년부터 중점적으로 전개하는 맞춤형 통합서비스인 희망풍차운동은 우리주변의 소외된 4대 취약계층(어린이, 어르신, 다문화가족, 북한이주민)을 위한 새로운 희망 만들기 캠페인이다. 적십자사 전문봉사원 2명이 매주 1회 이상 어려운 가정을 방문해 반찬전달, 목욕봉사 등의 기본서비스와 각 대상자에게 꼭 필요한 도움(의료, 주거개선, 교육, 기초생활)을 제공하고 있다.
이를 위해 지난 한 해 6000명의 학생들이 자신의 용돈을 아껴 어려운 친구를 돕는 희망나눔천사에 가입했다. 300개가 넘는 사업장은 결연세대를 돕기 위해 월 3만원 이상을 기부하는 희망나눔명패를 달게 됐다.
그리고 지난해 도민들께서 납부하신 적십자회비는 재해구호에서부터 사회봉사와 보건의료사업, 청소년 활동, 국제협력 등 인도주의 활동을 하는데 사용되었으며, 특히 관내 4979가구 8507여명의 이재민 및 취약계층에 대해 쌀, 라면 등 구호품을, 2만여명의 어르신들에게는 따뜻한 식사를, 350여명의 어려운 청소년들에게는 장학금과 생활비를, 3000여 가구의 취약계층세대에게는 사랑의 연탄과 김치를 제공하였다.
이처럼 어려운 이들의 눈물을 닦아 주고 있는 대한적십자사는 인도주의 사업에 사용될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전 국민이 참여하는 범국민운동으로 적십자회원을 모집하고 회비를 모금하고 있다. 적십자의 이념과 활동에서 보듯 그동안 우리사회의 상부상조의 훌륭한 전통을 계승하고 나눔 문화를 확산하는데 크게 기여해왔다. 적십자의 인도주의 활동을 생각하면 적십자회비는 회비 그 이상의 가치가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매년 적십자 사업에 동참하는 도민들의 참여율과 회비 모금액은 점점 감소되는 추세로 인도주의 사업 수행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실정이다. 충북적십자는 안타깝게도 2013년도 적십자회비 모금 전국 꼴찌의 불명예를 안았다. 다른 시도 지사에 비하여 규모는 작지만 봉사활동에 있어서는 결코 뒤지지 않는다는 자부심이 있었던 터라 그 실망감은 더욱 클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충북적십자는 이런 시련을 기회라고 생각하고 그동안 쌓아온 찬란한 봉사의 전통과 역사를 이어가고 나아가 사회적 신뢰를 회복하기 위하여 무엇보다도 적십자정신을 구현하는 운동성을 정립하는 일과 우리 사회가 적십자에 절실히 요구하는 것이 무엇인지 내용을 파악하고 수용하는데 노력할 것이다. 도민이면 누구나 적십자 활동에 동참할 수 있도록 하고 적십자만 할 수 있는 일과 적십자가 더 잘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가를 끊임없이 찾고 집중할 계획이다.
우선 의료복지 사각지대에 있는 위기에 처한 소외계층이 의료비를 감당하기 곤란한 긴급상황이 발생할 경우 현장 확인을 통해 지원의 필요성이 인정되면 즉각 지원하는 적십자 희망풍차 솔루션 긴급지원 프로그램을 활성화하겠다. 이런 노력들이 좋은 결실을 맺을 수 있으려면 도민 여러분의 온정을 담은 따스한 손길이 반드시 필요하다.
시대가 변함에 따라 적십자회비 모금 방식도 진화되어야 함은 마땅하다. 그러나 모금 방식을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자칫 적십자 회비를 내지 말자는 이야기로 와전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십시일반으로 내어주시는 8000원의 적십자 회비는 그 용도나 상징성으로 보면 매우 큰 사랑의 실천이라 볼 수 있다. 어려운 이웃을 생각하는 마음들아 모아져서 내 주변과 사회 전체를 행복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인류의 평화와 생명존중을 위해 적십자가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 표현한 알베르트 슈바이처 박사의 간절한 외침을 소개하는 것으로 글을 마칠까 한다.
“적십자는 어둠을 밝히는 등불입니다. 이 등불이 꺼지지 않도록 지켜주는 것은 우리 모두의 의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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