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 60% "주민 의견 대변 못해"...의회 유지비용 연간 300억 넘어

-‘지방의회 긴급진단’ 기획연재를 마치며

동양일보는 충북도내 지방의회가 본질적 존립 목적과 가치를 충족하지 못한 채 지역주민의 불신을 자초하고, 민심 분열과 사회 혼란을 가중시키는 부작용만 초래하고 있다는 지적에 따라 ‘지방의회 긴급진단’ 기획연재를 모두 6회에 걸쳐 보도했습니다.

동양일보는 충북도내 지방의회의 실태를 낱낱이 진단하고 이를 통해 지방의회가 주민 신뢰를 회복하고 책무를 다할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하고자 이번 기획연재를 마련했습니다.

동양일보는 앞으로도 지방의회가 부여된 책무와 기능을 성실히 수행해 나갈 수 있도록 주시하며 검증하는 언론의 사명을 다해 나갈 것입니다.
지방의회의 존립가치와 목적을 새롭게 인식, 지역주민의 신뢰와 지지를 받는 지방의회로 거듭날 수 있도록 독자 여러분의 지속적인 관심과 제보를 기다립니다.<편집자>


-주민 대변·집행부 견제·입법 기능 모두 ‘낙제’
주민 60% “주민 의견 대변 못한다”
“집행부 견제 능력 없다” 답변도 50%
1인당 조례 제·개정 건수 1.5건 불과
유급제 도입 이후 주민 신뢰·만족도 되레 하락
의정비, 의회 운영비 등 연간 300억 지출
지방의회 민의 외면 권력기관화, ‘무용론’ 자초

글 싣는 순서

1.‘정당의 전위대’ 전락한 지방의회
2.책무는 뒷전, 권한·대우에 치중
3.정치 논리 앞세워 민의 외면
4.집행부 현안사업 발목잡기 횡포
5.도덕성·청렴성·자질 부족 부조리 만연
6.지방의회 무용론 비등

지방의회의 본질적 기능은 주민 의견을 대변하고, 집행부에 대한 효율적인 견제·감시, 지역발전과 주민 권익을 위한 입법활동 등으로 귀결된다.

종전 무보수 명예직으로 운영되던 지방의회의 전문성·자질 향상을 통한 의회 활성화를 명분으로 2006년 도입된 유급제도 벌써 8년째를 맞았다.

그렇다면 올해로 부활 22주년을 맞는 지방의회가 이같은 본질적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고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

한국지방행정연구원이 지방의원 유급제 도입 이전과 이후의 주민·공무원의 인식도를 조사한 결과를 보면, 지방의원 유급제 시행 이후 좋아졌다고 생각하는 것은 지방의원들 뿐이다.

연구원이 조사한 ‘지방의원 보수제도 개선 전·후 의정활동 만족도와 장애요인 비교 분석’ 연구논문 결과를 보면, 유급제 도입 이후 지방의회에 대한 지역주민과 공무원들의 신뢰?만족도는 오히려 하락했다.

평가분야별로 살펴보면 전반적인 의정활동 만족도의 경우 주민집단 평가는 유급제 시행 이전인 2002년 3.20(10점 만점)에서 유급제 시행 이후인 2010년 2.17로 1.03 떨어졌고, 공무원집단 평가도 2002년 3.26에서 2010년 2.61로 낮아졌다.

지역주민과 공무원들 모두 지방의회 유급제가 지방의회 활성화에 별다른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냉정한 평가를 내리고 있다.

반면 지방의원들 스스로 내린 평가는 2002년 3.05에서 2010년 3.17로 0.12 상승, 현실을 자가발전시켜 해석하고 있다는 빈축을 사고 있다.

조례제정·개정활동 분야도 마찬가지다. 주민집단의 경우 2002년 2.96에서 2010년 2.31, 공무원집단은 2002년 2.99에서 2010년 2.92로 각각 하락한 반면 지방의원집단은 2002년 3.32에서 2010년 3.42로 상승했다.

예산결산 활동 분야도 주민집단은 2002년 2.85에서 2010년 2.32, 공무원집단은 같은 기간 2.95에서 2.83으로 각각 떨어진 것으로 평가된 것과 달리 지방의원집단은 2.89에서 3.26으로 높아진 것으로 자체평가했다.

시정질의활동 분야의 경우 주민집단은 2.90에서 2.38, 공무원집단은 2.82에서 2.73으로 각각 하락한 것으로 평가한 반면 지방의원집단만 2.95에서 3.89로 크게 높아졌다고 평가했다.

행정감사활동 분야는 주민집단에선 2.84→2.29, 공무원집단에선 2.89→2.82로 각각 떨어졌으나 지방의원집단에선 2.82→2.95로 높아졌다.

주민의견수렴활동 분야도 주민집단의 평가는 2.88→2.32, 공무원집단의 평가는 3.19→3.03으로 주민의견 수렴이 저조한 것으로 평가한 반면 지방의원집단은 2.95→3.21로 상승 평가를 내렸다.

이밖에 민원처리활동과 집행부와 협력관계, 집행부에 대한 영향력 평가 등에서도 주민집단과 공무원집단은 대부분 2002년보다 2010년 만족도가 떨어진 것으로 조사됐으나, 지방의원집단은 오히려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다.

의정활동 장애요인과 관련, 주민집단과 공무원집단은 2002년과 2010년 모두 ‘의원의 자질·전문성·노력 부족’ 등 의원 개인의 자질과 능력 문제를 가장 큰 요인으로 꼽은 반면, 지방의원집단은 ‘지방의회 권한 부족’을 우선 순위로 분석해 자기개선노력보다는 권한 확대에 치중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지방의회의 공과에 대한 의견조사 결과’에서도 같은 결과가 제시됐다.

‘지방의회가 주민 의견을 대변한다고 보는가’라는 질문에 전체 응답자의 58.1%가 부정적인 답변을 내놨다.

‘집행부의 견제 정도’에 대한 물음에도 전체 응답자의 49.4%가 ‘제대로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가 발표한 2012년 충북도의회 의원들의 1인당 조례 제·개정 건수는 1.57건에 불과, 입법기능도 낙제점 수준이다.

이처럼 지방의회가 본질적 기능과 책무는 뒷전인 채 자신들의 권한 강화를 통한 권력기관화하려는 데 함몰돼 지방의회의 무용론을 자초하고 있다.

지방의회가 위상 강화와 의정활동 활성화 등을 명분으로 요구하는 것들은 인사권 독립과 유급보좌관제 도입, 의정비 인상, 의원 개인 사무실 설치, 의회 사무국 예산 독립 등 자신들의 권한 강화를 위한 다양한 요구를 하고 있다.

하지만 이같은 요구사항들은 현행 법률에 저촉되거나, 지자체 재정 상태, 주민 정서와 동떨어진 것들이 대부분이다.

제 할 일도 제대로 못하면서 권한만 늘리겠다는 게 지방의회의 한심한 행태다. 

문제는 이처럼 유명무실한 지방의회 의원들에게 해마다 1인당 수천만원의 의정비를 주민의 혈세로 지급하고 있다는 점이다.

2013년 기준으로 충북도내 지방의원들의 1인당 의정비는 △충북도의회 4968만원 △청주시의회 4059만원 △충주시의회 3414만원 △제천시의회 3420만원 △청원군의회 3468만원 △보은군의회 3006만원 △옥천군의회 3108만원 △영동군의회 3072만원 △증평군의회 3120만원 △진천군의회 3240만원 △괴산군의회 3117만원 △음성군의회 3243만원 △단양군의회 3120만원 등이다.

도내 지방의원 전체로 따지면 연간 60억원이 넘는 돈이 의정비로 지급된다.

이들에게 지급되는 의정비는 의정활동비와 월정수당으로 나뉘며, 의정활동비는 ‘의정자료 수집·연구’를 위한 비용이고 월정수당은 ‘직무활동’을 위한 비용이다.

다시 말하면, 의정활동비는 의정활동을 위한 연구비 개념이고, 월정수당은 급여 개념이다.

의정비의 용도는 현행 지방자치법으로 엄격히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대다수 지방의원들은 의정활동비를 규정된 용도와 달리 월정수당과 구분하지 않고 임의대로 사용하고 있다.

엄밀히 따지면 의정활동비 유용이자 횡령이라고 해도 틀리지 않다.

지방의원으로 생활하는 자체가 의정활동이라고 항변할 수도 있지만, 법률적으로 용도를 엄격히 규정한 비용을 용도와 달리 사용하면 횡령죄에 해당한다는 것이 법조계의 설명이다.

대법원 판례에서도 이와 유사한 사례를 확인할 수 있다.

대법원 판례는 학교발전기금을 카드대금이나 축·부의금, 회식비, 전별금 등으로 사용한 경우 횡령죄로 인정하고 있다.

‘용도가 엄격히 제한된 자금을 위탁받아 다른 목적으로 사용하면 횡령죄’라는 것이 대법원 판례의 요지다.

대학 교수들이 연구비를 지원받아 사용 목적과 다르게 사용했다가 적발돼 사법처리를 받은 사례도 비일비재하다.

이들은 사용 목적을 엄격히 제한하고 있는 연구비를 목적과 다르게 사용하거나, 개인적으로 사용한 점이 법률적으로 문제가 된 것이다.

학교발전기금이나 대학 교수 연구비 등과는 분명 성격은 다르지만, 용도를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는 점에서 지방의원들에게 지급되는 의정활동비도 목적과 다르게 사용하면 횡령죄에 저촉될 수 있다는 게 법률 전문가들의 공통된 해석이다.

지방의원들의 의정활동 활성화를 위해 지역주민의 세금으로 지급되는 의정활동비를 관련 법률·조례가 규정하고 있는 ‘의정자료수집·연구와 이를 위한 보조활동’과 다르게 사용하면 위법인 셈이다.

의정활동비를 목적과 다르게 생활비로 임의사용할 경우 위법행위로 볼 수 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지방의원들의 의정활동비 사용내역에 대한 검증이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더욱이 법률적으로 용도가 제한된 비용을 목적에 맞게 사용했는지에 대한 검증을 위한 제도적 장치가 없다는 것도 제도적 허점이다.

법률로 사용 목적을 엄격하게 정하고 있는 비용의 경우, 사용내역과 증빙서류를 첨부해 검증을 받는 것이 당연함에도, 지방의원들은 명확한 사용내역도 검증받지 않은 채 사실상 ‘개인 용도’로 사용하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

이같은 의정활동비의 사용 내역 검증은 유급제 도입 취지에도 부합된다.

따라서 지방의원들에게 지급되는 의정활동비 사용내역에 대한 철저한 검증 절차를 제도화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의정비 외에도 지방의회 운영을 위해 해마다 수십억원의 예산이 투입된다.

각 지자체가 의회 운영을 위해 사용하는 의회 운영예산은 2103년 기준으로 △충북도의회 83억여원 △청주시의회 21억여원 △충주시의회 28억여원 △제천시의회 21억여원 △청원군의회 17억여원 △보은군의회 13억여원 △옥천군의회 8억3000여만원 △영동군의회 6억6000여만원 △증평군의회 13억여원 △괴산군의회 11억7000여만원 △진천군의회 8억1000여만원 △음성군의회 7억여원 △단양군의회 11억여원 등이다.

지방의원들의 의정비를 제외하고도 도내 지방의회 운영을 위해 연간 248억원의 막대한 혈세가 추가로 투입되고 있다.

지방의원 의정비와 지방의회 운영비 등을 합하면 연간 300억원을 웃도는 막대한 예산이 지방의회를 위해 사용된다.

여기에 지방의원 보좌 업무를 담당하는 의회 사무처(국) 공무원들의 인건비까지 포함하면 지방의회 운영을 위해 사용되는 예산은 지자체 복지예산 규모와 맞먹는다.  

이처럼 지방의원 의정비, 지방의회 운영비 등에 막대한 혈세를 쏟아붓고도 지방의회가 주민 의견 대변·집행부 견제·입법활동 등 제 기능과 책무를 다하지 못하면서 지역주민들 사이에선 지방의회에 대한 불신과 냉소가 증폭되고 있다.

이같은 민심은 결과적으로 지방의회 무용론으로 비화되고 있다.

지방의회가 지역주민 사이에 팽배한 불신과 지방의회 무용론을 불식시켜 주민 대의기관이자 집행부 견제·감시기관, 입법기관으로서 제 역할과 책무를 다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지방의원들의 자발적인 각성과 인식을 바탕으로 전문성 제고, 자질 향상, 능력 개발 등 내실 강화에 주력해야 한다.

부여된 책무를 권력으로 오판, 지역주민과 집행부 위에 군림하려 하고 권한 확대에만 치중한다면 지방의회 무용론은 지방의회 폐지라는 현실로 다가올 수 있음을 직시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지역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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