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 서운동 민들레 작은도서관


소스라치는 추위에도, 메마르고 척박한 땅에서도 민들레는 자란다. 옹색한 한 줌의 흙에도 기어이 뿌리를 내리는 질기디 질긴 생명력은, 현대 문명의 이기에도 굴하지 않고 언제까지나 영원할 듯 보이는 활자의 그것을 닮았다.
청주YWCA여성인력개발센터(관장 이혜정·청주시 상당구 서운동 90-8 백선빌딩)가 운영하는 민들레작은도서관은 책을 매개로 사람과 사람을 만나게 하고, 이들이 민들레 홀씨처럼 퍼져나가 지역사회를 변화시키도록 하고자 지난 2010년 2월 설립됐다.
시발점은 2009년 사회적일자리창출사업의 일환으로 진행된 어린이도서관리사 교육 프로그램이었다. 어린이도서관리사 교육 수료생들이 학교도서관과 작은도서관에 파견되고 보수교육을 받는 과정에서 작은도서관에 대한 이해와 도서관의 필요성이 부각된 것이다. 그동안 센터는 독서치료사, 글쓰기독서지도사, 방과후아동지도사, 동화구연보육지도사, 논술지도사 등 독서와 관련한 다양한 교육을 지속적으로 운영하기도 했다
지난 9월 리모델링을 거쳐 도서관이 새롭게 탄생됐다. 이전보다 공간을 확대했고, 입구에는 실내가 훤히 들여다보이는 유리문을 설치해 개방감을 높였다. 두면의 벽을 고스란히 차지한 세련된 디자인의 책장과 중앙에 놓인 탁자는 북카페를 연상케 한다.
리모델링과 함께 도서관은 역할 변화를 꾀하고 있다. 과거 도서관이 유아와 아동을 대상으로 놀이방처럼 운영됐다면, 현재는 일자리를 찾는 여성들의 소통과 역량 강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동아리 활성화를 위해 세미나실도 설치했다. 이전에는 센터 수강생의 자녀들을 돌보는 시간보육서비스를 제공했으며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북아트·글쓰기 독서 강좌, 공예교실, 요리교실 등을 열기도 했다.
이혜정 관장은 “도서관이 여성 개개인의 성장을 돕고 이들이 자기주도적인 삶을 살도록 하는 데 기여했으면 한다”며 “여성들에게는 직장생활에서 꼭 필요한 협상력과 네트워크력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인문학도서 등 다양한 장르의 책들이 논리적으로 이야기하는 능력과 관계의 질을 높이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현재 도서관에서는 ‘엄마는 역사선생님’, ‘작은 소품 손뜨개’ 동아리가 운영되고 있다. 구숙진 논술지도사와 이종순씨가 재능 기부로 각각의 동아리를 지도한다. 최근 한국사에 대한 일반인들의 관심이 높아지며 ‘엄마는 역사선생님’ 동아리가 인기를 모으고 있다. ‘작은 소품 손뜨개’ 동아리의 경우 매주 한 작품씩을 만들어 갈 수 있어 회원들의 참여도가 높다.
추후 이곳에서는 매주 금요일마다 주제를 정해 영화 감상과 토론을 하는 ‘영화 동아리’와 ‘책좋아(글쓰기 독서지도사과정 수료생들의 모임)’ 회원들이 멘토로 참여하는 ‘인문학 동아리’, 여성 노인을 대상으로 시 쓰기를 지도하는 ‘시를 만나러 갑니다(가제)’ 등이 이루어질 예정이다.
도서관 관리 업무를 맡고 있는 박민숙(창업상담사)씨는 “신노년이라 불리는 60~70대의 여성 노인분들이 자녀 세대에게 물려줄 수 있는 가치 있는 이야기들을 나누고 시를 쓰고 시집 발간까지 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내년에는 ‘누구나 학교’가 운영된다. 재능 기부를 원하는 사람은 누구나 강좌를 개설해 도서관에서 강의할 수 있다. 배움을 나누고 공유하는 공동체가 이루어지는 것이다. 이 관장은 ‘누구나 학교’에 대해 이와 같이 설명했다.
“누구나 뭐든 한 가지씩의 재능은 가지고 있잖아요. 스마트폰을 잘 다루는 초등학생이 있다면 스마트폰 강의를 할 수 있을 것이고 직업상담사라면 직업에 대한 이야기를 할 수 있을꺼에요. 학교를 개설한 사람은 자신의 재능을 나누고, 다른 사람의 학교에 가서 돌려받을 수도 있어요.”
민들레작은도서관은 평일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 30분까지 문을 연다. 연령, 성별, 지역에 관계없이 누구나 1회 2권의 책을 빌려갈 수 있다. ‘희망장부’에 원하는 책을 적어놓으면 ‘책좋아’의 도서선정위원들이 심사숙고해 책을 선정, 구입한다.
책장을 대여하는 공유서가가 눈에 띈다. 공유서가는 도서관 이용자들이 자신이 소장하고 있던 책을 기증하거나 공유하는 것으로 한번 읽고 잊혀가던 책들에 날개를 달아주는 역할을 한다. 책장에 꽂힌 책 앞으로 기부자의 이름이 쓰여 있다. 누구나 공유서가의 책을 읽을 수 있고 자신의 책을 기증할 수도 있다.
이 관장은 “사람의 배움과 성장은 그가 살고 있는 마을의 삶의 질을 높이는 데 기여한다”며 “작은도서관은 마을 주민 개개인의 성장을 동시에 이루는 곳”이라고 밝혔다.
 <조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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