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목민의 아침

 1일 오전 국립대전현충원 천마웅비상(天馬雄飛像) 사이로 2014 갑오년(甲午年) 새해를 밝히는 태양이 화려하게 빛나고 있다. 60년 만에 찾아온 '청마의 해'인 2014년에는 국민 모두가 힘차고 진취적인 청마의 기운을 받아 새롭게 도약할 수 있는 역동적인 한 해가 되기를 기원해 본다. 천마웅비상(天馬雄飛像)은 순국선열과 호국영령의 넋을 원동력으로 세필의 천마가 힘찬 기세로 조국을 영원히 약진, 번영으로 이끈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사진/임동빈>


신년시


유목민의 아침

조 철 호 <시인. 동양일보 회장>



옷을 벗고 잠자리에 든 지는 오래전의 일
어제는 그래도 신을 벗고 잠을 잤다

노마*는 아직 돌아오지 않았다
저 들녘 끝에서
떨어지는 것은 버려지는 것임에 화들짝 놀랐을 것이고
배고픈 육신 보다 외로운 영혼이 더 견딜 수 없음을 비로소 깨달아
무리를 찾아 헐떡이며 오고 있을 것이다
자갈밭도 얼어붙은 삼동이지만 마른 풀 몇 닢 연명은 되니
지난번처럼 잊을 만하면 나타날 것이다 

해 진 자리에 달 가고 밤마다 새 별이 돋지만
먼 길을 걷기엔 전만 못하여
떠나는 일 또한 짐이 된다는 것을
함께 늙은 몇 놈들은 알아 차비하는 나를 곁눈질하고 있다
고약한 꿈을 꾼 날 아침
돌팔매 세 번 허공에 날리고
바람이 불어오는 곳을 향하여  이마를 세 번 치고 나면
마음은 다시 평화로워 지평이 보이지만
다다를 곳 오늘따라 아득하다

그러나 어쩌랴
살아 있는 한 떠나야하는 이 질긴 순명의 길을
차마 거역할 수 없어 다시 말 등에 오르면
오 천지간 나를 반기는 이 기운
가다 육신의 힘 다하여 스러진다 해도
몸은 풀뿌리로 살아나 대지를 덮고
영혼은 눈 밝은 한 마리 수리로 되살아 이 광야 지키고 있으리
아직 나타나지 않는 노마도 기다려야하느니
 
                *노마(駑馬): 걸음이 느린 말. 남에게 빠지는 사람의 비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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