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재현

터벅이며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 낮인데도 어둡게 보였어요.
“준석아, 어쩌냐? 알지? 그래도 난 너 찍었다.”
‘쥐새끼 같은 놈, 그래도 친구라고 믿었건만.’
  유일하게 말을 건 민식이에게 화를 내지 못했던 것은 마지막 남은 자존심이었어요. 내게 나온 한 표도 사실 내가 찍은 표였거든요. 아이들이 뒤통수에 대고 수군거리는 것만 같았지요. 한 표, 한 표……. 고개를 세차게 내저었어요.
나는 빨리 다락방에 가고 싶었어요. 책들로 둘러싸인 다락방은 힘들고 속상할 때일수록 내 편이 되어주었거든요. 집에 도착하자 나는 현관문을 쾅! 요란하게 닫았어요. 가방을 내던지고, 2층 다락방으로 올라가 벌러덩 누웠어요. 아직도 분하고 억울해서 눈물이 다 나려고 했어요. 시간이 지날수록 학교에서 있었던 회장 선거가 떠올라 견딜 수 없었어요.
선거가 끝난 조금 뒤였어요. 선생님이 다가와 호통을 쳤지요.
“박준석! 어서 일어나지 못해?”  선생님 말에도 나는 계속 책상에 엎드려 있었어요.
“아니, 이 녀석이! 빨리 안 일어나? 그러고 있는 것이 얼마나 못난 모습인지 몰라?”
선생님이 내 책상 앞까지 와서 화를 내며 말했지만 도저히 고개를 들 수 없었어요. 눈물이 마구 쏟아져 나왔어요.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은 심정이었지요. 선생님 호통에도 수업이 끝날 때까지 책상에 엎드린 채 일어나지 않았어요.
‘내가 나무늘보보다 못한 게 뭐야?’
나는 나무늘보 주제에 종원이가 회장이 됐다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었어요. 선생님은 가뜩이나 큰 콧구멍을 씩씩대며 교실을 나갔어요. 아이들은 슬금슬금 눈치를 보며 나를 피했지요.
‘그래, 너희들도 양심이란 것이 있다면 날 똑바로 보지 못할 거다.’
내가 지들에게 얼마나 잘 해주었는데, 이건 눈곱만큼의 양심이라도 있다면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에요.
“공부도 그만큼 하는데 너는 어째 6학년이 될 때까지 회장 한 번을 못해 보니? 이번에도 떨어질 거면 아예 나가지도 마라.”
마지막으로 회장에 도전해 보겠다고 했을 때, 엄마가 한 말이 떠올라 가슴이 먹먹했어요.
“당연하지. 준석이 너 우리가 확실히 밀어줄게. 걱정 마.”
분식집에서 떡볶이를 얻어먹으며 친구들이 했던 말도, 내 간절한 부탁 문자메시지에
오키도키 걱정마.
너 뽑아줄게
라고 답한 친구들 문자메시지도 모두 철썩 같이 믿어버린 것이 잘못이었어요. 선거운동 일 주일 동안 맛있는 거 사주고, 아끼는 물건도 눈물을 머금고 주고, 평소에 친하지 않은 친구들에게 자존심 버려가며 비위 맞추던 시간을 생각하니 분하고 원통했어요. 종례시간까지 하루가 지옥 같았지요.
나는 벌떡 일어나 앉았어요. 뭐라도 해야지 도저히 견딜 수 없었어요. 나는 책으로 꽉 찬 다락방을 둘러 봤어요. 그래도 이곳이 있다는 것은 정말 큰 행운이었어요. 내가 처음 다락방에 숨었던 때도 3학년 때 첫 회장선거 날이었어요. 돌이켜 보면 회장선거 때문에 다락방이 아지트가 된 셈이지요. 그 때는 그래도 세 표는 받았는데…….
‘칫! 나무늘보 주제에!’
회장에 당선된 종원이 얼굴이 떠올랐어요. 나무늘보는 내가 종원이에게 붙인 별명이었어요. 행동도 느리고, 친구들 말에 언제나 배시시 웃는 표정이 꼭 나무 위에서 잠만 자는 나무늘보를 닮았거든요.
내가 회장이 되면 나무늘보보다 백 배는 더 잘 할 것 같았어요. 나는 괜히 화풀이 하듯 책을 거칠게 뺐다가 끼었어요. 이러면 회장 선거 생각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처럼 말이지요. 그러다 손이 멈췄어요. 처음 보는 책이 보였거든요. ‘시간을 뒤집어라’ 이런 책이 있었던가? 책은 아주 두꺼웠어요.
‘이건 뭐지?’
책을 빼니 작은 손잡이가 보였어요. 책을 한 권, 두 권 빼니 빛바랜 고동색 문이 보였어요. 다락방 속에 또 다른 방이 있는 줄은 전혀 알지 못했어요. 조립식 책장의 칸막이는 쉽게 분리할 수 있었어요. 금세 사람 한 명이 드나들만한 문이 나타났지요. 손잡이를 잡자 차가운 느낌이 온몸을 휘감았어요. 손잡이를 몇 번 좌우로 돌렸더니 온몸이 휘감기면서 문이 스르르 열렸어요. 조금 두려웠지만 용기를 내서 한 걸음 내딛었어요. 그 순간 나는 두 눈을 탁구공만큼 크게 뜨고 말았지요. 바로 우리 반 교실에 내가 서 있는 것 아니겠어요?
‘어떻게 된 일이지? 우리 집이랑 교실이랑 연결이 되어 있었나?’
“뭐하니? 안 앉고.”
어리둥절해하며 멀뚱멀뚱 서있으니까 짝인 수빈이가 말했어요. 얼떨결에 자리에 앉았지요.
“회장도 뽑혔으니, 우리 인사 한 번 해 볼까? 회장!”
선생님 말에 나는 종원이를 바라보았어요. 하지만 종원이는 무슨 일인지 일어나지 않았어요. 친구들이 모두 나를 바라보았지요. 수빈이가 내 옆구리를 찔렀어요.
“뭐해? 선생님이 부르시잖아.”
“어? 회장 부르시지 않았어?”  그 때 선생님의 목소리가 다시 들렸어요.
“준석아, 인사 좀 해 보자.”
선생님은 입가에 웃음을 머금고 나를 따뜻한 눈으로 바라보았어요.
‘내가 회장이라고? 내가? 단 한 표 밖에 받지 못한 내가 회장이라고? 이게 어떻게 된 일이지?’
나는 얼떨결에 자리에서 일어났지요.
“준석이가 회장 첫날이라 긴장했나 보구나?”  선생님 말에 나는 어찌 된 일인지 도저히 감을 잡을 수가 없었어요. 머리가 어지러웠지요. 그렇게 꿈에 그리던 회장이 되어 있다니 실감이 나지 않았거든요. 
점심시간에 급식을 다 먹고, 책을 보려는데 민식이가
“어이, 회장! 나 좀 잠깐 보자.” 
하며 내 손목을 잡고 어디론가 데려갔어요. 건물 뒤 작은 운동장에는 열 명 정도의 남자 아이들이 기다리고 있었어요. 친구들이 나를 둥글게 에워쌌어요.
“이제 너도 약속을 지켜야지.”
민식이가 오른손 주먹을 쥐고 왼손바닥을 탁탁 치며 말했어요. 내 심장이 민식이 주먹 소리에 맞추어 탁탁 뛰었어요. 뒤에서 나를 바라보는 친구들 표정이 섬뜩했지요.   
“약속? 무슨 약속?”
친구들이 어이가 없다는 듯이 비웃으며, 나를 에워싼 거리를 좁혀 왔어요. 스무 개 정도의 눈동자가 번뜩이며 나를 노려보았지요.
“이야! 화장실 갈 때랑 나올 때가 다르다더니, 너 회장 되더니 이제 끝났다 이거냐? 너 회장 뽑아주면 우리 교실 청소 다 면제해 준다고 했잖아.”
“맞아, 떠들어도 선생님한테 절대 말하지 않기로 했고.”
순간 친구들에게 했던 말이 떠올랐어요. 그냥 지나가는 말로 한 말이었는데……. 나는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어서 발끝으로 땅만 툭툭 찼지요. 친구들이 주먹을 쥐며 내게 다가왔어요. 민식이가 눈을 치켜뜨고 내 어깨를 세게 잡았어요. 잡힌 어깨가 아팠어요. 친구들 눈이 다시 번뜩였어요.
“박준석, 명심해라. 넌 이제부터 우리들 꼭두각시야. 만약에 약속 안 지키면 너 선생님한테 다 말 할 줄 알아. 분식집에서 떡볶이 사주고, 비싼 물건 주고, 문자메시지 보내고, 전화하고……. 네가 어떻게 회장이 되었는지 소문내고 다닐 테니까. 알았냐?”
하나, 둘, 내 어깨를 치며 지나가는 친구들을 보며, 지금 벌어지는 일이 모두 꿈같았어요. 그 어느 꿈보다 무서운 악몽 말이지요.
점심시간이 끝나고 5교시 수업이 시작되자 선생님이 나를 앞으로 불러 세웠어요.
“회장, 선생님 잠시 교무실 다녀올게. 아이들 조용히 시키고 있어.”
선생님이 교실을 나가자 이내 교실은 쑥대밭이 되었어요.
“얘들아, 조용히 해. 떠들면 칠판에 이름 적을 거야.”
아이들은 모두 내 말을 무시하고 떠들었어요. 조용히 하라고 아무리 말해도 소용이 없었지요. 나는 떠드는 아이들 이름을 칠판에 적기 시작했어요. 한 명, 두 명 적기 시작하자 내 뒤통수로 지우개가 날아왔어요. 아이들이 나를 향해 소리를 질렀어요.
“야! 안 지워? 지워!”
“왜 진짜 회장 노릇해 보시게?”
아이들의 비웃음 소리가 교실 안에 가득 했어요. 얼굴이 화끈거렸어요. 도저히 칠판에 이름을 적을 수가 없었지요. 지금이라도 교실 문을 박차고 도망가고 싶었어요.
“교실이 왜 이리 시끄러워? 회장 도대체 넌 뭘 한 거야?”
교실 문이 열리며 화가 난 선생님이 들어왔어요. 선생님의 콧구멍이 더욱 크게 보였어요. 아이들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조용했어요. 아이들이 나를 보며 입꼬리를 올리고 비웃었어요. 정말 그렇게 하고 싶어 했던 회장이란 것이 이런 것인지 몰랐어요. 어떻게 시간이 흘러간 것인지 하루가 일 년 같았어요.
“오늘 남자 청소지? 청소 끝나면 회장이 선생님한테 검사 맡으러 와라.”
선생님이 나가자마자 남자 아이들은 하나 둘 가방을 메기 시작했어요.
“야, 어디 가? 청소라잖아.”
나는 다급하게 소리쳤어요. 민식이는 두 손을 주머니 속에 찔러 넣고 한 걸음, 한 걸음 다가왔어요. 다시 가슴이 뛰었어요. 민식이가 산처럼 커보였어요.
“너 네가 한 말 벌써 잊었어? 청소 면제해 준다고 했잖아. 회장이 공약을 지켜야지.”
민식이는 한 쪽 눈썹을 올리고 인상을 찡그리며 말했어요.
“그래도, 그래도… 그러면 안 되는 거잖아.”
아이들은 나를 비웃듯이 교실을 빠져나갔어요. 도저히 아이들을 잡을 수가 없었어요. 교실 안에는 어느덧 혼자 덩그라니 남겨져 있었어요. 오늘 일어난 일이 영화처럼 지나갔어요. 나도 모르게 콧등을 타고 눈물이 흘렀어요. 그 때였어요. 누군가 어깨에 손을 얹었어요. 얹은 손이 따뜻했어요.
“왜 청소 안 해? 애들 다 어디 갔어?” 
종원이었어요. 종원이는 텅 빈 교실을 둘러보며 말했어요. 손에는 행정실에서 가져온 쓰레기봉투가 들려있었어요. 나는 얼른 눈물을 훔치고 말했지요.
“갔어.”
“가? 어딜 가?”
“몰라, 다 갔어. 선생님이 청소 검사 맡으러 오라고 했는데……”
종원이는 내 얼굴을 보며 배시시 웃었어요.
‘나무늘보, 나무늘보.’
나도 모르게 종원이 별명을 속으로 중얼거렸어요.
“다 간 건 아닌데? 난 안 갔잖아. 얼른 일어나. 나랑 같이 청소하자.”
종원이는 날 일으켜 세우고 청소를 시작했어요. 의자를 책상 위에 올리고, 빗자루로 바닥을 쓸고, 쓰레받기에 담아 버리고, 걸레를 빨아 친구들 책상을 닦고……. 종원이는 한 마디 말도 없이 청소를 했어요. 지금 생각해 보니 종원이는 늘 그랬어요. 묵묵히 공부하고, 청소하고, 친구를 도와주고……. 종원이는 자기를 멍하니 바라보고 있는 나를 보더니, 잠시 일손을 놓고 말했어요.
“뭐하니? 빨리 하자. 금방 끝날 것 같은데.”  종원이가 또 다시 배시시 웃었어요.
나무늘보, 나무늘보……
나무늘보는……
남을늘보는……
남을 늘 보는 종 원 이…….
30분이나 흘렀을까? 둘이 청소했지만 그리 힘들지 않았어요. 열 명이 넘는 인원이 같이 청소를 할 때보다도 덜 힘들고, 교실도 깨끗했어요.
“다 됐다. 선생님께 검사 맡고 와. 친구들은 청소 다 하고 네가 먼저 보냈다고 하고. 안 그러면 친구들 혼나니까. 알았지?”
‘어떻게 저런 생각을 할 수가 있지? 난 애들이 괘씸하기만 한데…….’
다시 생각해 보니 난 지금껏 모든 것을 남 탓으로만 돌렸어요. 떠들다 혼나도 짝꿍 탓이었고, 친구들과 다투어도 친구 잘못이 컸고, 회장에 떨어진 것도 친구들이 배신을 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지요. 그런데 종원이는 늘 친구들을 감싸주고, 말없이 도와주었어요. 친구들이 왜 종원이를 회장으로 뽑아주었는지 이제야 알 것 같았어요.
“저기 종원아.”
“어? 왜?”  “한 가지 부탁해도 돼? 나랑 같이 선생님한테 가자. 검사 받으러.”
종원이가 또 다시 배시시 웃었어요. 나무늘보, 나무늘보…….
“그래.”  나는 종원이 손을 잡고 교실문을 나섰어요. 환한 빛이 비치고, 따뜻한 바람이 불어왔어요. 빛이 사라지니 종원이도 사라지고 없었어요. 감쪽같이 문도 사라져 버렸고요. 혼자 다락방에 멍하니 서있었지요. 나는 천천히 손을 들고 가만히 바라보았어요. 종원이의 따뜻한 손이 여전히 생생했어요. 나는 마음먹었어요. 나도 나무늘보가 되기로, 나중에 남을 늘 보는 내가 되면 다시 회장에 도전해 보기로 말이지요. 그 때는 엄마도 날 믿고 격려해 주겠지요?
다음날 나는 쉬는 시간이 되자 종원이에게 다가갔어요. 종원이가 내게 그랬던 것처럼 어깨에 손을 얹었지요. 잠시 어리둥절해하던 종원이는 배시시 웃으며 날 보았어요.
“늦었지만 축하해. 회장!”
종원이 미소만큼 밝은 봄 햇살이 비추고 있었어요. 책상 위에 놓인 ‘시간을 뒤집어라’ 책 표지가 눈부시게 빛나고 있었어요.♠


■ 동화 당선소감 / 신재현

● 대전출생
● 청주교대 국어교육과 졸업
● 국민대 문예창작대학원 졸업
   (아동문학 전공)
●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상 수상
   (문예지도부문)
● 현 서울영훈초 교사


“수고했어. 잘 했어”

동화 쓰는 것을 그만 두려고 했습니다. 언제부터인가 글을 쓰는 것이 두렵게 느껴졌고, 제 능력에 비해 무거운 짐을 짊어지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문학공모전 사이트에 접속하는 일도, 빈 방의 컴퓨터 모니터 앞에서 멍하니 있는 일도 점차 사라져 갔습니다. 직장을 마치고 집에 돌아와 남는 시간은 많아졌지만 마음만큼은 여유롭지 못하고 불안하기만 했습니다.
동양일보에서 날아온 당선 소식은 고요한 아침에 울리는 요란한 알람시계처럼 무기력했던 저를 마구 흔들어 깨웠습니다. ‘아, 내가 글을 쓰는 사람이었지?’라는 깨달음도 느끼게 해 주었습니다. 그러하기에 더욱 감사하고, 감격스러웠습니다. 제가 동화를 쓰는 이유는 너무도 간단합니다. ‘내가 가르치고 있는 아이들이 내가 쓴 동화를 보며 행복하게 웃을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 하나입니다. 아이들의 웃음소리와 행복을 담을 수 있는 역량을 지닌 작가가 되겠습니다.
부족한 글을 눈여겨 봐주신 동양일보와 심사위원분께 감사드립니다. 20년이 넘는 저명한 신문사의 문학상 당선은 제게 너무도 큰 영광입니다. 동화에 대해 전혀 모르던 저를 꼼꼼히 지도해 주신 국민대학교 문예창작대학원 오은영 선생님께 감사드립니다. 영훈초등학교 교직원들과도 기쁨을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언제나 옆에서 응원해 주는 가족들에게 미안하다는 말과 동시에 고맙다는 말을 건넵니다. 마지막으로 실망하고 좌절하면서도 동화작가의 끈을 놓지 않은 자신에게 격려의 말을 하고 싶습니다. “수고했어. 잘 했어.”라고… ….


동화 부문 심사평

아동이 지니는 생생한 심리묘사 돋보여

좋은 글은 소재와 주제 선정이 중요하다. 어떤 대상을 택할 것인지, 사건과 인물, 환경 등 글로 표현하기 위한 소재와 중심이 되는 주제를 잘 선정해야 한다. 동화에서 이 주제는 더욱 중요하다. 왜냐하면 동화는 성인문학 장르와 달리 그 대상이 아직 미성숙한 아동이기 때문이다. 물론 동화의 독자가 반드시 어린이에 국한하지는 않는다. 성인도 독자가 될 수 있고 극중 주인공이 성인일 경우도 있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을 수용하고도 동화에만 특별히 적용되는 잣대가 있다.
그것은  ‘예술성’과 ‘교육성’이 2개의 수레바퀴처럼 균형을 이루며 공존해야 된다는 점이다.
또 동화만이 지니는 특성이 있다. 바로 ‘판타지’이다. 그러나 이번에 응모된 글 가운데는 판타지류보다는 사실적인 표현을 중시하는 소년소설류가 많아서 아쉬움을 준다.
이번 응모작 중 1차 예선을 거쳐 선자의 손으로 넘겨진 작품은 모두 15점으로 모두 기본적으로 동화다운 틀을 갖춘 작품들이었다.
이 가운데 구성이나 문장의 표현 등을 살펴보고 ‘비뚤어지기 쉬운 버킷리스트’(이명희. 서울), ‘괜찮아’ (서정애. 포항), ‘엄마의 꿈’(조은경. 충주), ‘다락방의 비밀’(신재현. 서울), ‘들꽃 준혁이, 바이올렛 현섭이’(장재옥. 하남) 등 5점을 골랐다.
이중 ‘들꽃 준혁이, 바이올렛 현섭이’는 메시지는 강하지만 표현방법이 지나치게 작위적이라는 점에서, ‘괜찮아’와 ‘엄마의 꿈’은 서정적인 표현과 매끄러운 문장이 눈에 띄었으나 줄거리가 신선하지 않다는 점에서 먼저 선에서 내려놓고 ‘비뚤어지기 쉬운 버킷리스트’와 ‘다락방의 비밀’을 최종으로 남겨놓고 두 편의 작품을 비교하며 다시 살폈다.
2편의 작품은 각각 장단점을 지니고 있었다.
‘비뚤어지기 쉬운 버킷리스트’는 아버지와의 불화로 엄마가 가출한 후 엄마를 기다리는 마음을 소녀적인 감성으로 표현한 글이고, ‘다락방의 비밀’은 학급 회장 선거에서 떨어진 후 다락방으로 올라가 속상함을 견디던 주인공이 다락방의 책꽂이 속으로 난 문을 통해 허구의 세계로 들어가 회장 선거에서 떨어지게 된 원인을 깨닫게 된다는 교육적인 내용의 동화이다.
두 편의 글을 비교한 결과  ‘비뚤어지기 쉬운…’은 언뜻언뜻 성인의 정서같은 표현이 거슬리는데 비해 ‘다락방의 비밀’은 아동이 지니는 심리묘사와 동화로서의 기본을 좀더 갖춘 것으로 보여져 이 작품을 당선작으로 선택했다. 응모자 모두 정진하길 빈다. 
 
■ 심사위원 : 유영선 (동화작가·동양일보상임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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