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주식 상당수가 국내 기관의 품을 떠나 외국인 투자자들의 주머니로 들어갔다.

반도체 업황에 대한 양측의 시각차가 반영된 것이어서 최후에 웃는 자가 누가 될지 주목된다.

2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올해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 투자자가 가장 많이 사들인 종목 1위를 차지했다.

외국인들이 올들어 가장 많이 사들인 종목 20개의 전체 순매수 금액 중 38.05%SK하이닉스 한 종목에 몰렸다.

외국인이 순매수 상위 20개 종목을 사는데 들인 금액은 모두 101807억원이며, 이 중 SK하이닉스에 투자한 돈이 38733억원에 달했다.

주목할만한 점은 국내 기관 투자자들이 같은 기간 가장 많이 팔아치운 종목도 SK하이닉스라는 점이다. 이 회사 주식을 외국인에게 팔아넘긴 주 세력이 국내 기관 투자자였던 셈이다.

기관 투자자들은 올해 SK하이닉스 주식 18062억원 어치를 팔아치웠다. 이는 외국인이 사들인 SK하이닉스 주식의 47%로 거의 절반에 가깝다.

이처럼 한 종목을 외국인과 기관이 거의 나란히 주고받은 것은 내년 반도체 업황에 대한 극명한 시각차 때문이다. 반도체 산업은 지난 30년간 경기민감업종으로 여겨져 왔다.

국내 기관들은 이 같은 시각에 맞춰 반도체 산업이 현재 고점을 찍었으며 내년 들어 다시 하락세를 탈 것으로 판단했다.

반면 외국인들은 반도체 산업의 구조조정이 일단락되면서 기존의 반도체 사이클이 깨지고 안정국면이 시작될 것으로 점쳤다.

박영주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반도체 산업의 '치킨 게임'이 끝나면서 독과점 체제가 완성됐다""외국인들은 이에 따라 반도체 업황의 주기성이 사라지고 안정적인 수익이 유지되리라고 내다본 것"이라고 설명했다.

SK하이닉스는 올해 들어 이어진 외국인들의 순매수 행렬에 지난 17일 주당 37550원을 찍으며 2년여 만에 최고가를 경신했다.

국내 증시를 주로 외국인 투자자들이 견인하는 점을 고려했을 때 결국 최후의 승자는 외국인들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SK하이닉스는 올해 3분기 사상 최대 영업이익인 11640억원을 올리며 2·3분기 연속 최고 실적을 경신했다.

증권사들 사이에서도 SK하이닉스의 거침없는 상승세가 내년에도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주를 이루고 있다.

김성인 키움증권 연구원은 "메모리 반도체 수급이 호전되면서 상품 가격도 상승하고 있다""SK하이닉스가 내년에도 '어닝 서프라이즈'(시장 예상치를 훌쩍 뛰어넘는 실적)를 낼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그는 "국내 기관들이 과거의 기준으로 미래를 예측한 반면 외국인들은 그러지 않았다"고 평가하며 "한동안 국내 기관 투자자들의 속이 쓰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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