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우 (시인·문학평론가)

지난 18일 열린 충북도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의 도교육청 세입·세출 추가경정 예산안을 심사하는 과정에서 최미애 의원은 홍순규 충북교육과학연구원장의 모일간지 기고문과 관련해 부교육감에게 사과를 요구하였다.
예결위원장의 제재에도 불구하고 최 의원은 "도민을 대표하는 의원을 무시한다", "존중의 의미를 아느냐"며 추궁했다.
홍순규 충북교육과학연구원장은 지난 12일, 90%의 학부모들의 전폭적인 지지 하에 건립 예정지까지 확보된 진천군 단설유치원 건립 예산이 도의회에 의하여 삭감 되자 모일간지에 그에  대한 의견을 기고한 바 있다.
실상 진천 단설 유치원 건립은 전액 국고에서 지원되는 것이므로 충북도의 재정에 전혀 부담될 것이 없는 사업이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도의회에서 예산을 삭감함으로써 국고지원 차체가 무산될 위기에 처해진 것이었다.
이에 대해 홍순규 원장은 교육관계자로서 그 부당성을 용기 있게 지적하고 나선 것이다.
이 기고문에 대해 최미애 의원은 팔을 부들부들 떨면서 '주인이 시키면 집행부는 따라야 한다'며 부교육감의 사과를 강하게 요구하고 나섰다.
이에 앞서 김광수 충북도의회 의장도 이 기고문에 대하여 “공무원윤리강령을 위배하였다”며 책임자의 처벌을 촉구하는 성명서를 도의회 의원 전원의 의견인양 즉시 발표하였다.
이러한 충북도의회의 행동에 대해 잘한 일도 없으면서 도의회의 위상을 의원 스스로 추락시키고 있다는 여론이 일고 있다.
공무원에게도 언론에 기고할 수 있는 언론의 자유가 법으로 보장되어 있는데 공무원윤리강령을 위배했다는 것은 무슨 ‘뚱딴지’같은 말인가?
90%의 학부모가 찬성하는 의견을 무시하는 일을 잘했다고 할 수 없다. 지방의회 의원은 주민을 대표한다. 그런 분들이 지방의 살림살이를 팽개쳐 두고 소속정당 끼리 그야말로 ‘꼼수’를 부린다면 주민을 배반하는 처사다. 명백한 직무유기에 해당한다.
믿고 싶지는 않지만 진천군 소속 의원도 진천 단설유치원 건립에 반대표를 던졌다고 하는 소문까지 돌고 있다.
홍순규 원장이 충북 도의회를 “헐뜯었다”다고 난리를 치지 말고 언론중재위원회에 심판을 요구하면 될 것이다.
사람의 품격은 스스로 쌓아 올리는 성과 같은 것이다. 그것이 뭇사람의 존중을 만들어 낸다. 그것이 존중의 참 의미이다. 소위 도민의 대표라고 자처하는 의원분이 팔을 부들부들 떨면서 흥분할 일은 아닌 듯싶다.
충청북도 도의회 의원은 도민의 심부름꾼이다. 도민이 ‘을’이고 자신들이 ‘갑’이라고 착각하지 말라. 한 푼이라도 국고지원을 따다가 우리 충북도를 살기 좋은 도가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복도농성이라도 해야 움직이는 충북 도의회의 그 농단과 꼼수를 우리 도민은 오래도록 좌시하지 않을 것이다.
충북 도의회는 1인당 3억원씩 35명에게 105억원의 재량사업비를 편성해 쓰고 있다.
묻지도 말고 따지지도 말라는 ‘눈먼 돈 재량사업비’가 아깝다.
이런 분들을 우리는 언제까지 주인으로 모셔야할까? 마지막 남은 금년 달력을 필자는 이미 떼어 버렸다.

동양일보TV

저작권자 © 동양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