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숙 논설위원, 사회학박사



인적자원이 전부인 우리나라는
2011년 출산율 1.23명으로 OECD 34개국 중 최하위, 세계 222개국 중 217위라는 심각한 저출산 현상으로 인해 가까운 장래에 성장동력이 고갈될 위기에 처해 있다.

향후 지속적인 경제성장을 위해 우리사회는 여성의 경제활동을 꼭 필요로 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남녀 모두가 일·가정 양립의 주체임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는 여성들에게 일과 가정을 넘나들며 슈퍼우먼이 되기를 강요한다.

출산·육아·가사에 대한 대책과 남녀의 공동책임 등 양성평등 문화가 뿌리 내리지 못하고 있어 이 시대의 젊은 여성들은 결혼과 출산의 중요성을 인식하면서도 이를 기피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시행되고 있는 다양한 정책과 제도는 사실상 여성들 스스로도 체감하기 힘들 정도로 그 실효성이 미미한 편임에도 불구하고 최근 우리 사회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여성에 대한 필요 이상의 특혜라며 역차별을 제기하기도 한다.

그러나 2012년 여성가족부 여성정책 실태조사에 의하면 우리나라 국민의 75.5%는 아직도 여전히 우리사회에 성차별이 존재한다고 믿고 있다.

여성의 법적 사회적 지위와 권한이 과거에 비해 크게 성장한 것은 사실이지만, 여성들은 여전히 가정과 사회에서 부당한 처우, 불평등, 각종 폭력으로부터 고통 받고 있으며 중요한 의사결정 과정에서 배제되고 있다.

전체 국민의 절반을 차지하는 여성의 사회참여는 국회의원 15.7%, 정부위원회 25.5%, 관리직 여성공무원 9.3%에 그치고 있으며,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남성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고 그나마 태반이 비정규직이다.

게다가 정규직 여성근로자의 평균 임금수준은 남성의 65%에 불과한 형편이다. 세계경제포럼(WEF)이 전 세계 136개국을 대상으로 조사해 발표한 2013년 세계 성격차 보고서에서 우리나라 성격차지수(GGI)는 지난해보다 3단계 하락한 111위를 기록하면서 아직도 우리나라 여성의 사회적 지위가 취약하기 그지없다는 것이 여실히 증명되었다.

사시·행시 등 각종 국가고시에서 나타나고 있는 여성합격자 수의 증가와 각급 학교에서 성적 상위권을 휩쓸거나 학생회장에 당선되는 여학생들의 수가 증가함을 두고 우리사회에 성평등이 달성됐다고 주장한다면 큰 착각일 것이다.

사시·행시 등의 시험은 여성들이 받는 사회적 차별을 모두 제외하고 오로지 그 분야가 요구하는 개인의 지식과 능력만을 검증하는 것으로, 우리사회에 존재하는 모든 성차별을 걷어 냈을 때 여성들이 해 낼 수 있는 잠재력과 가능성의 바로미터일 뿐이다.

각종 국가고시 여성 합격자들도, 학교에서 기세를 떨치던 여학생들도 사회에 진출하는 순간 취업, 부서배정, 보직, 승진 등에서 피눈물 나는 차별을 실감하게 되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양성평등 문화의 정착은 여성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삶의 질 향상과 안전한 생활을 위한 이시대의 당연하면서도 중요한 사회적 가치가 되어야 한다.

양성평등과 다양성이 존중되는 조화롭고 균형 잡힌 사회를 위해 보다 과감하고 실질적인 조치가 시급히 필요한 시점이라는 것을 국민 모두가 공감해야 할 것이다.

더 이상은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 누구든 태어날 때 성을 선택할 수 있었던 것은 아니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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