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좋은 나라' 대한민국

-데스크칼럼/ ‘참 좋은 나라’, 대한민국

대한민국은 ‘참 좋은 나라’다.
누구나 하고 싶은 말을 맘대로 한다.
그것이 법률적으로나 윤리적으로 논란이 있든 없든, 맘대로 내뱉어도 문제가 되지 않는 나라다.
이제는 연예인지조차 알지 못하든 여성 연예인이 여성 대통령에게 ‘몸이나 팔아라’고 하는 막말 수준을 넘어선 말조차도 자유롭게 한다.
조금만 진보적인 언행을 하면 ‘종북주의’로 몰아가는 공안정국이라는 말도 서슴지 않는다.
철부지 30대 청년 국회의원은 대놓고 ‘대선 불복’을 당당하게 외칠 수 있는 나라다.
과거 군사정권 시절, 연좌제 폐지를 외치던 수많은 ‘민주투사’들은 박근혜 대통령을 향해 ‘독재자의 딸, 유신의 딸’이라 공격하는 모순된 논리도 판을 친다.
한 진보성향의 정당에 속한 당원인 대학생이 사실과 다른 내용을 담은 ‘대자보’가 마치 대다수 청년들의 의식과 여론을 대변하는 것처럼 정치권이고 언론이고 호들갑을 떤다.
일개 개인 신분의 정치인(자신의 말대로라면 정치인도 아니겠지만)이 북한의 장성택 처형이나 남한의 이석기 내란음모 사태가 같은 맥락이라고 맘대로 떠든다.
철도 민영화는 없다고 해도, 이를 거짓이라고 호도하며 철도를 멈춰 세워 국가경제 마비 위기까지 초래하는 파업 노동자들은 국가를 위한 투쟁인 양 호도한다.
국론 분열과 사회 혼란의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한 야권의 정치지도자는 뜬금없이 차기 대권 출마를 선언한다.
새정치인지, 틈새정치인지 모를 풋내기 정치인은 기성정치에 식상한 국민이 모두 제 편이 된 것처럼 정치 지도자 흉내를 낸다.
자신들에 대한 비판을 ‘진보 죽이기’라고 착각하며 국민적 투쟁에 직면할 것이라고 목청만 높이는 세력도 아무 말이나 자유롭게 하는 나라가 대한민국이다.
민주주의. ‘국민이 권력을 가짐과 동시에 스스로 권리를 행사하는 정치 형태’를 말한다.
다시 말하면, 민주주의를 말하고 논하는 정치권이나 집단은 국민적 동의와 지지를 전제로 해야 한다는 말이다.
국민적 동의와 지지는 명백한 근거를 바탕으로 해야 한다는 것도 당연하다.
하지만, 아무 말이든 맘대로 떠드는 사람들 대부분 이같은 국민적 동의나 지지에 대한 근거도 없이 국민의 생각과 판단과 이념과 견해를 도용하고 왜곡하고 날조한다.
이들에겐 공통점이 있다.
유명해지고 싶은 욕망이 숨어 있다. 자신의 말 한 마디가 사회에 어떤 여파를 미치든, 그것이 순기능적이든 역기능적이든 이슈의 중심에 서고 싶어 한다.
국민적 지지와 성원을 받지 못하지만 그럴 거라고 착각한다. 아니, 그렇다고 확신한다. 물론 혼자만의 생각일 뿐.
독선과 편견과 아집과 망상을, 소통이며 융화며 중론이며 현실이라 집착하는 ‘정신적 질환’을 앓고 있을 지도 모를 일이다.
이것이 민주주의인가.
이것이 민심이고 민의인가.
이것이 대한민국의 성장과 발전을 위한 헌신인가.
이것이 신념이고 의지인가.
이것이 국민의 동의를 얻은, 국민을 위한, 국민의 뜻이며 요구란 말인가.
입으로 내뱉는다고 해서 모두 말이 아니다.
인성과 품위와 격조와 진실이 담겨 있을 때 비로소 말이라 하는 법이다.
말의 의미와 가치조차 배우지 못한 무식과 무지가 민주주의 가치인 양, 본질인 양 떠들어 대는 사람들이 넘쳐나는 것을 보면 대한민국이 참 좋은 나라임을 실감한다.
그들은 그런 나라에 살고 있음에 감사할 줄 알아야 한다. 행복할 줄 알아야 한다.
사실을 왜곡?호도하거나, 맹목적적인 군중심리를 선동하거나, 사회적 혼란에 편승해 사리사욕을 채우려는 행태마저도 용인되는 이 나라에 살고 있음에.
그러나 국민은 그리 어리석지도, 그리 몽매하지도, 그리 무지하지도 않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그들의 말에, 그들의 행동에 동의하고 참여하는 사람들이 많지 않다는 것이 이를 방증하고 있음을.
그래서 대한민국은 더욱 좋은 나라다. 현명하고 명민한 국민이 있기에. 그들처럼 맘대로 떠들지는 않지만 진실과 민주주의의 가치를 올바로 판단하며 대한민국을 지탱하고 지켜가는 국민이 있기에.

<편집국 취재부 부국장 김동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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