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래 수 대전지역 담당 차장

전국철도노동조합(철도노조) 파업이 18일로 10일째다. 지난 2009년의 8일 파업 기록을 깬 최장기 파업이지만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정부와 코레일, 노조가 힘겨루기 양상을 보이면서 장기화 조짐마저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검찰과 경찰은 16일 철도노조 지도부에 대한 체포영장을 청구했고, 대전지법은 영장을 발부했다. 파업이 더 이상 용인할 수 없는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과거처럼 검찰과 경찰을 동원한 강경 대응이 능사는 아니다.
먼저 파업의 불법성 여부를 냉정하게 판단해 봐야 한다. 정부와 코레일은 이번 파업을 불법으로 규정짓고 노조집행부와 조합원 4356명을 무더기로 직위 해제했다. 2009년 파업 때처럼 대량징계 사태가 재연되고 있는 것이다. 코레일은 KTX 자회사 설립이 정부 정책이므로 파업 이유가 되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반면 노조는 파업이 합법 절차를 거쳤고 KTX 자회사 설립이 근로조건과 직결된다며 적법을 주장하고 있다. 양측의 논리가 팽팽히 맞서 있지만 대법원 판례를 비롯해 사회분위기가 파업 요건을 폭넓게 해석하는 추세인 것은 분명하다.
이번 사태의 가장 큰 문제는 철도 민영화를 둘러싼 양쪽의 뿌리 깊은 불신이다. 코레일은 신설되는 KTX 법인 지분의 민간 참여 가능성을 차단했기 때문에 민영화는 아무런 근거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노조는 자회사 분리 운영 자체가 민영화의 사전 포석이라는 입장이다. 실제 정부가 마음만 먹으면 민간에 지분 매각이 가능하도록 코레일 정관을 바꿀 수 있어 민영화 가능성이 완전히 없어졌다고 보기 어렵다는 지적이 있다. 내년 말 개통하는 수서발 KTX 노선이 출발역만 다를 뿐 기존 KTX 경부·호남노선과 중복된다는 점에서 운영 주체를 굳이 두 곳으로 분리해야 하느냐에 대한 의문도 남아있다. 정부가 지난달 공공물자 조달시장 개방 대상에 철도산업을 포함시킨 것도 불신을 키웠다.
파업이 장기화하면 국민들의 불편은 물론 산업계 물류 피해도 심각한 위기를 맞게 된다. 이런 상황에 이르기 전에 관련 주체들은 대화를 조속히 재개해 쟁점을 정리하고 불신을 풀어야 한다. 이를 위해 시민단체가 제안한 대로 사회적 논의기구를 구성하는 방안도 검토할 만하다.
 

동양일보TV

저작권자 © 동양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